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에서의 느낌과 깨달음은 머리를 써서 담아놓을 성질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자기가 체험하는 가운데 터득한 것을 눈물과 한숨과 고통과 안타까움 등 온갖 시련을 견뎌온 가운데 건져 올린 진국일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수필가는 누구보다 먼저 아파하고, 먼저 울고, 그러나 다만 눈물은 맨 나중에 닦아야 한다. 그 글이 독자의 시각을 관통하여 머리에 머물다가 가슴에 내려온 뒤에야 비로소 닦아야 한다.
상처받은 영혼에게 ‘내가 이렇게 잘났다.’고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나 같은 사람도 있어.’ 혹은 ‘내가 더 아프고 안타깝다.’하는 낮은 자세가 되어야 한다. 독자에게 군림하거나 ‘내가 이렇게 고상하고 멋있는 사람이야.’하고 사실이든 과장이든 재려는 순간 수필을 통한 영혼의 울림은 획득하기 어렵다.
혹자는 수필은 문장이 좋아야 한다고 한다.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그 점만을 너무 강조할 것은 못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순위를 매김에 있어서 무엇을 먼저 앞에 두느냐의 문제인데, 필자는 번드레한 영혼 없는 문장보다 서툴고 투박하지만, 진정성이 있는 글에 더 점수를 주고 싶고 매력을 느낀다.
글에 땀 냄새가 배고 겸손이 배어있고 아픔과 안타까움이 배어있는 문장이 영혼 없는 매끈한, 마네킹 같은 문장보다 더 끌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자는 수필이 억지로 만들어진 듯한 의심의 냄새가 풍기는 것보다는, 이미 마음속으로부터 쓰고자 하는 것이 숙성되어서 자연스럽게 넘치는 글에 매력을 느낀다. 그런 글을 쓰고자 항상 고민하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