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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는 여행중 Jan 13. 2024

[10-12월] 공군 자기계발 일지

10월 자기계발 (D-590)

아직 신병이어서 그런 게 분명하지만 시간이 꽤나 빨리 간다. 하루는 언제 가는지 싶어도 되돌아보니 어느새 10월이 다 흘러가있었다.  

10월에는 책 두 권을 읽었다. ‘초예측’과 ‘조용히 이기는 사람들’. 초예측에서는 유발 하라리를 비롯한 세계각 분야 석학들의 미래에 대한 통찰을 엿볼 수 있어서 굉장히 흥미로웠다. 조용히 이기는 사람들은 절제의 미덕을 다룬 자기 계발서였는데, 공감되는 부분은 있었지만 기억에 남는 내용은 없어 조금 미지근했다. 두 권 모두 원래 읽으려고 했던 책은 아니고 생활관 책장에서 우연히 발견했는데, 훈련소 때부터 핸드폰 없이 남는 시간에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유익한 습관이 하나 생긴 것 같다. 그리고 좋은 글을 쓰려면 다른 사람들이 쓴 글부터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체련실에 인바디기계가 있어 측정해 보니 몸무게 80kg에 체지방률 25%. 2022년 6월에 75kg 체지방률 18%였던 걸 생각하면 분발해야겠다. 다행히 동기 중에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서 같이 헬스 하기로 했다. 유산소 운동을 위해 운동장도 뛰고 선임들과 테니스와 탁구도 종종 쳤다.

     동기들이 많고 모두 잘 맞아서 다행히 자대 생활에는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아직 실수도 많이 하고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일도 차츰 익숙해져가고 있는 것 같다.  10월 중순에는 일병이 되었다. 막 그렇게 큰 감흥이 든 건 아니었지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0월 말에는 휴가를 나왔다. 바깥공기는 맑고 상쾌했다. 육군으로 복무 중인 대학교 선배와 서울 3대 고깃집이라는 몽탄을 갔는데 우대갈비가 굉장히 맛있었다. 저녁때는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서 멘야준에서 시오라멘을 먹었는데 배불러서 맛을 제대로 느끼진 못했다. 라멘은 커피와 더불어 내가 언젠가 배워보고 싶은 음식 분야 중 하나다. 12월에 육군 어학병으로 입대하는 친구도 만났는데 웃음이 나왔다. 육군인데 나보다 늦게 전역이라니…


11월 자기계발 (D-559)

11월에도 책을 두 권 읽었다.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와 최재천 교수님의 ‘다윈 지능’. 백종원 선생님은 워낙 유명한 분이기도 하고 나도 나중에 언젠가는 식당 창업을 해보고 싶은 꿈이 있어서 이 책을 골랐다. 아직 내용이 많이 와닿지는 않았지만 아낌없이 풀어주시는 백종원 선생님 본인의 경험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  최재천 교수님도 유튜브 구독자로서 나름 내적친밀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생물학이라면 상상만 해도 머리가 아프지만 자유의지를 비롯한 흥미로운 주제가 많아서 재미있게 읽었다.

18일에는 테샛(TESAT) 시험을 봤다. 테샛은 한경에서 주관하는 경제 이해력 시험인데, 포상휴가를 위한 가점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응시했다. 나는 경제학과여서 기본 베이스는 있다고 생각해 따로 공부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3일 전부터 머릿속에서 지워진 미시, 거시 경제학 개념을 훑어보고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핵심 문항 70선을 쭉 풀어 보았다. 그리고 테샛 시험 후기 블로그들에서 공식 홈페이지에 시험 며칠 전에 올라오는 시사 경제 용어 따라잡기를 꼭 보고 가라고 했는데 역시나 네다섯 문제가 여기서 출제되었다. 성적은 시험 다음 주에 나왔다. 결과는... 1등급으로 합격. 3등급만 받아도 휴가 하루를 받을 수 있어서 큰 걱정이 없긴 했는데 점수가 딱 269점으로 1점만 더 받으면 s급이어서 살짝 아쉬웠다. 그래도 공부한 시간대비 가성비가 훌륭한 시험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안 본 공군인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https://www.tesat.or.kr/bbs.frm.view/tesat_notice?no=14376​​

일본어 공부도 시작했다. 군대에서 자기 계발로 꼭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바로 일본어 배우기였다. 목표는 JLPT N3. 중학교 때 제2 외국어로 1년간 일본어를 배우긴 했지만 현재는 히라가나만 대충 읽을 수 있는 정도로, 노베이스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선 입문용 교재로 추천을 받은 ‘일본어 무작정 따라 하기’라는 책을 구매했다. 인터넷에서 오디오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들으면서 공부할 수 있는데, 하루치의 분량이 많은 편이 아니어서 매일 가볍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는 Day 10까지 들었다.

운동도 계속하고 있다. 매일까지는 아니지만 이틀에 한 번은 체련실에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가슴운동을 하는데 벤치프레스 60kg가 들렸다. 원래 가슴이 제일 약하기도 하고 예전에 시도했다가 실패한 뒤에 무서워서 도전도 안 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수월하게 들려서 살짝 놀랐다. 턱걸이 한 개도 겨우 했었는데, 이제 두 개는 거뜬히, 세 개는 겨우 가능하다. 작은 변화다. 그래도 눈에 띄는, 기분 좋은 변화다.


12월 자기계발 (D-529)

2일에는 워드프로세서 필기시험을 봤다. 워드프로세서는 말 그대로 문서 작성 프로그램 사용 능력을 검증하는 자격증인데 필기와 실기로 나누어져 있다. 유튜브에서 먼저 개념 강의영상을 보고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기출문제를 풀어봤다. 동기 한 명과 같이 보러 갔다 왔는데 시험 난이도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문제 은행 느낌이어서 기출문제 자료를 여러 번 보는 걸 추천한다. 커트라인만 넘기자는 마음가짐으로 공부를 거의 안 해서 조금 불안했는데 결과는 다행히 합격! 40점 미만은 과락이어서 2과목에서 아슬아슬했다.  

12월의 하이라이트는 다름이 아닌 ‘데미안’을 읽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내가 언젠가 꼭 읽어봐야지 하고 계속 미루고 있던 책이었다. 그러다 이번에 드디어 책을 펼치게 되었는데, 읽으면서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책 전체가 명대사였다.


 “ 그저 스스로에 대해 곰곰이 성찰해서, 네 본질에서 진정 원하는 대로 행동해야 해. 다른 방법은 없어.”


 “각성된 인간에게 부여된 의무는 단 한 가지, 자신을 찾고 자신의 내면에서 견고해져서 그 길이 어디에 닿아있건 간에 조심스럽게 자신의 길을 더듬어 나가는 일.”


 “새는 알에게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누구든지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여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회계 공부를 시작했다. 경제 전공이긴 하지만 회계는 문외한이었다. 회계에 관심은커녕 오히려 나는 회계가 지루한 학문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세금이나 이자율 계산하는데서 과연 어떤 성취감이나 희열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컸다. 그래도 가점, 그리고 혹시나 내가 몰랐던 회계의 매력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번 공부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욕심내서 2급을 건너뛰고 바로 회계관리 1급을 따려고 교재도 사고 인강도 듣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대변차변과 같은 기초 원리 개념도 없이 재무회계에 들어가려니까 벽을 느꼈다. 길고 낯선 단어들 때문에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지만, 일단 계속해봐야겠다.

18일에 인바디를 측정했다. 체중 80.9kg 골격근량 35.2kg 체지방률 23%. 근육이 좀 붙은 것 같아서 나름 만족스럽다. 이제 식단관리까지 조금씩 해서 다이어트도 해야겠다. 목표는 75kg.

연말이어서 업무가 좀 많았다. 바쁘게 일하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군대에서 시간이 빠르게 간다라는 말을 내가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정말로 생각보다 빠르게 간다. 아직까지는. 새해에는 글을 밀리지 않고 써야겠다.


[10 - 12월 자기 계발 요약]

1. 독서 5권

2. 벤치프레스 60kg, 턱걸이 3개 가능

3. 테샛, 워드프로세서 필기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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