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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이 Sep 14. 2023

아버지 이야기#18 담배빵!

기억할 수 있어서 좋네!

며칠 전 오랜 지인과 술을 마셨다.

하필 그때 그 지인의 담뱃불이 내 신발에 떨어졌고

구멍이 생겼다.

신발에 동그랗게 담배빵이 생겼는데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화를 낼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 아버지가 생각났다.

아버지는 몸이 불편하였지만 담배를 폈다.

난 담배 피우는 아버지가 미웠다.

아버지는 몸이 불편해서 항상 운동복을 입으셨다.

난 운동복만 입는 아버지가 미웠다.

아버지는 몸이 불편하기에 담뱃불을 잘 못 끄셔서 운동복에 담배빵이 항상 있었다.

난 담배빵이 있는 옷을 입는 아버지가 미웠다.

원래 말끔한 아버지였다.

오늘 많이 그립다.

난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았다.

담배, 운동복, 담배빵이 싫었다.

근데 지금 담배빵 덕에 아버지를 또 느낀다.


오늘만큼은 담배빵은 그리움과 같다.

덕분에 생각하고 느낀다.


아니 어제의 그리움도 담배빵 같았다.

너무 강렬해서 아파서 싫었지만

그 덕에 더 생각하고 더 느꼈다.


시간이 흐르면 그리움이 옅어지겠지만

잔상들이 담빵 같이 남아

이야기가 될 것 같다.


기억할 수 있어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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