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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Mar 04. 2023

19. 몰입의 기술

리셋_출간_나의 인생을 바꾼 습관

나는 개인적인 가정사로 인해 상당히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모에 대한 원망과 미래에 대한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이는 습관으로 고착화되었다.

단언컨대 지난 40여 년간 몰입이라는 것을 해본 횟수가 손에 꼽는다. 


게임하는 동안 잠시, 요리하는 동안 잠시 몰입을 하려 하면 몰입의 순간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에 극심한 이질감이 느껴져 뛰쳐나오곤 했다. 

마치 현실의 나를 잃어버릴 것 같은 참을 수 없는 느낌이 들곤 했다. 


현실의 나는 과거에 대한 원망과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다면 존재의 의미와 이유도 없는 사람처럼 살아왔다. 

나는 어디에도 집중하기 못했고 머릿속은 늘 다른 생각으로 가득 차있다. 

뭔가에 집중할 대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늘 완전히 다른 영역의 것을 생각한다. 


이런 습관은 고아원에서 10년을 살아오며 굳어진 습관이었다.

시설 안에서의 생활은 기본적으로 바깥세상으로의 이동에 대한 자유가 박탈되어 있었다. 

부모로부터 멀어지고 바깥을 나갈 수도 없으니 무조건 그 안에서 버텨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할 게 없었다. 

나는 버티기 위해서는 다른 생각을 해야만 했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끝없이 그곳을 탈출하고 싶은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나가봐야 갈 곳도 없었다.


나는 내가 있을 곳이 고아원이라는 사실을 끝끝내 인정하지 못했다. 

단지 그 안의 생활에서 견디고 버틴다는 생각만으로 10년을 버텼다. 

고등학교를 졸업을 하고는 드디어 벗어날 수 있다는 후련함이 가장 컸다.


19살이 되어 사회에 나오기 이전부터 10년간 '견디고 버티는' 삶에 익숙해져 있었다. 

나는 그렇게 찬란히 빛나야 할 소년기를 견디거나 버텨야 했고 사회에 나오려 하니 imf가 터졌다. 

그 후로도 20여 년간을 사회에서 버티고 견디며 살아왔다. 


축구를 할 때도 수업을 할 때도 미술을 할 때도 글씨를 쓸 때도 기도를 할 때도 나는 늘 딴짓을 찾아내곤 했다. 

쓸데없이 종이를 얇게 찢거나 전등의 불빛을 노려보며 망상을 불러일으켜 이 세상을 부숴버리는 소설 속의 괴수가 되기도 했다. 

안 그러면 도저히 버틸 재간이 없었다. 


수업에도 전혀 집중이 안되었고 성적은 그저 그랬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만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인 것으로 나를 정형화하곤 했다. 

시간이 지난 후 생각해 보니 나는 스스로에게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었다.


나는 나를 몰입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규정해 두었고 몰입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었다.

      

현장에 있는 그 순간 그것에 최선을 다해 몰입하는 순간 내가 영원이 그곳에 머무를 수도 있다는 안정감을 스스로 박탈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고아원에 몸은 있지만 정신은 바깥을 거닐고 싶었던 심리 상태가 습관으로 굳어져 버렸다.      

그런 사실을 마흔이 넘어서야 가까스로 깨달았다.      


얼마 전 나는 딸아이의 유치원 졸업식에서 힘차게 박수를 치며 아이의 졸업을 축하했다.      

온전히 그 공간과 상황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의식적인 집중이었다.      

잡념을 떨쳐내고 온전히 축하하고 박수만 칠 수 있는 마음을 가져보는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의식적인 습관으로 나를 변화시키고자 하면서 나는 몰입에 좀 더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을 만낄 할 수 있는 마음과 신체가 만들어진 것이다. 


과거에 대한 원망과 생각도 의식적으로 하지 않으려 한다. 

미래에 대한 걱정도 상상력을 부풀리며 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 당장 내가 있는 공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순간에 집중하는 나를 만들기 위해 의식적인 습관과 루틴을 체화하게끔 설계했다. 

축구를 하면서 축구만 생각하고 책을 읽으면서 책만 생각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몰입이다.


온전히 순간에 집중하고 몰입하자. 


삶의 거추장스러운 부분들을 도려내고 망각하자. 

잡음을 일으키는 소음의 원천을 차단하고 인연을 말끔하게 정리하자. 

지금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 감사하고 온전히 사랑해야 할 것들을 사랑하자.

나를 존중하고 내가 지금 위치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최대한 즐겨보자. 


의식적인 습관으로 강건해진 나는 몰입의 상태로 진입하고 자유를 얻으며 충만한 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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