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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민 Jun 28. 2021

하드디스크가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세상은 돌고 돌고 돌고 (28)

"자기 테이프는 주로 백업용으로 읽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빠른 데이터 기록 및 쓰기가 필요 없는 데이터라면 하드디스크가 아직도 가장 좋은 대안입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SSD의 용량 대 가격이 계속 저렴해지면 과거의 일이 될 수 있습니다." 


1. DSLR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저장해두기 위해 수년에 한 번씩 외장하드를 구매하곤 했습니다. 용량이 넘칠 때가 되면 새로운 하드디스크를 사려고 인터넷을 검색했는데, 그때마다 전과 비슷한 가격에 더 큰 용량의 하드디스크를 들일 수 있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준 혜택이었습니다. 


2. 그런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익숙했던 위와 같은 생활패턴이 이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최근에는 DSLR 카메라를 들고 밖에 나선 적이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외장하드를 구매한 기억도 까맣게 오래되었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와 클라우드 서비스의 발전이 바꿔낸 변화입니다. 


3. 더 빠른 속도의 저장매체인 SSD가 하드디스크를 대체하면서, 머지않아 하드디스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연구자들이 하드디스크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신소재인 그래핀을 이용, 저장용량과 내구성을 강화하고 있다는 기사를 만났습니다.' 어쩌면 하드디스크라는 매체의 수명이 내 예상을 뛰어넘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묘한 반가움마저 들었습니다. 


4. 하드디스크는 나름의 발전을 통해 꾸준히 생존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저장장치로서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주연의 자리에 있기는 어려울 지라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등 여전히 자신의 쓸모가 있는 영역에서는 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갈 것입니다. 


5. 아주 오래된 기억이지만, 수십 년 전 100MB 하드디스크를 처음 손에 쥐었을 때의 희열을 떠올려봅니다. 하드디스크가 제 예상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사람들이 아주 저렴한 가격에 추억 속의 사진들을 저장하고, 아주 가끔 다시 꺼내보고 싶을 때 제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하드디스크의 존재 이유는 충분할 테니까요.


* 이 글은 퍼블리 '커리어리'에서도 확인 가능합니다.

Photo by Art Wall - Kittenprint on Unsplash





참고한 기사

마법의 신소재 그래핀으로 하드디스크 용량 10배 늘린다

(서울경제, 2021년 6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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