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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드림 hd books Nov 23. 2019

세월호 사건의 전 세모그룹 유벙언 회장 신원확인 과정

유병언 신원확인, 세월호 침몰사고 그리고 그 이후

세월호 사건의 전 세모그룹 유벙언 회장 신원확인, 어떻게 이루어졌나…긴박했던 국과수


미국 범죄 과학수사 드라마 CSI보다 더 과학적인 [범인은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는 국과수 법과학 실험실 30년 경력의 박기원 박사가 범죄 없는 사회를 바라며 쓴 과학수사 책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약 60여 개의 사례를 선정해 실었다. 사건의 개요와 법과학 실험실의 눈물 나는 노력을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절망도 하지만 흥분과 환호의 숨결이 행간마다 꿈틀거린다.

여기 실린 사례 가운데 세월호와 관련된 케이스 하나를 소개한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나고 우리는 희생자의 신원확인을 위해 휴식 없이 매일 최선을 다해오고 있었다. 대부분 희생자가 가족 품으로 돌아갔지만 10명의 희생자가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언제 수습될지 모르는 희생자 신원확인을 위해 법의학 팀이 현장에 파견 중이었고 유전자분석팀도 24시간 항시 대기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세월호 침몰사고의 책임자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검거하기 위해 검경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었고 은신처로 추정되는 곳에서 채취한 증거물이 계속 의뢰되고 있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 2014년 7월 21일 월요일 저녁 검색실 직원으로부터 신원불상 변사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검색 중 유병언의 유전자형과 일치하는 변사자가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처음에는 유병언이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다시 한 번 확인을 하기 위해 불상변사자에서 나온 데이터를 재확인하고 여러 가지 사항들을 꼼꼼히 체크하였다. 모든 데이터를 확인하고 유병언이 확실함을 확인했다. 보고 라인에 따라 보고가 되었고 연구원도 긴박하게 돌아갔다.      


 순천에서 발견된 불상변사자     


의뢰서를 보니 불상변사자 시신은 2014년 6월 12일 09시 06분에 밭주인이 발견하여 신고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2014년 6월 13일 순천의 한 병원에서 그 지역 촉탁의에 의해 부검이 진행되었고 채취된 증거물은 6월 16일 광주연구소를 거쳐 6월 18일 16시 54분 본원의 법유전자과에 접수되었던 것이다. 

분석 시료로 대퇴골과 치아가 의뢰되었다. 신원불상 변사자의 경우 시간을 다투는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유전자분석이 가장 어렵지만 DNA가 안정적으로 보존될 수 있는 치아 또는 대퇴골 등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방에서 불상변사체가 발견되는 경우 조직 등을 채취하면 의뢰 도중 부패가 많이 진행될 수도 있고 유전자 분석 결과가 안 나오는 경우 다시 채취해야하기 때문에 감정 기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보통 검출 확률이 가장 높은 뼈 또는 치아를 의뢰한다. 


뼈와 치아와 같은 경조직의 유전자분석은 일반적인 혈흔, 조직 등 다른 시료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부패가 가장 늦게 진행되는 대신 매우 단단한 구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유전자분석을 위해서는 시료를 무르게 해야 한다. 즉, 뼈 또는 치아에서 칼슘을 빼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여기에 걸리는 시간이 보통 2-3주 이상 소요되며 상태에 따라 한 달 이상 걸리는 경우도 흔하다. 그만큼 검출하기 힘들고 실험 과정도 매우 어렵다. 이렇게 해도 한 번에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어 재시험 하는 경우가 적잖다. 따라서 수년 전까지만 해도 뼈에서의 감정기일은 보통 두 달 정도 소요되었다. 하지만 현재는 기술의 발전으로 뼈의 감정기일을 30일로 산정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와 비교해도 매우 빠른 감정기일이다. 

일부에서는 분석에 왜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에 대한 의혹도 불거졌지만 실제로는 휴일을 빼고 24일 만에 감정을 마쳐서 매우 정상적으로 이루어졌고 감정기일 보다 오히려 빨리 감정을 마친 경우였다.      

유병언 확인     


유병언 추정 유전자형은 금수원의 그가 머물었던 곳에서 수거되었던 빗, 면도기 등과 순천 별장에서 수거되었던 체액반 등의 증거물 그리고 구속된 형의 유전자형을 분석하여 추정할 수 있었다. 즉, 구속된 유병언 형의 Y-STR 유전자형이 순천 별장에서 수거되었던 증거물 중 체액반에서 검출된 것과 일치하였으며, 체액반에서 검출된 유전자형은 금수원 내에 유병언이 머물었던 곳에서 수거된 빗에서 검출된 유전자형과 일치하여 유병언의 유전자형을 추정할 수 있었다. [설명: 상염색체의 경우 부모로부터 하나씩 받지만 Y-STR 유전자형은 부계유전 됨으로 같은 아버지의 아들인 경우 모두 같다] 

Y-STR 유전자형이 같다는 것은 현장에서 검출된 유전자형이 유병언의 형과 형제관계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미 형은 생존해 있는 것이 확인되었고 다른 동생은 미국에 생존해 있음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빗 및 체액반에서 검출된 유전자형은 나머지 한 명인 유병언의 유전자형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추정된 유전자형을 불상변사자와 비교한 결과 불상변사자가 유병언임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분자유전자학적 해석 결과 최종적으로 불상변사자가 유병언임을 확인하였다.      

재확인     


사건이 매우 중대한 사항이라 연구원의 법의학자가 긴급하게 순천 현장으로 급파되었다. 변사체에 대한 정확한 신원확인 및 사인의 규명이 필요했기 때문에 연구원 차원에서의 재부검을 위해 시신을 서울연구소 옮겼다. [원주 본원에는 부검실이 없다]

법의 및 유전자분석팀이 구성되고 나도 밤늦게 긴급하게 서울연구소로 향했다. 이른 아침에 부검을 위한 법의학팀이 모두 모였고 유전자분석팀도 유전자분석에 적합한 시료를 채취하기 위해 부검실로 내려갔다. 시신의 상태는 최초 부검 때보다는 매우 부패가 진행되었지만 조직과 연골 등이 남아 있어 유전자분석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이 정도면 분석을 하는데 큰 무리는 없어 보였다. 이런 경우 근막, 흉골, 무릎 연골 부위 등을 채취하게 되면 유전자형을 검출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유전자분석 성공 가능성이 높은 부위를 위주로 시신의 여러 곳을 채취하였다. 아침 10시 정도에 채취를 완료하였고 채취한 시료는 바로 실험에 들어갔다. 그리고 저녁 즈음에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결과는 불상변사자, 금수원 수거 빗 및 순천 별장 수거 체액반에서 검출된 유전자형과 모두 일치하여 다시 한 번 발견된 시신이 유병언임을 확인하였다. 법의학 및 법치의학적 결과에서도 유병언의 신체 특징과 정확하게 일치하였다. 

이 모든 결과를 종합한 결과에서도 시신이 유병언임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최초 불상변사자가 유병언임을 의심이라도 했으면 이렇게 하루도 안 되어 모든 것을 확인하고 끝낼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순간이었다.

그 후 유병언의 아들인 유대균씨가 은신처에서 붙잡혀 그의 유전자형과 마지막으로 비교하였다. 상염색체, Y-STR 유전자형을 비교한 결과 상염색체(STR)에서 부자 관계가 인정되었으며, Y-STR 유전자형도 정확하게 일치하였다. 순천에서 발견된 시신이 유병언임을 확인, 재확인 또 다시 확인한 셈이었다.      

의혹에 대한 설명     


연구원에서는 이렇게 이중 삼중으로 유병언의 신원을 확인하였고 극히 이례적으로 감정에 대한 결과를 브리핑하였지만 일부에서는 계속 의혹을 제기했다. 

“유병언이 아니다.” “시신을 바꿔치기 했다.” “이복동생은 아닌가?”

등등 지극히 주관적이고 비과학적인 근거로 소설 같은 의혹들을 만들어 냈다.

시신이 유병언이 아닐 수 있는 확률은 제로다. 유전자분석 및 법의학적 분석 등 모든 결과가 우연히 일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시신을 바꿔치기 했을 수도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최초의 시신에서 검출된 유전자형과 국과수에서 부검 당시 채취한 시료에서의 유전자형이 모두 같았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이라는 것인지 무엇을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복동생일 수도 있지 않느냐는 주장도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주장한 듯했다. 설사 이복동생이 있다고 하더라도 유병언과는 다른 유전자형을 갖는다.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들이었다. 

다시 얘기하지만  유전자분석 및 법의학적, 법치의학적 분석 결과 순천에서 발견된 시신이 유병언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즉, 유병언이 아닐 수 있는 확률은 제로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감정은 객관적 사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오로지 분석 결과에 따라 설명할 따름이다. 과학자는 변하지 않는 객관적 분석 결과로 모든 것을 말한다. 증거물에 대한 감정은 사건에 대한 고도의 판단 행위의 기본이 되기 때문에 감정인은 목숨처럼 과학적 분석 결과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것이 변질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나기 때문이다. 

이번의 경우 구체적인 과학적 분석 결과를 제시하며 설명까지 했음에도 근거도 없는 비합리적 의구심들이 마치 사실처럼 유포되었고 여론을 주도해나가는 듯했다. 이런 것들이 과연 조금이라도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주장이었는지 잘 살펴볼 일이다. 

합리적 의심은 과학을 발전시킬 수 있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의심은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아무리 언론의 자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인 사실에 의한 책임감 있는 의혹제기 및 주장이 필요하다. 자기가 한 말에 대한 책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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