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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는다는 것은 곧 길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10-11월] 공군 병장의 자기 계발 일지 D-193

by 강프란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나와 내 주변과 우리나라와 이 세상.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 가장 큰일 난 사람은 아직 전역까지 200일이나 남은 나 자신인 것 같다. 머리가 복잡하다.


10월은 선선해지는 날씨를 즐기다 보니 금세 흘러갔다. 일하고 운동하고 일본어 공부하고. 반복되는 일상에 감사하면서도 부대 생활에 편해진 나의 모습에 가끔씩 소름이 돋기도 한다.


국군의 날 즈음 근처 어린이집 아이들의 귀여운 손글씨가 담긴 편지를 받았는데, 그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문장이 하나 있다.

‘하루종일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눈이 아플 텐데 그래도 우리나라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군이어서 하늘을 보면서 하늘을 지킨다고 생각한 아이의 순수함에 며칠 동안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11월 1일부로 나는 병장으로 진급했다. 꽉 찬 약장을 보니 뿌듯했다. 이제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구나. 우리들끼리 쓰는 속 된 말로 ‘짬이 찼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이건 나의 단단한 착각이다. 아직 기뻐하긴 많이 이르다. 공군에서의 병장 생활은 약 7개월이니 말이다. 즉, 집에 가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12월 1일에 치는 JLPT 시험을 위해 본격적으로 시험공부에 돌입했다. N1부터 N5까지의 레벨이 있는데 나는 N3를 본다.


시험은 크게 어휘, 독해, 청해 파트로 나뉘어 있다. 인터넷에 많은 정보와 팁이 넘쳐흐르기 때문에 내가 공부한 방법을 간략히 적어보자면, 우선 무작정 단어를 외운다. N3레벨부터는 한자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한자 단어들을 얼마나 잘 외우느냐가 관건이다. 단어를 외우다 보면 독해 문제가 조금씩 풀린다. 청해는 확실히 많이 들을수록 실력이 는다. 나는 유튜브에 올라와있는 자료들을 적극 활용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헷갈리는 문법 유형과 자주 나오는 접속사, 부사 등을 정리하며 공부했다.


그리고 학점은행제를 시작했다. 미국 cpa 자격증을 위해선 대학 학점 요건을 맞춰야 하는데 재학생 신분으로 시험을 보기 위해선 이 방법을 택해야 한다. 아직 본격적으로 cpa를 할지 말지도 결정된 건 아니지만 큰 무리가 가지는 않아서 수업을 들어보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공군 인권 모니터단 활동을 마무리했다. 내가 특별하게 큰 기여를 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그래도 여럿 차례의 간담회 참석을 통해 이런저런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고민해 볼 수 있는 보람찬 시간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요즘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다 때때로 ‘생각만 해선 바뀌는 게 없지 않나.’ 하고 회의감이 든다. 근데 생각이 곧 나의 기분이 되고 그게 다시 나의 현실이 되는걸. 그러니까 우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 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최근 내가 위로받은 문장이 하나 있다.

‘You did the best you could with what you had and who you were at the time. Forgive yourself.’

너무 나 스스로를 자책하지 말자. 모든 건 경험이기에 나는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불안이라는 감정을 즐겨봐야겠다.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갑작스럽게 추위가 찾아왔다. 군대에서의 눈은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라지만 내 눈에는 여전히 아름답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남은 한 해를 따뜻하게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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