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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이 Mar 20. 2017

아버지 이야기#15 뒷모습

2017년 3월 20일 구부정한 아버지...

우리 아버지의 등이 휘었다고 느낀 것은 그의 뒷모습을 처음 보았던 국민학교 5학년 여름이었다.

나는 슈퍼맨을 보고 망토만 있으면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도 다치지 않는다는 신념이 생겼다.

그래서 망토를 두르고 2층 높이의 축대에서 뛰어내렸다.

땅에 닿는 순간 오른쪽 다리가 틀어진 것을 느꼈고 "뚝!"하는 소리를 들었다.

난 친구들에게 아버지를 불러달라고 울면서 소리치었다.

아버지는 어떻게 그렇게 빨리 오셨는지 모를 정도로 정말 순식간에 나타나셨고 나를 업고 병원까지 한달음에 뛰어가셨다.

X-Ray를 찍었는데 오른쪽 정강이뼈가 두 동강이 났었다. 환자의 나이가 어려서 수술은 필요 없고 뼈을 정확하게 맞추면 된다는 것이 의사 선생님의 판단이었다. 곧바로 내 몸을 고정시키고 부러진 다리를 당겼다 원위치시켰다 하면서 정강이뼈를 제 위치로 옮겼다.

나는 이러한 과정에서 태어나서 가장 큰 고통을 느꼈다. 부러지는 것보다 뼈를 맞추는 것이 백만 배는 더 아프고 힘들었다. 고함을 지르고 울고 불고 난리를 치고 있는데 그런 내게 아버지의 등이 보였다.

이것은 외면이 아니다. 이것은 회피도 아니다. 이것은 고통을 같이 참는 것이다.

어린 내가 본 것은 아버지의 구부정한 그렇지만 친숙하고 등이었고 느낀 것은 사랑이었다.

사진으로도 남지 않은 아버지의 등이 보고 싶다.

내 등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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