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시기 하느님의 사랑 묵상 9

by 해드림 hd books

사순시기 하느님 사랑 묵상, 하느님의 사랑은 왜 때로 고통을 통해 드러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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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안에서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질문 가운데 하나는 이것이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라면, 왜 인간의 삶에 고통을 허락하시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 삶의 자리에서 터져 나오는 깊은 탄식이다. 병상에서, 관계의 상처 속에서, 혹은 이유 없이 찾아온 시련 앞에서 인간은 하느님의 사랑을 의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톨릭 신앙은 이 질문을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안으로 들어가,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의 사랑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묵상하도록 초대한다.


하느님의 사랑은 인간의 기대와 같은 방식으로만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는 사랑을 보호와 안정,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단순히 고통에서 분리된 상태로 두기보다, 그 고통 속에서도 함께하시며 인간을 더 깊은 생명으로 이끄신다. 이것은 고통 자체가 목적이라는 뜻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의 사랑이 결코 단절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가톨릭 신앙은 인간의 삶을 단순한 현세의 행복으로만 보지 않는다. 인간의 삶은 하느님과의 관계 속에서 완성되어 가는 여정이다. 이 여정에서 고통은 때때로 인간이 스스로 한계를 깨닫고, 더 깊은 차원의 삶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계기가 된다. 인간은 평온할 때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다고 느끼기 쉽지만, 고통의 순간에는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더 큰 존재를 찾게 된다. 이때 인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하느님을 향하게 된다.


또한 고통은 인간의 마음을 정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붙잡고 살아간다. 물질, 명예, 관계, 혹은 자신의 생각과 고집까지도 놓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고통은 이러한 집착을 하나씩 내려놓게 한다. 그 과정은 쉽지 않지만, 그 안에서 인간은 점점 더 본질적인 것을 바라보게 된다. 결국 남는 것은 하느님과의 관계, 그리고 사랑이다. 이처럼 고통은 인간이 삶의 중심을 다시 세우도록 돕는 정화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바라보면, 하느님의 사랑이 고통과 분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더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분의 삶은 고통을 피하는 길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사랑을 드러내는 길이었다. 가톨릭 신앙은 이를 통해 고통이 단순한 실패나 벌이 아니라, 때로는 사랑이 가장 깊이 드러나는 자리가 될 수 있음을 가르친다. 고통은 인간을 무너뜨릴 수도 있지만, 동시에 인간을 더 깊은 사랑으로 이끌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고통 자체가 아니라, 그 고통을 어떻게 살아내느냐이다. 하느님의 사랑은 인간의 고통을 없애는 방식으로만 작용하지 않는다. 때로는 그 고통 속에서 인간이 무너지지 않도록 붙들어 주고, 그 시간을 통과할 수 있는 힘을 주신다. 그래서 신앙인은 고통 속에서도 완전히 절망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더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느님의 사랑이 여전히 함께하고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사순시기는 이러한 신비를 깊이 바라보는 시간이다. 우리는 이 시기에 고통을 단순히 피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그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으려 한다. 그 과정은 쉽지 않지만, 그 안에서 인간은 이전보다 더 깊은 신앙을 갖게 된다. 고통을 통해 인간은 하느님을 더 가까이 느끼게 되고, 삶의 의미를 새롭게 이해하게 된다.


결국 하느님의 사랑이 때로 고통을 통해 드러나는 이유는, 인간을 더 깊은 생명과 사랑으로 이끌기 위함이다. 하느님은 인간을 단순히 편안하게 살게 하는 데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이 진정으로 살아 있는 존재가 되도록 이끄신다. 그리고 그 길에서 고통은 때로 피할 수 없는 통과의 과정이 된다.

그래서 신앙인은 고통의 순간에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다. 그 안에서 이해할 수 없는 신비가 작용하고 있으며, 하느님의 사랑이 여전히 자신을 향해 흐르고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그 고통의 자리에서 자신이 더 깊은 사람으로 변화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 성경 묵상 구절

히브리 12,11 — “모든 훈육은 당장은 기쁨이 아니라 슬픔으로 여겨지지만, 나중에는 그것으로 단련된 이들에게 의로움과 평화의 열매를 맺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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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자 수필가 5인 신앙에세이집

[이제와 항상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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