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느 한 시절, 생의 어느 순간
"그때는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하지
그런 너를 위한 변명을 해주고 싶었어
지우고 싶었던 날도 돌아보면 눈물겨워
안아주고 싶은 때가 오더라, 살다 보면
1
겨우 봄이었어
무엇이 될지 모르는 씨앗 같았던 어린 영혼
뱉고 나면 후회할 말이 벼랑 끝으로 내달리고
미숙한 아집의 비수는 수시로 널 상처 입혔지
지루한 숙제대신 축제 같은 날들을 살고 싶었어
멈출 수 없는 분홍신 신고 라라라 춤추고 싶었어
그땐 다 그랬어 어른이 되면 자유롭다고 믿었던
창 밖 세상은 꽃길을 펼쳐 널 맞이한다고 믿었던
어리고 어리석은 투명한 믿음이 안쓰럽게 예뻤지
2
어느새 여름
숨 막히게 뜨거운 한낮의 태양 속을 걷고 있는 너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길 위에서 또 길을 찾아 헤매던
숨 가쁜 네가 못 보고 지나친 게 그저 풍경만은 아니야
윤슬처럼 반짝이던 사랑이 얼마나 눈 부신지도 모르고
잃을까 두려워 내던지는 못난 마음조차 자존심이었을까
그땐 손 내밀어 잡지 못하고 왜 그리 많은 걸 놓쳤는지
언젠가 이다음에,라는 시간의 약속에 속는 줄도 몰랐어
실수와 후회가 씨줄 날줄로 얽혔던 한 여름밤의 꿈, 청춘
3
벌써 가을이네
넌 혼잣말이 늘었어 왜인지 "늦었어 늦었어"자꾸 중얼거리지
어디를 가려는 건지 뭘 하려는 건지 몰라도 아직 늦지 않았어
가을은 네 안의 고요한 질문들이 세월의 강 위로 떠오르는 계절
무거운 잎들 내려놓고 적막해진 나무에 기대어 묻고 싶은 말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
움켜쥔 두 손 조용히 펼쳐 누군가의 차가운 손 녹여준 적 있었나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나 되묻는 혼잣말이 슬펐어, 노을 진 저녁
4
겨울이라는 말 좋지 거울 같아서 좋아 마음을 비추는 시간
잠시 멈춰 숨을 고르며 멀리 하얀 눈 덮인 풍경을 보고 있어
곧 지워질 발자국 남기지 않아도 돼 너는 그냥 너로 충분해
뒤늦게 사랑하고 더 늦게 용서했던 것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미워했던 이에게 그동안 미워해서 미안하다고 편지를 썼어
이제 축제는 다 끝났어 하늘이 준 숙제도 겨우 마저 끝냈어
할 말이 또 뭐가 남았더라 생각하다 차오르는 눈물을 꾹 참고
어두워진 밤길을 혼자 걸어가는 너, 저 먼 집의 불빛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