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서 수필 쓰기로…수필 작품의 오류 검토

by 해드림 hd books

글쓰기에서 수필 쓰기로…수필 작품의 오류 검토

작품에 오류를 남기는 일은 인격을 흠집 내는 일과 다르지 않다. 손상을 줄 뿐만 아니라 오랜 후유증을 남긴다. 그것은 작가가 죽어서도 뒤를 따라다닌다. 한때 실수로 쓴 글이 한순간 창피를 주는데 끝나는 게 아니라 독자의 기억에 입력되어 전해지는 것이다.

그런 대표적인 예가 있다. 우리는 소설가 염상섭이 사실주의를 표방하면서 쓴 ‘표본실의 청개구리’의 오류를 알고 있다. 이 작품은 낭만주의 작품이 대세를 이루던 때에 사실을 추구하는 자연주의 문학을 시도하면서 내놓은 것이었다. 그런데 냉혈동물인 개구리의 해부 장면을 묘사하면서 ‘김이 모락모락 났다.’고 표현함으로써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만 것이다.


이것은 그나마 소설이니까 그런대로 봐준다 해도 만약 수필 작품을 그리 왜곡시켜 썼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비난이 훨씬 많이 쏟아졌을 것이다. 왜냐하면 수필은 어디까지나 체험을 바탕으로 쓰는 문학 장르이기 때문이다. 수필은 허구를 배제한 엄정성이 요구된다. 근래 발표된 작품들을 보면 이처럼 사실관계를 의심케 하며 고개가 갸웃해지는 경우를 더러 만난다.

이런 점은 일찍이 시조시인 이병기 선생도 ‘말 못 하는 작가들’이란 글에서 사례를 들어 따끔하게 지적한 바가 있다. 즉, ‘동천에서 뜬 초승달’, ‘부엌 문설주에 걸터앉으며’, ‘벌건 앵두밭에 기러기 내린다’를 들어 통박하고 있다.

어찌하여 서녘 하늘에 잠깐 뜨는 초승달이 동촌에서 뜨며, 부엌 문지방이면 문지방이지 세로로 세워진 문설주에 걸터앉을 수가 있으며, 벌겋게 앵두가 익을 때는 봄인데 겨울에 찾아오는 기러기가 앵두밭에 내릴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것 말고도 필자가 읽은 작품 중에서 그런 수긍이 가지 않는 것이 있었다.


어느 작가의 글에서, 푸줏간을 지나며 어렸을 때 소를 뜯기던 추억이 되살아났다는 대목을 만났다. 이걸 보면서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이런 식의 감정이입이 가능한가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살아 있는 소라면 모르겠지만 죽어서 목이 잘린 쇠머리를 보니 추억이 되살아났다니. 무슨 기괴한 발상이란 말인가. 보통 사람이라면 불쌍하다고 여기거나 혐오스러운 느낌을 받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어떤 작가는 오랜만에 선산을 찾았더니 전에는 구부러져 있던 소나무가 펴져서 곧게 자라고 있더라는 것이다. 이것도 수긍하기가 어렵다. 소나무는 특성상 한번 구부러지면 그 상태로 자라지 절대로 나중에 곧게 펴져서 자라는 나무가 아니다.

또 어떤 이의 글에 뱀이 햇볕이 내리쪼이는 모래밭에서 개구리를 잡아먹는데 다리부터 삼키더라는 것도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 뱀이 땡볕에 잘 나오지도 않지만, 머리부터 삼키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입이 큰 펠리컨도 뜰채 같은 입으로 일단 잡고서는 삼킬 때는 머리부터 삼키는 걸 보았는데 뱀이 아무렇게나 먹을 리는 없다.


작품 속에서 더한 오류도 발견된다. 어느 작가가 마루에 앉아 밥을 먹는데 갑자기 제비 집이 뚝 하니 떨어졌는데 함께 떨어진 새끼들도 수습하여 받침대를 받쳐 넣어주자 잘 자라서 둥지를 떠났다고 하였다.


이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아닌가 한다. 그렇게 생각되는 이유는 다른 것 때문이 아니다. 첫째, 제비는 집이 떨어지도록 부실하게 짓지를 않는다. 물어온 진흙과 지푸라기를 섞어 붙여 지을 뿐 아니라 마른 상태를 보아가며 쌓아올린다. 그 과정에서 혹시 부스러기가 떨어질 가능성은 있어도 다 마른 집이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


거기다가 적어도 제비가 알을 품는 기간이 15일 정도 되는 점을 생각하면 이미 집은 단단하게 굳어진 상태였을 것이다. 한데 집이 떨어질 때 함께 떨어진 어린 새끼를 수습하여 살려주었다고 했는데 제비가 통상 2m 이상의 높이에 집을 짓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점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만약 그 높이에서 떨어졌다면 뇌진탕이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거뜬히 살아났다니 믿을 수 있을까. 더구나 제비는 사람의 손을 타면 새끼를 돌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말이다. 신뢰에 의심이 가는 것은 떨쳐버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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