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추위에 가정과 사회로부터 거리로 내몰린 가엾은 성냥팔이 소녀의 죽음은
사실 수많은 다른 이름으로.. 혹은 이름도 없이..
먼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계속 있어 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안데르센 동화 속의 성냥팔이 소녀는 이름이 없다.
크리스마스이브 날 밤에는 왠지 평소보다 더 행복하고 즐거워야 할 것 같아서 인지
도시의 밤은 더 화려하고, 행복하기 위해서 무언가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하다.
그래서 거리의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성냥 사세요~ 외치는 작은 소녀의 표정도 즐거워 보였을까?
밤이 어두워서 언뜻 보인 맨발의 소녀를 보고도 설마, 아닐 거야.. 하고 지나쳐 버렸을까?
저 소녀도 조금 있다가 집에 가면 소박하고 따뜻한 음식과 함께 성탄절을 보내겠지.. 그렇게 생각했을까?
이 소녀의 죽음이 누구의 탓인가는 묻고 싶지 않다.
아무도 이 소녀가 추위와 굶주림에 죽어 가기를 바라지 않을 뿐 아니라
그렇게 죽을 줄 알았다면 누구라도 선뜻 나서서 도와주었을 테니까..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바쁘게 팍팍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국가적으로도 다들 애쓰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모두가 평등하게 행복을 누리는 세상을 위한 완전한 시스템을 만들지는 못할 테니까.
그래서 열심히 살지 않으면 우리 중에 누구라도 저 소녀의 처지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
그래서 소수를 빼고는 모두가 이 소녀의 죽음이 남의 일 같지 않게 가슴 아프고 슬프게 느껴지나 보다.
이 세상에서 나와 내 가족의 목숨처럼 소중한 건 없는데..
우주를 다 준다 해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존재인데..
누구의 목숨이나 다 똑같이 우주보다 더 귀하고 유일함을 알고 있는데..
나의 무관심 속에 어딘가에서 죽어 갔을,
또 어딘가에서 죽어 갈
성냥팔이 소녀의 생명의 귀함을
피에타의 예수와 바꿔서 표현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