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야기#18 담배빵!
기억할 수 있어서 좋네!
며칠 전 오랜 지인과 술을 마셨다.
하필 그때 그 지인의 담뱃불이 내 신발에 떨어졌고
구멍이 생겼다.
신발에 동그랗게 담배빵이 생겼는데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화를 낼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 아버지가 생각났다.
아버지는 몸이 불편하였지만 담배를 폈다.
난 담배 피우는 아버지가 미웠다.
아버지는 몸이 불편해서 항상 운동복을 입으셨다.
난 운동복만 입는 아버지가 미웠다.
아버지는 몸이 불편하기에 담뱃불을 잘 못 끄셔서 운동복에 담배빵이 항상 있었다.
난 담배빵이 있는 옷을 입는 아버지가 미웠다.
원래 말끔한 아버지였다.오늘 많이 그립다.
난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았다.
담배, 운동복, 담배빵이 싫었다.
근데 지금 담배빵 덕에 아버지를 또 느낀다.
오늘만큼은 담배빵은 그리움과 같다.
덕분에 생각하고 느낀다.
아니 어제의 그리움도 담배빵 같았다.
너무 강렬해서 아파서 싫었지만
그 덕에 더 생각하고 더 느꼈다.
또 시간이 흐르면 그리움이 옅어지겠지만
잔상들이 담빵 같이 남아
이야기가 될 것 같다.
기억할 수 있어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