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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드림 hd books Feb 16. 2021

코로나19 시국에 제지사 인쇄용지 15%나 인상한다고?

[인문학 산책] 2쇄를 찍으려고 종이 입고서를 작성하는데 거래처에서 메시지 하나가 날아와 종이 입고서 작성을 멈칫거리게 하였다.

코로나19로 지난 한 해를 어떻게 버텨왔는지 모르는 판국인데 설 쇠자마자 가격 인상 메시지가 기를 꺾는다.


기획출판이든 자비출판이든 출판사에서 책을 제작할 때는 종잇값 부담이 가장 크다. 나는 죽기 살기로 영업해서 책을 제작하는데 그들은 가만 앉아 종이나 팔고 종잇값이나 인상한다는 생각조차 든다. 책이라도 잘 팔리면 종잇값을 인상한다 해도 부담이 덜할 것이다.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 출판문화는 내용보다는 치장이 발달하다 보니 종이도, 인쇄도 고급스러운 쪽으로 치닫는다. 대형 서점 매장에 깔린 화려한 책들을 보면 출판사를 운영하는 나 자신이 한숨부터 나온다. 

거래처에서 날아온 메시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3월 1일 자로 제지사에서 인쇄용지 15% 및 로열 아이보리 10% 가격 인상을 예고하였습니다. 국제 펄프가격 인상 및 수요증가에 따른 공급 부족 등으로 인해 부득이 15%를 인상한다고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시기에 이런 제지사의 결정에 지류조합 및 유통업계에서 강하게 어필은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좀 더 지켜보고 변동 상황에 대해 추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가뜩이나 위축되어가는 종이책 시장은 종이값 인상으로 점점 더 위축될 것이다. 나는 전자책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차이는, 나무와 같은 사물을 눈빛으로 직접 보는 것과 스마트폰 사진이나 영상으로 그것을 보는 것과 같다. 이 차이에서 전해지는 느낌이나 감동 또한 다르다. 한마디로 전자책은 모든 색이나 글씨를 반사되는 빛을 통해 보는 것이다. 그럼에도 종이값이 인상될 때마다 전자책을 넓혀야 하나 하는 것이다. 세월이 좀 더 흐르면 모르겠지만, 종이책과 전자책은 소장의 가치에서도 무게감이 다르다. 나는 종이책이 인간의 본성에도 가깝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아무리 출판 부수가 낮아졌다고는 하나 그래도 언론사들도 종이 소비량이 만만찮을 텐데 매년 오르다시피 하는 종잇값 인상에는 관대한 듯하다. 그나저나 전국 출판사에서 소비하는 종이량도 역시 엄청날 텐데 제지 회사 직원들은 책을 좀 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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