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책 홍보 동영상을 만들어 유투브에 올린다. 하지만 조회수는 1년이 가도 한 자릿수가 대부분이다. 내가 만든 동영상 자체가 호소력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애초 ‘책’이라는 제목만 보고 클릭을 안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동영상이야 멋지게 잘 만들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실력이 안 되니 능력 안에서 만들 수밖에.
어느 날 우연히 ‘신음소리’라는 낱말이 제목으로 들어간 동영상을 올렸다. 여기의 ‘신음소리’는 삶의 고단함을 의미하였다. 그런데 조회수가 순식간에 몇 백이나 되었다. 그 낱말의 민감함이 놀랄 정도였다.
어찌 되었든 홍보 동영상의 최종 목표는 조회수를 올리는 것이다. 아무리 잘 만든 동영상이라도 조회수가 없다면 헛일이다. 나는 이 ‘신음소리’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새로운 동영상을 한 번 더 유사한 제목으로 올렸다. 역시 조회수 급상승하였다.
물론 음란성과 관련 없는, 조회수가 수십만, 수백만이 넘는 동영상들도 넘쳐난다.
음란물 접속률 1위
우리나라 사람들이 음란물 접속률 1위란다.
일본이 1위일 거 같은데 뜻밖이다.
사실이라면 다소 부끄러운 일이다.
아무래도 음란물 접속은 인터넷이나 SNS, 스마트폰 보급률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들 또한 우리나라가 최상위라니 말이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언제 어디서나 음란물을 쉽게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은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정서적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지나친 음란성이나 폭력성을 띤 동영상 접속은 이들의 정서를 피폐케 하거나 파괴할 수도 있다.
어른들 중에도 정서 장애를 지닌 이들이 적잖다. 아마도 살아오면서 좋은 기운이 쌓이기보다 어두운 기운이 더 쌓였기 때문일 것이다. 우울증이 깊어져 끝내 자살을 하는 경우도, 어두운 기운이 영을 지배하였기 때문이다.
나 자신도 어떤 때는 어두운 기운에 사로잡혀 산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정서 결핍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우연일지 모르지만 내 주변에서 치매를 앓는 어른들의 지난 삶을 보면, 어두운 정서가 깊었다. 치매도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고 하면 지나친 억측일까.
음란물은 어두운 기운을 배양하는 세균 덩어리이다. 우리나라가 음란물 접속이 1위라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밝은 기운보다 어두운 기운이 강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범죄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기사로 쏟아지는 걸 보면 터무니없는 생각은 아니지 싶다. 잔혹한 범죄는 대부분 정서 불안정에서 야기되기 때문이다.
여전히 OECD 국가 중 독서율 꼴찌, 자살률 1위 등을 우리에게 흐르는 기운과 비껴보면 음란물 접속 1위도 수긍 못할 일은 아니다. 어두운 기운이 더 강해서 자살을 유혹하고 독서 같은 밝은 기운을 막아버리는지도 모른다.
영혼을 세탁하다
서울원당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이 시집‘담다’를 출간하였다. 아이들의 시를 읽으며, 아이들 영혼은 지친 어른들의 ‘영혼의 쉼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기교를 부릴 줄 모르는 시들에는, ‘형식성의 시’ 대신 티 없이 투명하고 진솔한 영혼들이 있었다.
‘담다’와 더불어 83세 김술남 할머니 시집 ‘노을을 울리는 풍경소리’나, 오병남 할머니 시집 ‘당신은 나에게 선물이었어요’ 등의 공통점은 시로서의 격식은 부족하지만, 하나같이 맑은 영혼의 울림들이라는 것이다. 어느 시인은 ‘담다’를 보고는 ‘이것이 진짜 시집이다’라고 하였다. 그것은 ‘맑다’는데 방점을 둔 평가이다. 비록 예술성이나 문학성의 감동은 얻지 못할망정, 이러한 시집을 통해 힘든 세상을 살아가며 거칠어진 정서를 순화하고,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힘(기운)은 충분히 얻는다는 것이다.
반면 이상범 시인의 시집 ‘쇠기러기 설악을 날다’나 ‘푸득이면 날개가 되는’은 예술성과 문학성을 두루 갖춘 디카시집이다. 평생 구도자처럼 시를 써 온 분의 작품이라 맑고 깊으면서 깨끗하다. 영혼을 맑히는 책 한 권을 더 꼽으라면, 박광택 화백의 ‘아직도 바람소리가 들리니’이다. 청각장애를 지닌 박 화백은 청각도우미견 소라를 만나면서 우울하였던 영혼이 빛을 찾게 된다.
내 안에 책을 싫어하는 기운이 가득 차 있으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좋은 기운을 그만큼 놓치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