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카(Sony Car), 나올 수 있을까?

올즈 큐레이션 (17)

by 자민


1년 전 커리어리 코멘트


매년 1월이 되면 ICT 업계의 눈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Consumer Electronic Show, 소비자 가전 전시회)로 쏠린다. 올해 CES의 초반부는 일본 가전업계 대표 격인 소니가 전기차 콘셉트카 '비전-S'를 내놓으며 기세를 올리는 모양새다.


1️⃣ 소니가 자동차를 만든다고? 카메라와 게임기�가 아니라? Why Not?


긴 시간 동안 자동차를 구성하는 핵심 부품이었던 내연기관이 점차 전기모터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물론 국내 시장에서의 전기차 판매비중은 채 2%가 안될 정도로 여전히 변화는 더디다. 그러나 시점의 문제일 뿐, 내연기관 자동차가 어느 순간에는 전기차로 대체될 것이라는 방향성 자체에 대해 부정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는 힘든 세상이 되었다.


자동차와 전자제품의 차이는 무엇일까? 자동차를 움직이는 심장인 엔진이 사라지고 전기를 동력으로 쓰는 순간, 자동차는 전자제품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어진다. 삼성과 소니 등 가전 영역에서 전문성을 가진 기업들이 자동차 시장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다. 여기에 통신 모듈이 들어가게 된다면 전기차는 그대로 또 하나의 스마트폰으로 기능하게 된다. 사람의 이동 경로와 행태에 관련한 더욱 다양한 고객 데이터들이 전기차로의 변화 과정에서 점차 쌓이게 되고,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원천이 된다.


2️⃣ 자율주행차 속 공간은 오히려 소니가 더 잘 장악할 수 있는 영역?


전기차가 이제 막 상용화되기 시작한 가까운 미래라면, 자율주행차는 아직은 조금 먼 미래의 기술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자율주행의 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것은 엔터테인먼트다. 자주 운전하는 사람들이면 이해하겠지만 장시간 운전의 피로감은 적지 않다. 자율주행차가 인간을 운전이라는 노동에서 해방시킨다면, 사람들은 차 안에서 이동하며 지금 버스나 택시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콘텐츠를 소비할 것이다.


그 점에서 소니가 1980년대 이후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일궈왔던 콘텐츠 사업부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니는 세계 3대 음반사인 소니뮤직�그리고 5대 영화 스튜디오 중 하나인 컬럼비아 픽처스를 보유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 진입 초기에는 카메라 등 기존 가전 영역에서 다져 놓은 소니의 각종 센서 기술이 촉매로 작용하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니가 보유하고 있는 각종 콘텐츠 및 관련 사업 역량이 자율주행 시대에 중요한 자산으로서 빛을 발할 가능성이 높다.



인용한 기사


포르쉐를 닮았다···CES 놀래킨 소니의 자율주행 전기차

(중앙일보, 2020년 1월 8일)




2021년 2월 새롭게 드는 생각들


지난 1년을 돌아봤을 때, 세상을 가장 놀라게 만든 기업은 아마도 테슬라가 아닐까. 주식가치의 상승이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팬데믹의 시기에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준 기업도 많지 않았다.


전기차의 시대는 예상보다 조금 더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테슬라가 새로운 SUV인 모델 Y를 출시하며 SEXY 라인업을 완성한 데 이어, 현대차도 며칠 전 전략차종인 아이오닉 5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한 바 있다.


한편, 1년 전 CES에서 주목받았던 소니는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소니는 지난 CES에서 공개했던 콘셉트카 비전-S에 대한 양산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등 기술력이 뒤처져 있고, 양산에 따른 사업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뇌피셜이지만, 소니가 가진 센서, 영상/광학 기술력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의 콘텐츠 포트폴리오는 현재 수준에서의 전기차 양산 단계에서 사용된다기보다는, 전기차가 보다 대세가 되었을 때 보다 빛을 발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생각이다. 소니도 이를 시험해보고자 비전 S를 만들어본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문제는 (미래의 자동차 산업이 과거의 스마트폰 산업과 비슷한 구도로 흘러간다고 가정한다면) 소니가 전체 부가가치사슬(Value-Chain)에서 차지할 파이가 크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결국 본체인 차(=스마트폰)를 직접 만들어내지 못하고 부품/콘텐츠를 조달하는 공급자 중 하나로 남는다면 미래 성장은 제한적이다. 소니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번 양산 포기 결정이 완전한 철수인지,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인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게 되겠지만.


그렇다면 삼성은? 한 때 멀찌감치 앞서 나갔던 소니를 따라잡았던 경험을 가진 삼성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이동하는 이 패러다임 전환의 과정 속에서 어떻게 대응할지도 궁금해진다. 애플 카로 떠들썩하게 시작했던 2021년, 가장 관심 있는 포인트 중 하나가 될 지도.


참고하면 좋을 후속 기사


소니, 소니카로 이목 끌었던 ‘비전 S’ 양산 포기하고 기술에 집중한다

(한국일보, 2021년 2월 23일)


'애플카' 때문에 다시 소환한 삼성과 노키아의 선택

(ZDNet Korea, 2021년 2월 1일)


소니 Vision S 소개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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