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우리는 왜 외로운가?
박탈, 이별 그리고 두려움
가을이라는 계절은 왠지...
그냥 약간 쓸쓸하다.
하늘의 핏발 같은 해 살을 보면
그저 또 하루가 지나갔음을 느끼고
광야의 풍요로운 들판을 보면
나만 혼자 아무 소득 없이 살아가는 것 같고
불혹을 넘겼으나 제대로 갖은것 없는
내가 더 외롭게 느껴진다.
근데, 아무것도 없는 나와 닮은 것을 찾았으니
그것은 바로 추수를 끝낸 저 들판이다.
풍요로운 들녘은 잘리고 꺾어져 퀭하게 되어
백로의 놀이터가 되었다.
혹여 가을의 외로움은 소유에서 박탈된 느낌은 아닌지?
혹은 찬란하게 핀 들꽃과의 이별에 대한 두려움은 아닌지?
박탈이든 이별이든 뭔지 모르겠으나,
이 가을이 지나면 난 한 세월을 보내고
뭔가를 잃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모든 것이 우리의 숙명이다.
대지의 풍요로움이 사라지는 것은
겨울을 아는 이는 다 알 것이다.
척박한 땅이 되어야만 우리는 잘려진 풍요를 먹고
겨울을 날 수 있다.
어쩌면 우리의 박탈과 이별은
대지의 그것과도 같을 수 있다.
수확과 만남도 우리의 일이지만
박탈과 이별도 우리의 소임일 수도...
두려움은 어쩔 수 없지만
없다 하여 외롭다 하여 잘 못 살아온 것이 아님을
가을이라는 시간에 생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