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재테크 서적 <당신의재테크최선입니까?>의 저자이자 재테크 리모델링 전문 컨설팅회사 버킷재테크연구소의 소장 이재철입니다.
# 형편 없는 퇴직연금 수익률
얼마 전 기사를 보니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퇴직연금의 평균 수익률이 1.7%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5월 기준 물가상승률이 2%(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상승률(전년동월비) 인용)였으니 물가상승률만도 못한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죠. 아래 그림처럼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매년 떨어지고 있습니다.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90%에 가까운 자금이 예금에 몰려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약 600만명이 가입한 국내 퇴직연금 총 적립금은 147조원인데 이 중에서 약 130억원이 예금과 같은 저금리 상품에 쏠려 있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퇴직연금이 아니라 ‘퇴직예금’인 셈입니다. 시대에 뒤쳐지는 재테크로 직장인들의 노후가 걱정되는 대목입니다. 반면 미국과 호주의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10% 정도라고 합니다. 이들은 주식과 부동산, 인프라 등에 고루 투자하면서 노후자산의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퇴직연금 가입자 비율을 보면 회사가 운용의 책임을 지는 DB형(확정급여형)의 비중이 DC형(확정기여형. 본인이 운용하는)의 비중보다 훨씬 높습니다. DB형을 담당하는 기업 담당자는 직원들의 노후자산에 손실을 내지 않기 위해 아무래도 예금에 몰빵할 가능성이 높겠죠.
DB형을 DC형으로 바꾸십시오. 그런 후 투자성향이 안정추구형~위헙중립형이라면 수년간 검증된 수익을 냈던 채권형펀드나 채권혼합형펀드로 갈아타십시오. 제가 권해드리는 채권형펀드는 수년간 연 평균 4~6% 정도의 수익을 내왔습니다. 안정성도 갖춘데다 수익률은 예금의 3~4배 수준입니다. 기대수익이 더 높다면 주식혼합형펀드나 주식형펀드로 포트폴리오를 바꾸십시오. 연 1% 차이만 해도 장기투자인 퇴직연금의 특성상 연금 수령 때는 꽤 큰 차이가 나게 됩니다. 제가 이전 칼럼에서 ‘중장기 투자라면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라’라고 조언 드렸습니다. 원금 손실 걱정으로 잠을 못 주무시는 정도가 아니라면 바로 바꾸십시오. 장기투자 상품으로 예금은 낙제 수준입니다.
퇴직연금 가입자라면 자신이 가입한 게 DB형인지, DC형인지 (또는 IRP인지) 확인하십시오. 퇴직연금 내 포트폴리오 변경을 원하신다면 메일로 문의 주십시오.
# 상승장에서도 지속되는 개미들의 눈물
주식 투자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나요~?
지난 3월 조선일보 기사 중에 ‘10년 주식투자 수익… 외국인 78%, 개인 -74%’이라는 흥미롭지만 씁쓸한 제목의 기사가 있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30개 종목을 골라서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투자한 경우를 가정한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수익률이 -74%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기간 동안78%의 수익을 내 두 투자 주체간 수익률의 간극은 자그마치 152% 차이가 납니다.
그렇다면 증시가 활황인 올해는 어땠을까요? 서울경제신문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개인·기관·외국인이 지난해 말부터 5월23일까지 순매수한 상위 100개 종목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기관 : 20.72%, 외국인 : 17.47%, 개미 2.21% | 코스피 : 14.08%
개인투자자에게 올해의 큰 상승장은 그저 ‘남의 잔치’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거의 매년 개미의 주식투자 수익률은 기관과 외국인에 뒤쳐집니다. 아니 그냥 백전백패라고 보시면 됩니다. 개미 전체의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해가 플러스인 해보다도 훨씬 더 많습니다. 아래는 지난해 1년간 투자주체별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수익률 분포입니다. 개인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10개 종목 중 플러스 수익이 난 종목은 단 1개에 불과합니다.
개인은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정보와 자금력이 부족한데다 장기적인 안목 없이 단기 차익을 쫓는데 급급합니다. 개미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코스피 종목보다는 고수익을 노리면서 출렁임이 큰 코스닥에 (기관과 외국인보다) 더 큰 관심을 가집니다. 또한 손절(loss cut)을 잘 하지 않아 종종 물리는데 이는 전체적인 자산 규모 하락의 주범이 됩니다. 3개 종목에 100씩 투자했는데 A, B 종목은 10%씩 수익이 난데 반해 C 종목이 -40%까지 떨어지면 전체 수익률은 -20%입니다. 남 얘기가 아닐 겁니다. 개인들이 주식투자로 눈물을 흘리는 원인들입니다. 수 십년간의 데이터를 보면 개인들은 주로 잃습니다. 그리고 그 손실을 빨리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이 주식 밖에 없다고 판단해 주식투자를 이어가면서 더 큰 돈을 잃습니다.
이래도 주식 투자를 계속 하고 싶으신가요? 필자는 늘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를 권해 드립니다. 매년 개미를 누르는 기관과 외국인들이 주로 투자하는 펀드와 ETF에 투자자금의 일부를 맡기십시오. 단기 차익보다는 최소 2~3년 이상 투자할 생각으로 투자에 임하십시오.
주식 투자를 할 것이라면 투자 전에는 제발 투자의 기본자료이자 회사의 성적표인 재무제표를 최소 한번만이라도 보십시오. 소문이나 지인의 추천으로만 투자하지 마시고 종목에 대해 기본적인 분석을 거친 후 귀한 돈 맡기세요. 그리고 눈높이를 낮추세요. 높아진 눈높이는 종종 부메랑이 돼서 자신의 가슴을 후벼 팝니다. 과거 5년간 꾸준히 연 5~10% 이상 수익을 냈던 펀드들에 연평균5~10% (또는 그 이상) 정도의 기대수익으로 2~3년 이상 투자하십시오.
손실이 났을 때 의사결정을 하기 정말 힘든데 자기만의 손절(손해 났을 때 정리하는 것) 원칙을 정하십시오. -10% 또는 -20%에 도달하면 무조건 파는 식입니다. 단, 초우량주나 중장기투자가 가능한 경우, 그리고 달러와 같은 지수에 투자할 경우 손절이 아닌 물타기로 손실을 만회해볼 필요는 있습니다. 투자기간이 긴데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나 달러와 같은 투자대상들은 언제가는(그리 오래지 않아)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주식투자를 하고 싶으시면 3년 이상 장기투자 안목으로 우량 주식에 접근하세요. 위 문단에서 설명했듯이 우량 주식들은 경기 사이클, 또는 업종 순환매에 의해 언젠가는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물론 그렇지 않은 종목들도 있지만) 아니면 일부 유능한 증권사 PB나 전문가들에게 주식 투자를 일임하세요. 10년 이상 지켜보니 개인이 제한된 정보로 투자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이런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것이 수익률이 더 좋은 편입니다. 어차피 큰 수익을 노리고 주식투자를 한다면 수수료를 아끼지는 마십시오. 그리고 주식 투자의 비중은 전체 금융자산 중에서 30% 이하로 가져가십시오.
내 소중한 돈, 소중하게 굴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