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시기 하느님의 사랑 묵상 5

by 해드림 hd books

사순시기 하느님의 사랑 묵상, 우리가 죄인일 때에도 멈추지 않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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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앙에서 인간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라 연약한 존재로 이해된다. 우리는 선을 향해 나아가고 싶어 하면서도 자주 넘어지고, 사랑하려 하면서도 이기심에 사로잡히며, 옳은 길을 알면서도 다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간의 모습은 성경에서도 반복해서 나타난다. 그래서 교회는 인간의 삶을 “죄와 은총 사이에서 살아가는 여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여정 속에서 가장 놀라운 사실은 인간의 불완전함보다 하느님의 사랑이 훨씬 더 크다는 점이다.


인간은 보통 조건을 기준으로 사랑을 생각한다. 잘하면 칭찬하고, 실수하면 실망하며, 기대에 어긋나면 관계가 멀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하느님의 사랑도 그런 방식일 것이라고 상상한다. “내가 더 착하게 살아야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시지 않을까?” “내가 부족하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나를 멀리하시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은 인간적인 기준에서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복음이 전하는 하느님의 사랑은 이러한 계산을 뛰어넘는다.


성경은 하느님의 사랑이 인간의 공로보다 먼저 시작된다고 말한다. 인간이 스스로 완전해진 뒤에 하느님께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 아직 부족한 상태일 때 하느님께서 먼저 다가오신다. 인간이 자신의 약함을 깨닫지 못하고 방황할 때에도 하느님의 사랑은 이미 그 사람을 향해 열려 있다. 이 사랑은 인간의 도덕적 완전함을 조건으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의 부족함을 이해하고, 그 연약함 속에서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열어 주는 사랑이다.


가톨릭 신앙에서 이러한 사랑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고해성사이다. 사람은 자신의 죄를 바라보는 것이 쉽지 않다.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마음이 무겁고 부끄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회는 고해성사를 단순히 죄를 판단받는 자리로 이해하지 않는다. 그보다 그것은 하느님의 자비가 인간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자리이다. 사람이 자신의 죄를 고백할 때, 그곳에서 하느님의 사랑은 인간의 과거를 붙잡아 두는 대신 새로운 시작을 열어 준다.


이러한 신앙의 경험은 인간에게 중요한 깨달음을 준다. 하느님의 사랑은 인간의 실패를 끝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때로 자신을 평가하며 “나는 부족한 사람이다”라고 결론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하느님은 인간을 그렇게 단순하게 판단하지 않으신다. 하느님은 인간의 현재 모습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 수 있는지를 바라보시는 분이다. 그래서 하느님의 사랑은 인간의 과거보다 인간의 가능성을 더 깊이 바라본다.


또한 이 사랑은 인간에게 새로운 책임도 남긴다. 하느님의 사랑이 조건 없이 주어진다는 사실은 인간이 아무렇게나 살아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사랑을 깨닫는 순간 인간은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자신이 용서를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다른 사람의 실수도 이전보다 더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하느님의 사랑을 경험한 사람은 점점 더 자비로운 마음을 배우게 된다.


사순시기는 이러한 사랑을 다시 깊이 바라보는 시간이다. 우리는 이 시기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부족함과 한계를 인정하게 된다. 그러나 그 과정은 절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순간에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를 깨닫게 된다. 인간의 죄가 아무리 크더라도 하느님의 자비는 그보다 더 넓고 깊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가톨릭 신앙이 전하는 가장 큰 희망 가운데 하나는 이것이다. 하느님의 사랑은 인간이 완전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여전히 죄인일 때에도 이미 우리를 향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사랑은 인간이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되고, 인간이 자신을 포기하려 할 때에도 새로운 길을 보여 준다.

그래서 신앙인은 자신의 약함을 바라보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하느님의 사랑이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 사랑이 인간의 삶을 다시 시작하게 하는 가장 깊은 은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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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자 수필가 5인 신앙에세이집

[이제와 항상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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