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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이 Feb 27. 2024

1km씩 차곡차곡 그렇게 뛴 달리기!

2024년 고구려 지키기 마라톤 후기

혹시 돌탑을 쌓아본 적이 있는가?

혹시 젠가를 해본 적이 있는가?

이는 하나씩 쌓고 하나씩 빼는 정교한 행위다.

2024년 고구려 마라톤은 그러한 마음으로 1km씩 차곡차곡 뛰었다.

출발 전 마라톤 114  단체사진

고구려마라톤은 항상 2월 말에 실시한다.

(2024년에는 2월 25일 일요일 시행)

많은 마라토너들에게 이 대회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첫째는 겨울훈련의 결과 확인이고

두 번째는 서울(동아) 국제마라톤의 모의고사이다.

서울(동아) 마라톤은 우리나라 최대규모

     마라톤으로 3월 중순에 실시함.


나도 이 대회 풀코스(42.195km) 참가하였고

난제의 모의고사를 치렀다.

왜냐하면 지난겨울 장경인대 부상이 있었고 이로 인해서 훈련이 많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4년 들어서 30km 이상을 쉬지 않고 뛰어 본 적이 없었다.


출발선에서 완주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

잘 뛰고 싶었으나 희망일 뿐 근거는 없었다.

눈도 비도 아닌 것들이 하늘에서 내렸는데

꼭 준비되지 않은 나와 같았다.

그래도 운이 좋았던 것은 주로에 물이 있었으나 신발이 젖지 않았고 생각보다 미끄럽지 않았다.

더 좋은 것은 레이스 초기에 나와 비슷한 페이스를 갖은 주자를 찾았고 암묵적인 동반주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희망회로가 돌아가기 시작했고

매 1km에 최선을 다해 노력을 쌓기로 다짐했다.


이를 위하여 유튜브에서 본 효율적인 달리기 자세("포즈, 기울기, 당기기")를 주문처럼 속으로 읊었다.

왜냐하면 장경인대와 무릎이 불안한 상태였기에 안정적인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었다.


16km 지점이 되었을 때 암묵적으로 같이 뛰어주신 러너와 헤어지게 되었다.

그때부터는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했는데

속도가 빨라져서 질주본능을 누르고 눌렸다.

우리집 강아지 우쭈

이는 그냥 속도를 줄이는 명령어가 아니라 기다리는 마음이었다.

강아지에게 뛸 수 있는 상황이 올 때까지 "기다렷!"이라고 명령하는 것처럼 말이다.


자세를 유지하고 질주본능을 참아내니 32km까지는 몸상태가 양호했다.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는 무릎과 골반이 시큰하고

햄스트링도 거북하고 이물감이 생겼으며

장경도 이상징후를 보였다.

지금까지는 돌탑을 쌓듯이 하나씩 쌓아나가는 것이었다면 이젠 젠가 빼듯이 하나씩 빼야 한다고 판단했다.


첫 번째는 장갑을 몸에서 뺐다.

두 번째는 급격한 몸의 회전을 뺐다.

세 번째는 몸에서 힘을 뺐다.

하지만 속도는 최대한 유지했다.

왜냐하면 러너에게 속도는 도파민이기 때문이다.

속도가 줄어들면 몸이 식고

몸이 식으면 아프며

아프면 뛸 수 다.

달리기라는 단순 행위를 최대한 정교하고 과감하게  이어갔다.

그리고 결승선을 통과했고 내 생에 최고의 기록을 냈다.(기존보다 5분 이상 빠르게 완주)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완벽한 레이스였다.

1. 높지 않은 온도와 흐린 날씨!

2. 혼잡하지 않은 주로!

3. 동료러너의 파이팅!

4. 잦은 급수코너!

5. 무엇보다도 자세!

마라톤은 긴 운동이다.

보통 3시간 이상을 뛰기에 상황은 변하고

또 바뀐다.

그중 하나가 바뀌지 않아야 한다면 자세인 것 같다.

이는 외적 자세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때로는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기다리는 것은 원하고 바라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대회 후 가족과 달맞이 산책

이는 레이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평상시 달리기를 할 때도 일상생활을 할 때도

자세를 유지하고 기다려야 한다.

그것도 하나씩 차곡차곡!

원하는 것을 이룰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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