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처음 맞이한 아침이다.
밤새 쌀쌀해서 라디에이터를 켰는데 소리가 요란해서 잠을 좀 설치긴 했지만 그래도 새로 시작된 하루에 설렜다.
일어나자마자 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바로 날씨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다행히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맑았다.
한 가지 염려되었던 점은 하필 영국에 온전히 하루를 보내는 날이 공휴일이라는 점이었다.
Good friday, 성 금요일로 부활절직전 금요일을 뜻한다. 이는 공휴일이고 여행계획을 짤 때 공휴일이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을 전혀 못해봤다. 결국 비행기표 다 끊고 나중에 알게 되어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공휴일이면 분명히 어딜 가나 사람이 많을 테니까.
붐비는 곳은 정말 내 취향이 아닌지라 어떻게든 피해 다니는지라 여행계획이 틀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여행의 일부이고 내 선택이니 따르기로 마음먹었다. 심지어 날씨도 이렇게 따라주니 마음도 한결 가벼웠다.
여행지에서는 한시가 아깝다고 생각이 되어서인지 의도하지 않아도 일찍 잠이 깬다.
일찍 일어난 만큼 아침 8시부터 길을 나섰다. 덕분인지 길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이때라도 한적함을 누릴 수 있었다.
호스트가 추천한 숙소 근처 카페에 왔다. 내가 첫 번째 손님이려나 했는데 한국에 비해 카페가 유독 일찍 열기 때문인지 이미 여럿이 줄 서서 서고 있었다.
전날 제대로 된 식사를 안 했기 때문에 커피랑 뭐라도 먹어야겠다 싶어서 카페라테랑 크루아상을 주문했다.
현금으로 계산할까 했더니 여기도 Card Only!
하지만 나도 카드가 편하니 카드로 계산하고 앉으니 가져다줬다.
유럽에서는 어디서 무슨 빵을 먹어도 웬만하면 감탄할 정도다.
그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크루아상을 골랐으니 아침부터 참 만족스러운 식사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에서는 시간이 많아도 아침부터 나가서 커피를 마신적도 없는데 외국에서는 역시 같은 사람이지만 뭔가 달라진다. 장소가 사람을 만들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 해 본다.
노팅힐을 가로질러 런던 중심부로 가보기로 했다. 슬슬 스트리트 마켓이 오픈준비를 하고 있었다.
좀 늦게 나왔으면 다 열린 마켓을 봤을 텐데 살짝 구경만 해도 충분했다.
컬러풀이지만 왠지 조화롭고 세월이 느껴지는 이 런던 특유의 느낌이 참 좋다.
어렵게 어디서 찾을게 아니라 도시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냥 바삐 지나친다면 모를 수도 있지만 여행자의 눈에는 이런 사소한 것도 그 도시의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호숫가 근처에서 머무르며 구경하다 보니 먹이를 구하고 있는 듯한 백조도 볼 수 있었다.
Queen Victoria Status 앞으로도 지나서 계속 걷다 보니 이러다 끝이 없겠다 싶었다.
런던에서 일주일만 있는다고 해도 공원 다 돌아볼 텐데 시간이 없기에 아쉽지만 이만큼 구경하고 돌아 나왔다. 다음 목적지는 패딩턴역이었는데 전철을 타나 걸어가나 크게 시간차이가 안 나서 또 걸었다.
그렇게 도착한 패딩턴 역에는 사람만 가득했다.
역이 너무 붐비고 있어서 곰돌이를 찾으러 두리번거리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였다. 이 외에도 가고 싶은 데가 많았으므로 패딩턴 찾기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패딩턴을 깔끔하게 포기하고 도착한 목적지는 베이커 스트리트다.
사실 패딩턴보다 훨씬 오랫동안 좋아했던 셜록홈스가 지내던 그곳으로 비록 소설 속 인물이지만 영국에서도 문화적으로 상징적인 인물인 만큼 셜록홈스를 기념할만한 장소가 많았다.
베이커 역으로 올라가니 쨍한 하늘이 반겨주고 있었다.
꼭 보고 싶었던 이 셜록홈스 동상을 찾아 두리번거렸는데 바로 역 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바로 옆에 두고 찾고 있었다.
셜록홈스 박물관까지 갔는데 시간상 안에까지는 보지 않고 옆에 기념품샵만 구경하기로 했다.
셜록홈스 박물관은 소품 하나하나 구경할 게 정말 많았다.
셜록홈스 작가 코난 도일이 마지막 사건에서 홈즈를 모리아티 교수와의 대결에서 둘 다 폭포로 떨어져 죽은 것으로 집필했을 때 전 세계사람들이 추모를 하고 홈즈를 추모하고 살려내라고 소송을 준비하고 할 정도이니 소설 속 인물의 박물관이며 기념품샵까지 이렇게 공들인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겠다.
특히나 나는 베네딕트 컴버베치의 셜록은 보지 않았고 제레미 브렛의 셜록 홈스버전을 즐겨봤기에 그의 사진이 걸려있어 반가웠다.
기념품샵의 직원들까지 셜록홈스 분위기로 차려입고 정말 그 기념품샵 내에서는 셜록홈스가 활약하던 19세기 런던 같았다.
기념으로 키링하나 사고 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