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나훈아의 신곡 ‘명자’ 가사를 읽다가 깜짝 놀랐다. 가사에서 내가 좋아하는 보조동사 ‘쌓다’가 반복해서 나왔기 때문이다. 대부분 이 보조동사 ‘쌓다’가 사용되면 사투리로 잘못 이해한다. 또한 글에서 사용하는 경우도 드문데, 역시 가수 나훈아는 언어감각도 뛰어난다 싶었다.
여기서 ‘불러샀던, 찾아샀던’이 그것이다. 그런데 표기가 잘못된 듯하다. 발음과 표기는 다르다. 이것은 ‘불러쌓던, 찾아쌓던’이 바른 표기이다. 발음대로 표현한다 해도 ‘불러싸턴’ 혹은 ‘불러쌌던’으로 표기해야 하지 않을까. 추측건대 경상도 사람들은 ‘쌀’을 ‘살’로 발음하듯 쌍시옷 발음이 어려워 ‘불러샀던’으로 표기를 하였는지 모르다. ‘찾아샀던’도 마찬가지다.
가사 후반부 ‘주물러다 졸고’도 ‘주무르다 졸고’의 오기가 아닐까 한다. 경상도에서는 ‘으’ 발음도 ‘어’로 하는 경우가 잦다.
이런 게 무슨 흠이냐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수 나훈아는 우리나라에서 ‘가황’으로 칭송을 받는다. 그래서 노랫말도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해야 하는 거 아닐까 하는 것이다.
보조동사 ‘쌓다’에 관해 오래 전 정리해 둔 글이 있다.
보조 동사 ‘쌓다’
보조 동사 ‘쌓다’
: 보조동사‘쌓다’는 본동사가 뜻하는 행동을 반복하거나 그 행동의 정도가 심함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보조동사 ‘쌓다’는 ‘웃어 쌓다, 놀아 쌓다’에서와 같이 ‘-어 쌓다’의 구성으로 주로 쓰입니다.
제 고향(전남 순천)에서 어른들, 특히 아주머니들이 잘 쓰는 표현입니다.
“아들 군대 보내놓고 울어 쌓드마 이.” “그 집 총각, 월남 색시 얻어놓고 좋아서 웃어 쌓대!” “입 찢어지겄네야. 그만 웃어 쌓아!” “염버구, 찔벅찔벅 건들어 쌓아서.”(찔벅찔걱, 찔벅거리다-집적거리다 의미의 전라도 방언) 등등
우리가 자주 안 쓰는 표현이지만 보조동사‘쌓다’는 아주 정감 있는 표현입니다. 얼핏 보면 방언 같은데 보다시피 표준어죠. 이 표현을 잘 활용하여 쓰면 문장이 조금은 맛깔스러울 때가 있을 듯하여 올립니다.
예)
웃어 쌓다.
놀아 쌓다.
울어 쌓다.
건들어 쌓다.
놀려 쌓다.
움직여 쌓다.
만류해 쌓다.
속상해해 쌓다.
미워해 쌓다.
구체적 설명)
‘쌓다’는 규칙동사이기 때문에 어간에 어떠한 어미가 연결되더라도 어간의 ‘ㅎ’이 탈락하거나 변하지 않습니다. ‘ㅎ’ 뒤에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나 접미사가 결합될 경우에 ‘ㅎ’은 발음하지 않습니다. ‘쌓다’의 어근 ‘쌓-’에 모음 어미가 연결된 ‘쌓아, 쌓으니, 쌓으면, 쌓으므로’의 발음은 ‘ㅎ’음이 사라진 【싸아, 싸으니, 싸으면, 싸으므로】가 됩니다. 이런 발음 탓에 표기할 때도 ‘ㅎ’을 버리는 일이 있습니다. 어간 발음 ‘ㅎ’을 탈락시켜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