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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에 대한 반백살러너의 푸념!

제2회 쉬엄쉬엄 한강 3종경기 후기

by 난이

2025년 6월 1일,

제2회 쉬엄쉬엄 한강 3종 경기가 있었고

나도 참가하였며

성숙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쉬엄쉬엄 한강 3종 경기(이하 쉬엄쉬엄)는

수영, 자전거, 달리기 등 3 종목을 연속으로 수행하는데

수영은 한강에서 하고

자전거는 따릉이(서울 공유자전거)를 타며

달리기는 한강산책로를 뛴다는 특징이 있다.


이 대회는 초급, 상급으로 구분되는데

나는 상급으로 참가하였고

해당 코스는

수영은 한강을 횡단하는 1km,

자전거는 20km, 달리기는 10km로

구성되어 있었다.

대회참가 전 수영슈트를 입고 한컷!

참고로 나는 깊은 물과 자전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다.

두 가지 모두 12살 때 두 개 사고로 생겼는데

39년간 극복하지 못한 과제였다.

그래서 달리기를 제외하고는 완주할 자신이 없었다.


첫 번째 종목은 수영이었다.

수영은 자전거보다는 완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난 1년간 수영을 배웠고

오리발도 준비했으니...


그러나 한강에 몸을 담그는 순간

예상과는 다를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우선 물이 너무 차가웠다.

경험하지 못한 수온이기에 겁이 났다.

발이 땅에 닿지 않음을 인식한 순간

두려움은 배가되었다.


나는 의기소침해졌지만

출발 신호와 함께

헤엄치기 위해 머리를 물속에 담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무서워서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상태로 가라앉았고

물을 먹었다.

발과 팔을 필사적으로 움직였지만

몸이 가라앉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수영이 아니라 몸부림이었고

라이프가드가 긴장하면서 건져낼 시기를

판단했을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강물은 생각보다 먹을만했다.

사실 너무 시원해서 놀랐다.

처음 먹었을 때는 청량감도 들었다.

이 정도의 물이면 조금 더 먹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하였다.

이 작은 긍정의 사고가

나를 정신을 차리게 만들었다.


우선 부이(튜브 같은 것)를 끌어안고

목표를 향해 이동했다.


심장의 요동이 작아졌을 때

다시 자유형을 시작했다.

물은 여전히 혼탁했고 내 평정심도 사라졌다.

그러면 재빠르게 부이를 잡았다.


이 행위를 십여 차례 하니

출발선에서 꽤나 멀리까지 가게 되었다.

그때쯤부터는 부이를 잡기 싫어졌다.


자유형을 하다가 힘들면 누워서 배영을 했고

어느 정도 의욕이 충만되면

자유형 하는 것을 반복했다.


유월의 햇살도 느껴졌고

사람들의 말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조류에 떠내려가는 것도 인식하고

그렇게 한강 속을 즐기기 시작했을 때

횡단이 완료되었다.


나는 이 재미나는 물놀이를 멈춰야 함에 아쉬웠다.


그렇게 내 첫 번째 트라우마가 많은 부분 해소되었다.

스트라바의 기록

두 번째 종목은 자전거였다.

나에게는 가장 큰 난관이었고

나는 이 장애물을 과감하게 회피하려고 했다.

자전거를 전혀 못 타는 것은 아니다.

사람, 자전거, 차 등 주변의 움직이는 것이 없으면 자전거를 탈 수 있다.

하지만 움직이는 그 무엇인가가 있으면

두렵고 무서우며 충돌하는 공포에 휩싸인다.


나는 따릉이를 끌고 출발선을 통과한 후

인근에 앉아있다가

끌고 돌아올 생각이었다.

자전거를 끌고 출발선을 통과하려는데

진행요원이 자전거를 타야지

출발할 수 있다고 제지하였다.

나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자전거에 올라탔고

몇 번의 휘청거림을 반복하고 중심을 잡았다.

(자전거를 측정하는 가민 시계를 켜지 않았음)


이제 자전거를 세워서 돌아가면 되는데

뒤에 자전거가 많이 와서 쉽게 세우지 못하고

공터 쪽으로 빼려고 하면 사람이 있어서 무서워서

계속 이동했다.


빠른 자전거는 나를 앞질러가는데 움찔거리며 보냈다.

느린 자전거는 내 속도를 더 늦춰서 뒤를 따랐다.

근데 정말 느린 자전거가 나타났다.

앞의 자전거가 느리니 나도 느려지고

내 뒤에 자전거가 많이 밀렸다.

속도가 너무 느리니 중심 잡기가 힘들었다.

넘어질 것 같아서 무서웠다.

그래서 핸들을 꽉 잡고 그 자전거를 앞질러갔다.

이것이 39년 만에 첫 번째 자전거 추월이었다.


또 느린 자전거가 나왔다.

두 번째 추월도 성공하였다.

처음보다는 덜 하지만 여전히 무서웠다.


그렇게 반강제적으로 반환점까지 갔고

자전거를 세우고 측정을 위해 가민시계도 켰다.


다시 출발해서는 기아도 올려봤다.

2단으로 올리니 빨라졌고

3단으로 올리니 더 빨라졌다.

추월도 반복하니 익숙해졌다.


내 따릉이는 엄청 빠른 따릉이였다.

반한 후에는 사이클에게만 추월당했고

따릉이에게는 추월당하지 않았다.

반환 후 따릉이의 속력

바람의 시원함이

가슴의 두려움과 엉덩이의 고통을 이길 무렵

나의 두 번째 종목도 아쉬움과 함께 끝났다.

스트라바 앱 : 반환후 측정치

세 번째는 주종목인 달리기였다.

어려움이 1도 없다고 단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작하는 순간 다리가 내 것이 아니었다.

1km당 5분이 넘는 속도로 뛰는데 숨이 찼다.

꼭 물속을 뛰는 느낌이었으나

버티기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3km를 뛰니 몸이 정상화되는 것을 느꼈다.

그때부터 속도를 올려서 뛰었다.

주로에 사람들이 많았지만

서로 파이팅도 해주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재미나게 뛰었다.


달리기까지 끝나고

모든 것에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39년의 트라우마가 모두 사라졌다고는

확언할 수 없지만

다음에는 조금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물에 대한 공포로

수영을 50살에 시작하였고


자전거에 대한 공포로

새벽 6시 이전에만 자전거를 탔는데


이렇게 쉽게 이겨내니 좀....


이런 자신이 대견하기보다

이제야 노력했다는 것이

좀 서운했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을 너무 좋아했고

숙성(aging)을 믿었는데

우리는 사람이기에 숙성보다는 성숙이 필요한 것 같다.


일정 상태로 시간에 맡겨버리는 것이 아니라

계속된 노력과 더불어 시간으로 채우는...


숙성보다는 성숙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쉬엄쉬엄을 통해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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