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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드림 hd books Sep 25. 2020

김동현 에세이집 '나도 그대의 희망이고 싶다'

행정고시 합격 후 관리관 1급으로 퇴임한 저자 순수 에세이

독서의 계절 가을에 대한 예의, ‘나도 그대의 희망이고 싶다     

성공한 공직자의 순수 에세이     


김동현 첫 에세이집 [나도 그대의 희망이고 싶다]는, 30여 년 공직에 몸담았던 저자가 1급 관리관으로 퇴직한 이, 자연인인 에세이스트로서 쓴 순수 휴머니즘 에세이들로 묶었다.

따라서 고위공직자나 정치인 또는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이들의 지나온 발자취를 정리한 자취소리의 글이 아니다. 물론, 이번 에세이집 가운데는 공직생활이 소재로 등장한 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단지 소재일 뿐 인간미 넘치며, 결 고운 감성이 충만하게 채워진 에세이로 승화되어 있다.

전체 3부로 구성된 이번 에세이집은 소재를 일상과 가족 그리고 공직으로만 농축시켰을 뿐만 아니라, 저자의 풍부한 독서력을 바탕으로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따뜻한 인문 에세이 성격도 지니고 있다. 사물을 바라보며 표현해내는 감성 능력이 뛰어나고, 에세이를 통해 드러나는 저자의 인성과 품성도 무언의 메시지로 다가온다.


저자는 등단한 정식 수필가는 아니지만, 수필 문학가가 문학성, 즉 예술성을 지향하며 쓴 수필 이상의 에세이 맛을 내고 있다. 비록 예술성을 지향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지성적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에세이인 것이다.

수필을 통상 영어로 에세이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만의 수필은 일반적으로 통칭하는 에세이와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수필이라 함은 관습적으로 그 분량이 정해져 있거니와, 허구성 불허와 예술성 지향이라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에세이라고 하여 모두 수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산문 혹은 에세이는 문학성이 중요한 게 아니지만, 수필은 무엇보다 문학성이 추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필이라는 이름으로 나왔다고 하여 모두 수필이라고 볼 수도 없다.

수필이 에세이를 뛰어넘는 글이라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수필로서, 에세이로서 형식이나 내용 등 그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독자에게 미치는 영향의 호불호도 따질 성질이 전혀 아니다.    

      

감성+지성=휴머니즘     


그러면 이번 김동현 에세이는 어떨까.

독서력이 바탕이 된 에세이는, 독자에게 지적 지성적 욕구를 충족시킨다. 김동현 에세이를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인문 에세이 성격을 띄었다고 한 이유이다. 독서력이 바탕이 되었다는 의미는, 독자들이 미처 읽지 못한 또는 읽었지만 까맣게 잊고 있는 책의 교훈적 내용이, [나도 그대의 희망이고 싶다]에서는 소재에 따라 시의적절하게 인용되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부러 인용한 게 아니라, 샘물 넘치듯 자연스럽게 흘러 붙는 것이다.       

[나도 그대의 희망이고 싶다]는, 지성과 감성이 휴머니즘으로 통합되어 있다. 제목 자체에서도 휴머니즘이 흐른다. 휴머니즘이라는 숲속에서 그 하나 하나 나무들은 탄탄한 필력과 감동을 곁들인 내용으로 ‘책을 읽는 맛’을 높여준다. 또한 저자는 타고난 글쟁이라는 느낌을 받는데, 마치 오래전부터 에세이를 전문적으로 써온 듯한 인상을 준다. 고시나 사법시험 출신으로 고위공직에 오른 사람이라고 하여 모두 글을 잘 쓰는 게 아니다. 에세이를 쓰는 감성과 얼마간 문장 다루는 솜씨를 갖춰야 호소력 있는 에세이가 나오기 때문이다. 

지성으로 감동시키든, 깊은 사유로 감동시키든, 섬세한 감성으로 감동시키든, 문장의 표현력으로 감동시키든, 글이란 감동이 첫째이다. 섬세하고 풍부한 감성이지만, 절제된 감성이 이끄는 감동이어서, 에세이 한 편 한 편이 조용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일상과 가족과 공직     


1부와 2부의 일상과 가족을 소재로 한 에세이들은 말랑말랑한 감성이 유난히 돋보인다. 

자신은 부정하지만, 바쁜 공직생활 중에도 가정을 얼마나 따뜻하게 이끌어 왔는지 행간에서 느낄 수 있으며, 장애를 지닌 딸을 위해 헌신하는 아내를 향한 애틋한 마음에서는 금세 두 눈이 갈쌍해진다. 저자뿐만 아니라 친분 있는 주변 사람들 정도의 사회적 위치라면, 장애를 지닌 딸의 일터를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음에도, 아버지로서 딸의 직장을 고심하는 모습이나 순전히 아내와 딸의 힘으로 일터를 구하는 모습에서는 공직이라는 게 참 무섭구나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동생의 아내(제수)가 영국에서 일을 하고, 저자 집은 지방이라 저자가 서울 동생집에서 함께 생활을 할 때,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이자 40대(?) 동생이 형인 저자를 위해 매일 아침을 준비해주는 모습에서 보이는 우애 또한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저자의 원고를 읽으며 공직을 소재로 한 3부는 딱딱하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을 가졌지만 그것은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고전의 고사 등을 비롯해, 형광펜으로 칠해 꼭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쉽고 편안한 비유 등 한 편 한 편이 맑고 깨끗한 에세이들이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라 하는 말 한마디 없지만, 젊은이들이 읽으면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을 수도 있고,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지혜를 얻을 수도 있다. 공직생활을 어떻게 하라는 말은 단 한마디도 없지만, 현재 공직자이거나 공직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필독서로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에세이에서는 저자 자신의 인생 철학이나 사유가 표출되는 터라 저자의 인성과 품성도 엿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글에서 나타나는 저자의 모습과 실제 모습은 전혀 다르기도 하다. 향기롭고 아름다운 시나 수필이나 에세이를 쓴다 하여, 실제 저자의 인성이나 품성이 그러하리라 생각하면 실망할 때가 있다. 글은 글로만 봐야 하지 현실로 연결시키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저자는 글에서 나타나는 모습이나 현실의 모습이 다르지 않다. 필자가 이런저런 이유로 저자를 여러 번 만나 엿보았기 때문이다. 자신을 무뚝뚝한 사람으로 표현하지만 겸손하고 인정 깊고 배려할 줄 아는 저자이다.         

저자의 글 가운데 명함 이야기가 나온다. 공직에서 은퇴하면 마땅한 명함 없는데 자신은 그동안 틈틈이 쌓아온 섹소폰 연주 실력이 있어서 명함 이름 앞에 SAXOPHONIST(색소폰 연주자)를 붙였다는 것이다. 이제 그는 에세이스트(essayist)라는 말을 하나 더 붙여야 할 듯하다.     


가을만 독서의 계절이 아니다. 독서는 밥 먹듯이 사시사철 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 가을, 김동현의 [나도 그대의 희망이고 싶다]를 통해 독서의 계절에 대한 예의를 갖춰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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