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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이 Jul 02. 2017

아버지 이야기#16 아침잠

잠, 아니 운동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뽑으라고 하면 난 주저 없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낮과 밤이 공존하는 시간"

이런 시간은 하루에 두 번 있다.

아침과 저녁이다.

이 두 가지 시기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난 아침을 선택한다.


나의 어린 시절 아침은 항상 부모님과 함께 였다.

우리 가족 중에 가장 빨리 눈을 뜨는 것은 항상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깨우시고 나를 깨우는 시간은 새벽 4시 30분에서 5시 사이이다.

이때 다섯명의 누나는 모두 이부자리에서 꿈나라를 여행하고 있었고 난 그들이 너무 부러웠다.

눈을 뜬 우리 세명은 아버지를 필두로 해서 동네 뒷산에 오르고 지인분들을 만나 보건체조를 하고 윗몸일으키기 및 팔 굽혀 펴기 등의 추가적인 운동을 하였다.

이렇게 운동을 하고 내려오면 새벽 6시 정도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유 하나씩 사서 먹었다.


이런 생활을 하던 중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는 중풍으로 쓰러지시고 난 아침운동이 없는 세상에 살게 되었으며 잠꾸러기가 되어 늦잠 자는 아이가 되었다.

그 후 통제된 생활을 하는 학교에 들어가서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났지만 새벽 4시 30분에 나의 아침을 맞이한 적은 없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지리산 등산

작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는 아침잠이 없어졌다.

원래 그렇게 늦게 일어나는 사람은 아니었으나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난 적은 거의 없었다.

아니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그 시간에 잠을 잤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는 빈도가 늘어났다.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난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났다.

아버지는 산에서 맨손체조를 하였지만 난 출근이 조금 빠른 관계로 걷지 않고 뛴다.

아버지가 그러했듯이 나도 웬만한 비와 눈 그리고 추위를 피하지 않는다.

오늘 아침 뛰는데 나이 들어서 아침잠 없는 것도 아버지를 닮아가나 싶었다.

것이 유전인지 그렇지 않으면 나는 아버지 따라쟁이인지...

43살의 들인 나는 그런저런 생각하며 오늘 비를 맞으며 운동장 33바퀴를 뛰었다.

2017년 7월 2일 비를 맞으며 1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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