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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Mar 04. 2023

21. 아주 작은 시작의 힘 마인드 시트

나를 진짜 사랑하는 건 느낌이 아니라 행동이다.

나는 매일 아침 6시에 눈뜬다. 

핸드폰 알람과 테이블 위의 알람시계 알람을 각각 맞추어 놓는다. 


처음 결심을 하고는 7시에 일어났다. 

7시에 일어난 지 35일이 지나고 나서야 5분을 줄일 수 있는 용기와 결단이 생겨났다. 

6시 55분으로 알람을 앞당겼다.

그전까지는 매일매일 아침에 눈을 뜨고 침대를 내려오는 것이 지옥 같았다. 

평생을 내 맘대로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고 주말에는 11시까지도 늦잠을 자던 습관을 한 번에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각오는 했지만 그렇게까지 힘이 들 줄은 몰랐다.


35일 만에 5분을 앞당긴 것에 나는 큰 영감을 얻었다. 

습관을 다룬 모든 책에서 강조하는 것이 있다. 

가장 쉽고 작은 것을 가장 먼저 습관으로 정착시켜 보라는 조언이었다. 

나는 현재 6시에 일관되게 일어난다. 

이는 휴일이나 주말에도 여지없이 동일한 시간에 일어난다. 

만약 처음부터 5시에 일어난다고 했다면 나는 여지없이 얼마 못 가 실패하고 말았을 것이다.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고 양치를 한다. 

소금물로 가글을 하고 세수를 한다. 

공복에 물을 한잔 마신다. 

차를 한잔 마실 때도 있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한다. 

목을 좌우로 위로 돌려보고 밤사이 아픈 곳은 없는지 체크한다. 

침대 위의 이불을 갠다. 

책상에 앉아 단전호흡을 1회 한다. 

목표를 1번 소리 내어 읽고 쓴다. 

감사한 일 1가지를 쓴다.


위의 일들이 적혀있는 나만의 마인드셋 시트가 있다.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바로 마인드셋 시트를 한 장을 출력한다. 

미리 뽑아두는 것은 루틴에 맞지 않기에 무조건 하루에 한 장씩 출력하는 것이다. 

몇 글자를 적고 몇 문장을 소리 내어 읽고 체크박스에 체크를 하며 아침에 해야 할 일들을 하나의 시트로 묶어둔 것이다. 

시트에 있는 최소한의 일을 하는데 정확히 13분이 걸린다. 

다만 명상이 길어지면 시간이 늘어나기도 한다. 


나는 언젠가 시트에 적힌 모든 일을 '하루아침에 한 번에 제대로' 하려다가 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다. 


남들처럼 명상을 10분 혹은 20분씩 할 자신이 없다. 

다만 학창 시절 배워둔 단전호흡을 1회 한다는 생각으로 밤새 부족해진 뇌의 산소를 공급한다는 생각으로 호흡에 집중한다. 

정말 의지가 안 생기면 1회만 하고 관둔다. 그래도 뇌에 충분한 산소와 휴식을 준다는 생각에 미치면 2분가량 하는 날이 있기도 하다. 마음이 동하는 어느 날은 10회 이상을 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유튜버의 유도 명상을 따라 10분가량을 하기도 한다. 

다음날 또다시 호흡을 1회만 하기도 한다. 


남들처럼 매일 목표를 100번씩 쓰고 100번씩 읽을 절실함도 자신도 없다. 

그래서 딱 1번만 쓰고 소리 내어 읽기로 했다. 


현재 쓰고 소리 내어 읽는 나의 목표는 '6월까지 책 초안을 완성했다'이다. 

초안이 완성되면 투고를 할 생각이고 2023년 내에 출판을 하겠다는 목표를 쓸 계획이다. 


매일 아침 지금 눈뜨고 가족들이 건강함에 감사한 일로 적는다. 

그 후 2시간 동안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며 치열하게 시간을 보낸다. 

전날 쓴 글을 탈고하기도 하고 써둔 글뭉치를 정리하는 일도 하곤 한다. 

차를 마시고 배가 고프면 간단하게 바나나와 두유 등을 섭취한다. 

아내가 출근하기 위해 문을 열고 나오고 아이들을 깨우거나 아침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나는 이때까지의 시간을 책과 글쓰기에 빠져 허우적대다 아쉬운 마음을 이끌고 주방 앞에 선다. 


이것이 나의 아침 루틴이다. 


개인적으로 실행장벽이 높은 일들을 간단하고 작게 만들어두고 실행부터 해보자. 

1번이면 족하다 100일 후에는 10번이 될지 20번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하루 30분이란 시간 동안 명상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엄두가 안 나서 지레 겁부터 먹고 안 하게 되는 수가 생긴다. 

1분도 아니다. 

딱 호흡 1번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코로 천천히 배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천천히 내뱉어 본다. 

이게 다이다. 

작고 쉽게 시작하라. 

최대한 늦게 일어나도 상관없다. 다만 일관되게 일어나겠다는 결심이 중요하다. 

책을 한 줄 읽고 글을 한 줄 쓰는 행동 자체가 중요하다. 

그렇게 하루에 한 줄 한 줄 쓰다 보면 한 페이지가 되고 책이 된다. 

우리네 인생이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그러하듯 그렇게 습관도 쌓여가는 것이다. 


나를 챙기는 건 나뿐이다. 


3월 10일에 이르러서야 나는 아래의 사실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를 챙기는 건 나뿐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평생 나의 신체와 정신을 심각하게 방치해 둔 채 살아왔다. 

나를 점검하지 않고 되는대로 마구 살아낸 것이 뼈저리게 느껴지는 아침이었다. 

처음 습관을 만들어갈 때만 해도 제대로 살자라던가 성공을 위해서라는 의도가 더 컸다. 

하지만 루틴을 반복할수록 내 몸에 미안한 마음이 점점 더 커져갔다.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하지 않고 잠에 든 지 이틀째였다. 

아침에 일어난 나는 세상에 이렇게 가벼운 아침을 처음 맞아본다. 

마치 깊은 숲 속의 통나무집에서 자연스럽게 해와 함께 눈뜬 기분으로 기상할 수 있었다. 


나는 잠들기 전 수시간 전부터 rpg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시청하며 잠에 드는 버릇이 있었다. 

사실 3월 8일까지 이어져오던 이 버릇은 내가 가장 고치기 싫은? 가장 고치고 싶지 않은 습관이었다.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하지 않는 나는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너무나 핸드폰이 하고 싶었다. 

딱 한 번만 해보면 되는데 그것을 못했던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가글을 하는 것은 밤사이 입안의 나쁜 세균을 몰아내는 목적이 있다.

공복에 물을 한잔 하는 습관은 밤사이 부족해진 수분을 보충해 준다.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손 닿는 곳을 가볍게 주물러 준다. 

아픈 곳은 없는지 불편한 곳은 없는지 파악해 보는 것이다. 

명상과 단전호흡을 하는 것은 밤사이 산소가 부족해진 뇌와 몸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해 주는 목적이 있다. 


건강한 아침을 먹으려 노력한다. 

하얀 식빵을 피하고 통곡물 식빵을 먹는다. 

산도가 높은 과일이나 커피는 피한다. 

닭가슴살이나 현미누룽지 방울토마토 양배추 미역국 등 위에 부담이 적은 음식을 차린다. 

적게 먹고 꼭꼭 씹어 먹으려 노력한다. 

브랜드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나는 샷추가 아메리카노를 하루에 평균 3잔 ~ 5잔 사이를 마시는 사람이었다.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나처럼 신장이 약하고 수면장애가 있는 사람은 카페인을 피해야 했다. 

하루에 딱 한잔만 믹스커피나 홍차잎을 우려 마시곤 한다. 이마저도 며칠간격이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 

알코올은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몸소 체득하고 나서야 내린 결정이었다. 

습관적으로 흥을 위해 마시던 맥주와 소주등을 의식적으로 피한다. 

기념일에 와인 한잔정도를 마시는 것이 다이다. 

나는 와인 자격증이 있으며 집에 칵테일 제조를 위한 기물과 리큐르가 구비되어 있을 정도로 술을 좋아했다. 

사람들과의 즐거운 술자리를 좋아했고 밤이 새도록 수다를 떠는 걸 좋아했다.


과거를 잊고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하고 말을 많이 하지 않으려 한다. 

오지랖을 부리지 않으려 하고 부모와 친구와 지인들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했다. 

관계를 통해 상처받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는 법을 배우고 실천한다. 

나는 고립을 선택했고 고독을 연습하는 중이다. 

혼자만의 방에서 혼자 글을 쓰고 혼자 자고 혼자 일어난다. 


나는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말이 뭔지 몰랐다. 

그냥 단순히 자신을 챙긴다는 생각을 한다. 감정을 가진다. 정도의 뉘앙스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나를 습관과 루틴의 규율 속에 넣다 보니 진짜 나를 사랑하는 건 나를 돌보는 일이구나를 통감하게 되었다. 불안한 마음이 들 때는 좋은 일을 만들어 주었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는 고개를 흔들며 다른 즐거운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걱정이 몰려오면 생산적인 일을 하도록 내몰았다.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하고 운동을 한다. 

나를 다듬고 나를 칭찬한다. 

이름을 부르며 소리 내어 매일 가슴을 두드리며 칭찬해 준다. 


살면서 이렇게 까지 나를 돌보고 사랑해 준 적이 있는가. 

나는 단연코 단 한 번도 없다. 

즐겁게 사는 것이 좋다며 마구잡이로 나를 혹사하며 살아왔다. 

이런 나에게 나의 몸은 마지막으로 비명을 질렀다. 

작은 병에도 크게 아플 거라며 아우성을 친 것이다. 

나는 그제야 심각함을 알아차렸다. 


타인을 바꿀 수 없듯이 나를 챙기는 건 오롯이 나뿐이다. 

진짜 나를 사랑하는 건 감정적 느낌이 아니라 진짜 내 몸과 마음을 매일매일 돌봐주는 것이다. 

아픈 곳은 없는지 기분은 어떠한지 잘 먹고 잘 싸는지 잘 자는지 소중하게 다뤄주는 것이다. 

그것이 진짜 나를 사랑하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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