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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이 Mar 05. 2017

아버지 이야기#14 단팥빵

2017년 3월 5일 든든한 달달함!

나는 원래 팥을 싫어한다.

어렸을 때 붕어빵, 단팥빵 등을 먹을 때는 팥을 골라내고 먹었고 심지어 찐빵도 앙꼬를 빼놓고 먹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팥을 사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팥밥, 팥빵, 팥죽 등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셨다.

오랜 병환으로 몸이 쇠하여 누워서 생활하실 때도 단팥빵을 먹고 싶다고 하여 자주 사드렸다.

그리고 폐에 가래가 껴서 숨쉬기 힘들어지셨을 때도 단팥빵을 달라고 하셨다.

하루는 병실의 간호사가 몸 상태가 호전되어서 좋아하시는 것 조금씩 드려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단팥빵을 아주 조금씩 떼어서 먹여드렸는데 그것이 내가 입으로 넣어드린 마지막 음식이 되었다.

그 다음 날부터 몸상태가 나빠져서 중환자실에 입원하시게 되었었다. 그 후 두 달 뒤 아버지는 우리에게서 떠나가셨다.

솔직히 아버지와의 이별과 단팥빵이 연관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데 한동안 나는 단팥빵이 증오스러울 만큼 미웠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팥을 싫어하는 내가 그 증오하는 단팥빵을 가끔 먹는다. 그리고 왜 아버지가 팥을 좋아하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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