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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이 Sep 22. 2017

아버지 이야기#17 산과 추억(삼막사 약수)

2014.3.1. 아버지 대신 쓴 버킷 리스트

(지금까지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회상하며 쓴 글이었습니다.)

(이번 글은 아버지가 요양원에 계실 때 쓴 글을 옮깁니다.)

오늘 내가 삼막사에 간 이유는...

얼마전 아버지와 작은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이다.

울 아버지는 약주도 좋아하고 약수도 좋아했다.

울 아버지가 최고로 치는 약주는 소주....

울 아버지가 최고로 치는 약수는 삼막사 약수....

그래서 아버지와 약속했다.

봄이 오기전 찬 삼막사 약수 떠서 드겠다고...

어르신들은 무조건 괜찮다 싫다 한다...

하지만 그게 정말 그런거는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안다....

예를들면 샤르르 녹는 치즈케잌을 사가거나

달콤한 골드키위를 사가면 싫어할 것 같지만 정말 잘 드신다...

그리고 아들이 직접 부친 밀전병은 왜 갖고 왔냐고 투덜 대지만 엄청 잘 드신다... D급 요리사인 내가 행복할 정도로....

그래서 아버지의 포켓리스트를 내가 대신 쓰기로 결심했다...

그 중 하나가 삼막사의 약수고 관악산의 사진이며 나의 회상이다...

그런데 삼막사는 바꿨다 ...

옛날의 절보다 더 커졌고 약수는 흔적도 없다...

그 옛날의 약수를 찾아 한시간을 돌아 다녀도 없다...

 감했고 맘이 약간 쓰라였다...

아버지뿐만 아니라 나 추억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정말 정안수 뜨듯 정성으로 아버지께 드리고 싶었고

나도 몸에 땀이 가득한 채 꿀꺽꿀꺽 마시고 싶었는데....

그래서 그냥 삼막사의 물을 내 물병에 담았고 난 막걸리 한사발을 드리켰다...

아버지께 사실대로 이야기 할까...

약간의 허구를 이야기 할까 고민이다...

삼막사 칠보각 남근석
삼막사 칠보각 여근석

삼막사에는 칠보각이란 곳이 있다...

그곳이 유명햔데 그 이유는 남근석과 여근석이 있기 때문이다...

소원을 비는 방법 중 두가지는 주전자에 물을담아 여근석과 남근석에 뿌리는 것과 그 돌들에 동전을 붙이는 것이다...

난 물을 뿌리기에는 내가 뜬 물이 아까웠고(아버지 드려야징...) 동전은 없었다...

그래서 땅에 떨어진 동전을 세개 찾았고 바위에 붙쳤다.

그리고 바램을 속으로 읊었다...

이 떨어진 동전의 원래 희망이 이뤄지기를 그리고 내 삶이 그로 인하여 바라는 삶에 가까워지기를....

내가 주워서 올려 놓은 세개의 동전

난 오늘 아버지와 동전 세개의 주인들을 대신하여 바램이 적힌 버킷리스트를 썼다...

물론 그들의 바램이 내 소망이기도 하다...


이제는 이 버킷리스트도 추억으로 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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