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핼리혜성: 76년마다 지구를 지나가며, 사람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혜성으로 그 주기와 귀환을 예측하고 떠난 에드먼드 핼리의 이름을 따서 핼리혜성이라 부름 **
오늘도 어제처럼 잘 살아냈습니다
아니 그럭저럭 그런 척 잘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밤하늘 올려다보다
기다림에 대해 믿음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당신은 끝내 그 별을 못 보고 눈을 감았죠
밤마다 잉크를 찍어 별의 지도를 그려보며
궤도를 계산하고 별의 귀환을 확신했었을
당신에게 기다림은 보이지 않아도 믿는 것
누군가를 지독히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듯이
혜성이 돌아온 밤 이곳에 당신은 없었지만
당신의 사랑은 그 이름으로 하나가 되었죠
자신의 생을 다 바쳐 바라보는 그 어떤 건
별이든 사랑이든 꿈이든 끝내 닿지 못해도
하늘에 남겨진 연서(戀書)처럼 영원한 각인
기다릴 것이 아무것도 없는 불투명한 생
기다림을 믿고 모든 걸 바쳤던 사람만이
사랑의 이름 하나쯤 남기고 떠날 수 있죠
2. (혜성) 핼리에게
다음 너를 만나는 날, 2061년 7월 28일경
이 푸른 별에는 세 종류의 사람들이 있어
살아서 너를 못 보고 간 사람
살아서 너를 한 번 보는 사람
살아서 너를 두 번 보는 사람.
그게 다야 고작 그게 다일뿐인데
너를 열 번쯤 볼 것처럼 사는 거야
뭘 더 갖겠다고 뭘 더 쌓아두겠다고 헤매며
자기 안의 어둠 속을 떠돌다 생의 불을 끄고
도착할 곳도 모른 채 떠난 이의 마지막 눈빛
인생이란 반짝이는 찰나라고 말해주는데도
76년 만에 돌아오는 너와 약속한 그날
우린 다들 어디에서 너를 보고 있을까
땅에 남아 아니면 별들 가까이로 가서
우리가 떠나면 우리의 아이들이 남아
기다리면 꼭 온다는 사랑을 얘기하며
2061년 7월, 여름 밤하늘을 바라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