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공군 병장의 자기 계발 일지 D-163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모순’을 읽은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주옥같은 문장들에 사로잡혀 순식간에 책 한 권을 완독 했다. 삶에 대한 깊이와 그 안의 모순이 이 책 속에 가득 담겨있었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나의 삶에 대해, 나의 선택에 대해, 이십대라는 나이에 대해, 그리고 인생의 모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도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사랑에 대해 조금, 정말 아주 조금은 알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조금만 더 일찍 읽을걸.
내가 다음 읽을 책을 선정하는 기준은 단순하다. 책의 제목이 얼마나 내 마음속에 꽂히느냐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순은 다소 추상적인 제목이었음에도 이상하게 꼭 읽어보고 싶었다. 이제는 내 인생 책이 되었다.
12월에는 드디어 JLPT 시험을 치렀다. 그동안 틈틈이 공부해 온 일본어 실력을 검증하는 운명의 세 시간. 에너지 드링크 한 캔 시원하게 마시고 시험장에 들어갔다.
단어를 많이 외워 둔 덕인지 다행히 문제를 풀 때 시간이 부족하다거나 크게 막히는 부분은 없었던 것 같다. 대신 청해 파트에서 좀 헷갈리는 문제들이 있었다.
결과는 1월 말쯤에 나온다고 한다.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에 결과가 어떻든 후회는 없다!
휴가를 다녀왔다. 곧 육군에서 전역하는 고등학교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 고등학교 때 이야기를 나누다가 군인이 되어버린 우리를 보면 새삼 시간이 빠르다는 것이 느껴진다. 고등학교 입학했던 게 어제 같은데.
‘녹기 전에’라는 아이스크림 집. 포춘쿠키처럼 아이스크림 컵에 신년운세가 붙어있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말라
나한테 필요한 말이었다. 아이스크림한테 감동을 받을 줄이야. 그건 그렇고 여기 아이스크림 너무 맛있었다. 밤 10시, 우리는 영하의 온도에 밖에 서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아이스크림은 추울 때 먹어야 더 맛있다.
2024년이 다 지나간다. 군인으로서의 1년. 나, 나름 열심히 살았다. 돌아가기는 싫지만 되돌아보면 모두 소중한 순간들이다. 그리고 감사하다. 처음 입대했을 때 2025년은 까마득한 미래였는데 정말 국방부의 시계도 흐르긴 하나보다.
모순에서 이런 문장이 나왔다.
이십 대란 나이는 무엇인가에 사로잡히기 위해서 존재하는 시간대다. 그것이 사랑이든, 일이든 하나씩은 사로잡힐 수 있어야 인생의 부피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다.
내년에 나는 무엇에 사로잡힐까. 너무 기대된다.
새해에는 좋은 소식만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올 한 해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