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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드림 hd books May 21. 2019

아버지 주저흔 딸은 방어흔…의정부 일가족 참변을 보며

남은 어린 아들은 가엾어 어쩌나---하루를 살고 또 살다보면

경기 의정부에서 일가족 사망사건이 일어났다. 사망자 중 한 명인 아버지 A씨(51) 몸에서 주저흔이 발견돼 A씨가 가족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에 따르면 A씨의 몸에서는 자해 전 망설인 흔적인 '주저흔'이, 딸 B양(18)의 손등에서는 흉기를 막을 때 생기는 상처인 '방어흔'이 발견됐다고 한다. 아내 C씨(48)의 시신에선 목 부위의 자상 외에 특이사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7년 전 사업에 실패한 뒤 억대의 빚을 져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가족의 극단적 선택에서 15세의 아들은 제외시킨 모양이다.

이제 중학생인 이 아들이 받았을 충격을 생각하니 너무나 가엾다.     


아무리 억대의 빚을 지며 살아도 아무도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해치지 않는다. 절대 두려워 할 일도 아니다. 끝까지 버티다 보면 모두 해결될 일이다. 빚이 금세 해결 안 되어 생활고를 겪는다 해도 몸만 건강하면 굶을 일은 없다. 악착같이 살아내야 한다.

내가 아는 이도 수년 째 빚단련을 하였다.

자신은 신용불량이 되어 아들 카드를 빌려 썼다. 아내에게도, 자식에게도 눈치를 보며 살았다.

날마다 자존심이 상해 수 없이 극단적 생각을 하였지만 그는 끝까지 버텼다. 버티니 그에게는 내공이 생겼다.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다.     


 

하루를 살고 또 살고 보니    

 

1.

가슴이 무너져도 살았다

늙은 어미가 있어 죽지 못해 살았다

카드를 못 막아 날마다 숨이 막혔다

매일 무너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날마다 코피를 흘리고

한 번씩 혈변을 쏟을 만큼 긴장하며 살았다

그렇게 하루를 살고 

또 살고 보니

아무 일 없는 하루가 찾아왔다.   

  

2.

밤이면 내일 아침이 두려웠고

아침이면 

도망 다니는 사람처럼 전화벨이 두려웠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경기(驚氣)를 하여

아주 오랜 시간 무음이었다

그렇게 하루를 살고

또 살고 보니

어느 날 무심히

전화벨이 울리고 있었다.    

 

3.

순간순간 

못 된 머릿속을 굴렸다

밀폐된 화장실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5층 사무실 난간에 서보기도 하였다

그렇게 하루를 살고

또 살고 보니

아침마다 옥상에서 호흡하며

해를 맞이하고 있었다.  

 

4.  

우리는

며칠 굶은 짐승들처럼 싸웠다

사흘이 멀다 하고

함께 일하는 사무실에서도 싸우고

길을 가다가도 싸웠다

바닥까지 떨어지니

할 일이라고는 싸우는 일밖에 없었다

끓어오르는 화를 어쩌지 못해

내가 내 뺨을 수없이 때렸다

빈곤의 마귀는 

우리를 금방 쓰러트릴 것 같았지만

그렇게 하루를 살고

또 살고 보니

‘어느 때 미워하는 사람이 

어느 때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5.

노모에게 50만 원을 빌려놓고

바람소리에도 화들짝 놀랐다

바람이 창을 흔들 때마다 부끄러워 함께 떨었다

달이 조각하늘을 스치며 방 안을 들여다 볼 때도 

새벽녘 동살이 앞산에서 넘어다 볼 때도

나는 이불 속에서 몸을 사렸다

누군가 찾아올까 두려워하며

그렇게 하루를 살고

또 살고 보니

저 환한 터널 끝이 보였다.       

   

6.

아무도 안 보였다

구순 노모도 안 보였다

내가 짊어진 십자가가

세상에서 가장 무겁고 질겨서

옆에서 들리는 신음조차 외면하였다

그렇게 하루를 살고

또 살고 보니

한 사람씩 내 둥지로 들어와 있었다

메마른 땅에 빗물이 모여들 듯

통장에서도  

어디선가 꾸물꾸물 모여드는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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