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롭다’, 어렸을 때부터 정감을 느끼며 들었던 낱말이다. 집성촌은 아니었지만 우리 마을에는 사돈 간이 널브러졌는데 두어 다리 건너면 사돈 관계의 연이 닿았다. 이들은 유난히 이무롭게 지냈다. 친인척 관계가 전혀 없던 우리에게는 이들의 이무로운 사이가 다소 부러운 부분이었다.
이무롭다는 ‘임의롭다’를 소리 나는 대로 읽는 낱말이다.
임의롭다는 형용사로, ‘1. 일정한 기준이나 원칙이 없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예컨대, 임의로 선택하다). 2. 서로 친하여 거북하지 아니하고 행동에 구애됨이 없다.’는 두 개의 뜻이 있다. 첫 번째 의미야 어디서든 흔히 쓰는 말이지만, 두 번째 의미는 표준어의 고장 서울에서도 잘 모를 것이다.
어찌 이 두 번째 의미를 알아 일상적인 대화에서 썼을까. 여하튼 전라도 사람들은 어휘력이나 어휘 구사력은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