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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드림 hd books May 06. 2019

고덕 삼성반도체 타워크레인 숲을 보며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오던 고속도로, 평택 고덕단지를 지나자 차창 밖으로 삼성반도체의 위용이 드러난다. 한창 공사 중인 현장이었다. 삼성 협력업체를 다니는 동생이 밤에도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고 한다. 불야성을 이룰 야간 공사 풍경이 상상이 간다. 저기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의 생업이 달려 있을까.      

무엇보다 내 눈길을 끈 것은 타워크레인 숲이었다. 타워크레인이 숲을 이루었다는 것은 그만큼 공사 규모가 크다는 것이다. 중장비를 바라보면 두 사람의 인생 흐름이 보인다. 집안이 가난하여 채 스무 살이 되기 전 친구와 중장비 기술을 배우려고 학원을 다닌 적이 있었다. 중장비 기술은 그런대로 인기가 있었다. 친구는 포크레인 조종사(그때는 조종사라고 하였다.) 면허증을 땄고, 나는 불도우져 조종사 면허증을 땄다. 친구는 공병대에서 제대 후 이라크로 갔다. 귀국 후 중장비 일이 지겹다며 이라크에서 벌어온 돈으로 음반 가게를 하였다. 그러다 개인택시 운전을 하였고, 마지막에는 부동산 중개사 일로 전환해 지금은 자리를 잡았다.       


나는 불도우져 조종사 자격증만 땄을 뿐, 공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제대 후 대학을 들어갔다. 애초 나는 불도우져 체질이 아니었다, 거대한 불도우져 위에서 조종간을 움직이는 나는,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체구가 작았다. 대학 졸업 후 사법시험을 준비하다 지금은 출판사를 하고 있으니, 친구나 나나 중장비에서 시작한 삶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 셈이다.

당시 주요 중장비는 불도우져, 포크레인, 크레인, 포크리프트, 그레이더, 페이로더 등이었다. 타워크레인 조종사 면허증은 외국에서 따와야 한다고 하였다. 그만큼 타워크레인 수가 적었다는 것인데, 지금은 하나의 공사 현장에서 저리 타워크레인이 숲을 이루고 있으니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높은 빌딩에서 타워크레인을 다루는 사람들을 보면 위대해 보인다. 그들은 일단 고소공포증이 없어야 할 것이다. 고소공포증이 심한 나는 꿈도 못 꿀 일이다.     


삼성반도체 공사현장을 멀리서 스치자니 그 짧은 순간에 지난 날 인연이 어제인 듯 떠올랐다. 

‘삼성’, 참으로 위대한 회사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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