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돌고 돌고 돌고 (36)
1. 신문에 실을 수 없는 대담한(!) 사명을 들고 나온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온라인 인플루언서들에게 적정 수준의 광고비/협찬비가 얼마인지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FYPM이라는 앱입니다.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보가 어두운 크리에이터들이 시장 가격에 맞게 대가를 요구할 수 있도록 비교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2. FYPM은 'F*** You Pay Me'의 약자입니다
NYT가 'Unprintable Name'이라고 기사 제목을 단 이유이기도 합니다. 크리에이터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서비스를 창업한 창업자 린지 리 루그린은 이 노골적인 표현의 서비스명이 의도된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FYPM은 사업모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래스도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기사를 보며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호갱노노'였습니다. (욕설까지는 아니지만) 표준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호갱'이라는 표현을 서비스 전면에 내세우며 부동산 실거래가 서비스를 시작한 호갱노노와 FYPM 사이에는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3. 인플루언서들을 위한 미국판 호갱노노의 미래는?
온라인 기반으로 소비자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인플루언서는 미국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입니다. 소셜 미디어를 바탕으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힙해 보이지만, 동시에 많은 경우 1인 기업으로 움직이는 소규모 개인사업자라는 현실적 특성도 갖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문은 열려있지만, 성공 확률은 세간의 기대보다 낮습니다. (한국의 경우에도 국세청 소득신고 결과 1인 미디어 창작자 중 상위 10%는 억대 소득을 올리지만, 하위 50%는 연간 100만 원 내외의 소득만을 기록하고 있다는 현황이 공개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낮은 확률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크리에이터로서의 꿈을 품고 이 영역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차원의 개인사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플랫폼의 필요성 역시 증대되고 있다는 점은 FYPM과 같은 신생 스타트업들로서는 긍정적으로 볼 만한 변화입니다.
FYPM은 인플루언서들이 남기는 리뷰를 중심으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 아직은 초기 단계의 플랫폼입니다. 입소문을 타고 관련 시장을 장악하는 플랫폼으로 꾸준히 성장곡선을 그릴 수 있다면 창업자들의 바람처럼 인플루언서들을 위한 글래스도어(또는 호갱노노)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입니다.
* 이 글은 퍼블리 '커리어리'에서도 확인 가능합니다.
* Photo by FYPM / The New York Times
참고한 기사
The App With the Unprintable Name That Wants to Give Power to Creators
(The New York Times, Aug 2, 2021)
"상위 1% 유튜버, 연간 6.7억 벌어…절반은 108만원"…소득 격차 '뚜렷'
(조선비즈, 2021년 2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