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해드림 hd books Mar 17. 2026
사순시기 하느님의 사랑 묵상, 하느님은 왜 인간을 끝까지 사랑하시는가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질문을 마음속에 떠올리게 된다. “하느님은 왜 인간을 끝까지 사랑하시는가?” 인간은 끊임없이 실수하고, 때로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간다. 역사 속에서도 인간은 전쟁과 갈등, 욕심과 분열을 반복해 왔다. 이러한 모습을 바라보면 인간이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가톨릭 신앙은 분명하게 말한다. 하느님은 이러한 인간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신다고. 그렇다면 하느님은 왜 인간을 끝까지 사랑하시는 것일까.
가톨릭 교회는 인간이 단순한 피조물이 아니라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존재라고 가르친다. 창세기의 이야기는 인간이 우연히 존재하게 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깊은 의지와 사랑 안에서 창조되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하느님은 인간을 세상 속에 던져 놓은 뒤 멀리서 바라보는 창조자가 아니라, 인간과 관계를 맺고 함께 살아가기를 원하시는 분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인간은 단순히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다시 나누도록 부름받은 존재이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떠올리면 이 사랑을 조금 이해할 수 있다. 부모는 자녀가 완벽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자녀가 넘어지고 실수하더라도 부모의 마음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자녀가 부모의 기대와 다르게 살아갈 때에도 부모는 그 마음속에서 자녀를 완전히 지워 버리지 못한다. 왜냐하면 자녀는 부모의 삶에서 존재 자체로 이미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사랑도 이와 비슷한 깊이를 지닌다. 인간이 완전하기 때문에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하느님에게 귀하기 때문에 사랑받는다.
또한 하느님의 사랑은 인간의 시간보다 훨씬 더 긴 시선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현재의 모습만 보고 쉽게 판단하지만, 하느님은 인간의 삶 전체를 바라보신다. 오늘의 부족함만이 아니라, 앞으로 변화될 가능성까지 함께 보신다. 그래서 인간이 넘어졌을 때에도 하느님은 그 사람의 마지막 모습을 아직 결정된 것으로 보지 않으신다. 인간에게는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 신앙에서 이러한 사랑은 특히 자비라는 개념으로 표현된다. 자비는 단순한 동정이나 감정이 아니라, 인간의 약함을 끌어안는 사랑이다. 하느님의 자비는 인간의 실패를 무시하지도 않지만, 그 실패를 마지막 이야기로 만들지도 않는다. 그래서 교회는 언제나 회개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인간은 언제든지 하느님께 돌아갈 수 있으며, 그 문은 닫혀 있지 않다는 믿음이 바로 자비의 신앙이다.
사순 시기는 이러한 사랑을 깊이 묵상하는 특별한 시간이다. 이 시기에 신앙인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부족함과 죄를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그 과정은 자기 비난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하느님이 인간을 얼마나 오래 기다리고 계시는지를 깨닫는 시간이 된다. 하느님의 사랑은 인간의 삶이 완전히 정리된 뒤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여전히 길을 찾고 있는 과정에서 함께 걷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인간을 끝까지 사랑하시는 이유는 결국 사랑 자체가 하느님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사랑을 베푸는 행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시는 분이 아니라, 그분 존재 자체가 사랑이신 분이다. 그래서 하느님의 사랑은 변덕스럽게 시작되고 끝나는 감정이 아니라, 인간을 향해 끊임없이 흐르는 생명의 근원과도 같다.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인간의 삶은 조금씩 달라진다. 우리는 더 이상 완벽해야만 사랑받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동시에 하느님의 사랑을 받은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도 변하기 시작한다. 부족한 사람을 쉽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믿게 된다.
결국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하나의 신비로 남는다. 하느님은 왜 인간을 끝까지 사랑하시는가. 그 이유를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신앙은 이렇게 고백한다. 하느님이 사랑하시기 때문에 인간은 존재하며, 그 사랑은 인간이 길을 잃을 때에도 멈추지 않는다고. 그리고 바로 그 사실이 인간에게 가장 깊은 희망이 된다.
가톨릭 신자 수필가 5인 신앙에세이집
[이제와 항상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