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요즘 인사하는 데 재미가 들렸다.
어른이 지나간다 싶으면 괜히 근처를 알짱대며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그냥 인사일 뿐인데,
아이의 인사를 받은 사람의 표정은 놀랍도록 환해진다.
진심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모양이다. 그냥 인사 하나로.
무표정으로 엘리베이터에 탔던 아줌마가
'안녕하세요' 한 마디에 갑자기 얼굴에 웃음이 한가득 번지며 다정하게 말한다.
"안녕~ 너 인사 잘 하는구나~"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던 아저씨가
'안녕하세요!' 아이의 씩씩한 인사에
'응...? 나?' 하는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더니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어어, 그래. 안녕!"
그러면 아이는 괜히 머쓱하면서도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방방 뛴다.
오늘 아침엔
아파트 미화 담당 할머니가 청소하시다가 아이의 인사를 받고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신다.
"아이고~ 그래그래. 할머니한테 그렇게 인사를 잘 해. 얼굴도 이쁜데 하는 짓까지 이쁜 애는 또 처음이구만. 엄마가 복 받았네. 엄마가 고맙게 생각해야지. 저렇게 이쁜 애는 내가 처음 봤어~ 처음 봤어~~"
"아, 네네......."
난 후두두두 쏟아지는 칭찬 세례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아이 덕분에 나는 깜짝 놀랄 사실을 깨달았다.
인사만 예쁘게 해도 이렇게 사람 기분이 좋아지는구나, 하는.
학창시절, 인사 안 하면 끝까지 쫓아와서
"야! 너 왜 나한테 인사 안 해!!" 하고 꾸짖던 선생님이 있었다.
그때는 저분이 왜 저러나,
친구들과 그 선생님은 인사 못 받아서 죽은 귀신이 붙었다며 낄낄댔는데.
인사가 중요하긴 한가 보다.
그런 사소한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닌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