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을 통한 ‘글쓰기’…수필쓰기 핵심, 어렵고 교묘하게

수필을 통한 ‘글쓰기’…수필쓰기 핵심, 어렵고 교묘하게 꾸며 쓰는 것은

by 해드림 hd books

수필을 통한 ‘글쓰기’…수필쓰기 핵심, 어렵고 교묘하게 꾸며 쓰는 것은 재앙이다

“최선의 책이란 그것을 읽는 사람이 나도 쓸 것 같다고 생각하는 책이다.”

이는 파스칼의 말이다. 그리고 글은 모름지기 천의무봉(天衣無縫)하게 깁는 자국이 나지 않도록 써야 한다고 말한 이는 당나라 시인 백낙천이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글은 어디까지나 쉬우면서 물이 흐르듯이 써야 함을 이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종종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소설로 쓰면 몇 권은 될 것이야.’하는 사람을 본다. 그만큼 멍석을 펴놓으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작품으로 써내기는 쉽지 않다. 우선 감정이입이 된 상태에서 진솔하게 써야 하는데, 많은 생각이 다투어 머리를 들고 나와 두서를 잡기도 어렵게 된다.


고려 예종 시대 천민(天民) 김황원(金黃元)은 자타가 인정하는 뛰어난 문인이었다. 그가 하루는 부벽루에 올라 그곳에 내걸린 시문을 보고 탐탁하게 여기지 않은 나머지, 이보다 더 좋은 글 써서 내걸겠다며 호기롭게 말하였다.

그런 끝에 그는 일필휘지로 다음 두 문장을 지었다.

長城一面溶溶水

大野東頭點點山

긴 성벽 한쪽 면에는 늠실늠실 강물이요

큰 들판 동쪽 머리엔 띄엄띄엄 산들일세.


하지만 이후 생각이 막혀버렸다. 결국 그는 붓방아만 찍다가 돌아오고 말았다. 너무 잘 써보려다가 과부하에 걸린 탓인지 모른다.

또한 진심으로 자기가 절실하게 느낀 것을 잡아내지 못한 탓이다. 이에 대해서는 조선 선조 때 어우야담(於于野談)을 쓴 유몽인(柳夢寅))의 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가 제목으로 붙인 어우는 허망한 말이라는 뜻이다. 그는 글쓰기에 대하여 “무릇 문장은 내 흉중에 쌓인 것을 스스로 노력하여 구해야지, 구구한 저작을 연습하여 따르는 것은 중시할 가치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는 이덕무가 충고한 말이 있다. 어떤 젊은이가 자기가 습작했노라고 가져온 글을 보고 “남의 이야기를 베끼거나 흉내를 내어 쓰지 말고 자네 이야기를 쓰라.” 했던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허균이 한 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글은 자신의 마음과 뜻을 남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어렵고 교묘하게 꾸며 쓰는 것은 재앙이다.”라고 한 것이다.


여기서 좋은 글, 진솔한 글을 생각해 보게 된다. 단원 김홍도의 아들 김양기는 아버지를 닮아 풍경 묘사를 잘했다고 한다. 자기가 그린 그림을 훈장에게 바쳐서 학비로 할 정도였다. 훈장은 그 그림이 그의 아버지 단원의 그림으로 알고 흔쾌히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단원은 아들의 그림을 보고 “너는 좋은 그림을 그리는 재능과 안목과 예민한 감각을 갖췄으나 너의 그림에는 네가 보이지 않는구나.” 했다고 한다. 바로 글을 감정 받으러 온 젊은이에게 이덕무가 했던 말과 겹침을 본다.

당나라 시인 한유는 남의 글을 표절하는 것은 표적(剽賊)이라고 했다. 단순히 슬쩍 훔치는 것을 넘어 도둑으로 본 것이다. 이 표절에 대해서는 대체로 보아서 꼭 어떤 문장의 단락만을 베끼는 것을 말한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 예증을 끌어온 것도 이에 해당한다고 본다.


글은 모름지기 자기 생각에 의해 모아진 불씨로 피워내서 자기 글을 써야 한다. 남의 글만 쫒고 따라 하다가는 기량이 좀 연마될지 모르지만 진정 자기를 찾고 바라는 대로 가기 어려울 것이다. 자연스레 따라 쓰는 글은 허풍이 끼며 진정성이 깃들기 어려운 것이다. 교만해지고 뿌리가 없는 글이 되고 만다.

그렇다고 보면 어떤 글을 보고 ‘나도 쓸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은 순수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과도한 욕심으로 글을 써내려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바로 그 순간에 불순한 의도가 개입되어 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결국 독자를 감동시키는 글은 남의 글을 곁눈질하지 않고 자기 이야기로 자기 글을 진솔하게 쓸 때만이 공감을 일으킨다. 박지원의 누나와의 사별의 글이나, 이덕무의 누이동생과의 사별 글을 통해서 확인되는 일이다. 글이 결코 어렵게 써졌기에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남의 허물은 글감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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