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이 풀어놓은 아이들이
재잘재잘 학교로 흘러가고
골목이 배웅하는 어른들이
하품하며 일터로 떠나가면
심심해진 텅 빈 골목
꾸벅꾸벅 조는 동안
살랑살랑 바람이 다녀가고
몽실몽실 구름이 지나가고
재잘대던 아이들도
하품하던 어른들도
타박타박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옵니다
깊은 밤 골목은
타닥, 따스한 별빛을 켜고
사삭, 구겨진 하루를 펴고
깜빡깜빡 졸다
깜짝 눈을 떠요
“앗, 서둘러야지! 벌써 아침이야!”
골목의 품 속에서 밤새 부푼
말랑말랑 햇살반죽을 꺼내
노릇노릇
동그란 아침해를
바삭하게 구웠어요
오늘도
고소한 아침햇살
골목 가득 퍼져가요
-서 있는 의자-
다리 아프겠다
여기 누워 쉬어
"아휴, 너 또 무슨 장난을 친 거야?
의자들을 왜 다 넘어뜨려 놓았니!"
얘들아, 빨리 일어나!
엄마한테 딱 걸렸어!
-옷장 속 친구들-
악어, 소, 여우, 토끼, 오리
캄캄한 데서 심심하지, 다 나와
"어머! 옷장에서 뭘 꺼낸 거니?
가방, 벨트, 목도리, 조끼, 코트!"
얘들아, 숨어 숨어!
엄마 잔뜩 뿔났다!
-어항 속 친구들-
매일 맹물 먹기 정말 맛없겠다
어때, 달콤하지? 조금 더 줄까?
"혹시 여기 있던 설탕통 못 봤니?
얘 얘! 어항에 뭘 넣고 있는 거야!"
얘들아, 얼른 뱉어!
엄마 진짜 화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