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민 Jan 17. 2022

후배를 섬기는 리더

 읽고 생각하고 쓰고 (9) - 차석용의 'CEO Message' 


후배를 진정으로 섬기는 리더가 될 수 있을까


2005년부터 꾸준히 LG생활건강을 이끌어오고 있는 차석용 부회장이 그동안 사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보낸 메시지를 모은 책이 지난해 비매품 형태로 세상에 나온 적이 있다. 그때 한 번 읽고, 새해를 맞아 재차 읽으며 다시 감동받는다. 

새로 읽으며 가장 눈에 들어오는 단어는 '후배'다. 직장을 다니며 쌓는 수많은 관계들 중에서도 차 부회장이 유독 강조하는 것은 '후배'. 자신이 이끌고 있는 회사가 인간의 생물학적 수명을 훨씬 뛰어넘는, 100년에서 200년 가는 회사로 존속할 수 있길 바라는 진정한 마음에서 자연히 드러나는 말이다.

자신은 물러나도, 뒤이은 후배들이 이 회사를 더 잘 성장시켜 나가길 바라는 마음에는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가 묻어난다. 책 한 구절 한 구절이 버릴 만한 게 없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좋았던 스물네 가지 부분을 '후배, 사람, 리더, 방향, 세상'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발췌하여 실어둔다. 



후배 


"우리 회사는 몇 년 사업을 하고 마는 회사가 아닙니다. 100년, 200년 이상 지속하는 회사가 되기 위해 우리의 문화를 더욱 고객가치 창출을 위해 차별화해야 하며 이러한 차별화가 회사의 생각과 우리 구성원들의 발전이 이루어지는 선순환의 고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2014.04)


"몽고 제국이 칭기즈칸에 의해 처음 건설되었을 때 칭기즈칸이 '밥을 먹자'고 하면 바로 밥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몽고 제국 말기에는 왕이 밥을 먹기 위해서는 수많은 의전 절차를 거쳐야 하도록 변질되었습니다. 결국 이렇게 모든 것이 복잡해져서 더 이상 나라가 돌아가지 않을 때 기존의 왕조는 멸망하고 새로운 왕조가 등장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단순화하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도저히 회사를 운영할 수 없는 복잡한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고 그것은 우리 후배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2010.05) 


"우리가 회사에서 하고 있는 사업은 구성원 모두가 함께 탑을 쌓아가는 과정과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오늘 쌓는 돌 하나가 후배들이 더 높이 쌓을 돌들의 든든한 버팀돌이 되어야 합니다 개인의 성공에 집착해서 남에게 보여주기 식 탑 쌓기를 하고 나면, 우리 후배들의 순서가 되었을 때 '이건 왜 이렇게 해놨지?' 하는 혼란을 겪다가 소모적인 고민 끝에 다시 쌓게 됩니다." (2016.10)


"우리가 우리 회사를 100년간 책임지고 이끌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결정 때문에 우리의 후배들이 도저히 회사를 회복시킬 방법이 없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서 Legacy Costs를 최소한도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의무입니다. 항상 후배에게 튼튼한 회사를 물려주기 위해 Legacy Cost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회사생활에 임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4.04)


"큰 폭풍우가 몰아칠 때 선원들이 바다를 볼 것 같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선원들은 그 상황에서 본인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선장의 얼굴에서 찾습니다. 선장이 얼굴에서 자신감과 당당함을 읽는다면 동요하지 않고 힘을 내 목표를 향해 노를 저어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배의 선장입니다. 우리 모두 후배들이 진심으로 믿고 따르는 훌륭한 선장이 되어 그 신뢰로 우리 회사를 이끌어 간다면 앞으로 100년, 200년 흔들리지 않고 순항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2018.07)


"'이것이 회사를 위해서 정말 필요한 일인가?' 생각하고 확인하여, 우리의 사업에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일인 것입니다. '남한테 잘 보이는 일'보다는 '무엇이 가치 있는 일'인지를 스스로 판단해서 선별해야 하며, 또 리더들은 조직의 구성원들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북돋아 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됐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훗날 후배들이 '선배님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했기에 회사가 좋아졌다'라고 하는 말을 듣게 될 때 여러분들은 무엇보다 큰 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2008.10)


"제가 먼저 다니던 회사의 상사께서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당신은 왜 회사를 다니나? 직장을 월급 받으려고 다니지 마라. 너무 비참하지 않은가. 회사에 다니는 것은 너에게 주어진 기회다. 너를 가르치려는 사람이 많이 있고, 당신이 배우고자 하면 가르쳐 주지 않을 사람은 없다. 마음껏 배워라. 배운 것으로 회사에 기여하면 좋고, 회사가 너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 기여해도 좋다." 저는 '세상을 보는 관점이 이렇게 틀릴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2012.11)


사람


"결국 회사는 사람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건물이나 매출과 이익 같은 숫자가 아닙니다. 이렇듯 사람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나 모인 회사는 길게 갈 수가 없습니다. 이게 바로 참된 사람들로 꽉 찬 진정성 있는 회사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2019.03)


"'세상을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사람'은 '세상을 보이는 대로 보는 사람'을 이길 수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눈을 열어 밝음의 뒷면에 있는 어둠을 보고, 귀를 열어 경험의 울타리 한계를 뛰어넘는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할 때입니다." (2015.11)


"서로에 대한 신뢰가 공고한 회사에서는 '이것 한 번 해보자' 했을 때 업무 추진 스피드가 빨라지고, 결과적으로 물적 시간적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때문에 신뢰는 정말로 중요하고, 서로 완벽하게 신뢰하는 경지에 다다르면 우리는 정말 한 몸처럼 움직이는 회사가 될 수 있습니다." (2019.11)


"회사에서 '6시 전에 퇴근하십시오'라고 하면,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모르는 분들이 아직도 있는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해야 할까요? 여러분의 인생에 있어 회사만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에게는 회사 외에도 남편, 아내, 자식, 부모, 친구로서의 역할도 있습니다. 이런 삶의 중요한 부분들 간의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그 삶은 언젠가는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2010.08)


"가장 큰 문제는 쓸데없는 일에 많은 시간을 보내 놓고도 그 시간에 열심히 일을 했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가끔 여유가 있을 때는 불필요한 일을 벌이지 않고 쉬거나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십시오. 그런 여유의 공백 안으로 새로운 생각들이 들어와야 새롭게 도전할 일도 찾을 수 있습니다." (2012.11)


"같이 일했던 많은 상사, 동료, 부하직원들을 돌이켜 봤을 때, 그들 중 놀랍게 성장하는 사람들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모르는 걸 아는 척해서 얻을 수 있는 눈앞의 작은 성공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항상 배우는 자세로 나날이 크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2018.11)


"회사에서 '주주', '고객', '직원'중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저는 직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은 '인생의 황금기를 우리 회사에 투자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직원을 섬기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섬긴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섬김이란 상대방을 대할 때 온 마음을 다하는 것을 말합니다. ... 직원들은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숙고하고, 회사는 직원들이 회사에 인생을 투자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섬겨야 합니다." (2016.06)


리더


"리더의 책임 중 하나는, 구성원들이 의미 있는 일을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깊은 고민 없이 일을 하다 보면 관행적으로 하는 일, 보여주기 위해 하는 일과 같이 우리의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일드를 하게 됩니다. 그런 수많은 일들에 묻혀 정작 중요한 일을 소홀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리더들이 주어진 업무의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필요 없는 잔가지들을 쳐내어 구성원들이 의미 있는 일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리더가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과와 직결되지 않는 이런저런 일을 하게 되면 그 조직은 전진하지 못합니다." (2018.11)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의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두 가지 역할을 해내야 합니다. 첫째는 조직을 어디로 이끌고 갈 것인가 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고, 둘째는 그 방향으로 조직 구성원들을 일사불란하게 이끌어 가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리더들은 첫 번째 역할보다 두 번째 역할을 중요시하고, 그 역할에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두 가지 역할 중, 더 중요한 한 가지를 고르라면 방향을 정하는 것입니다." (2010.08)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방향성은 그 조직 내 리더들이 내리는 수많은 결정들이 쌓이고 모여 만들어집니다. 방향성 설정의 키를 가진 리더들이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통찰력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질을 기르면, 조직의 시간적, 경제적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여 큰 효율을 낼 수 있습니다." (2017.01)


"리더, 특히 CEO는 많은 의사결정을 하고 이에 따라 회사가 나아가는 방향이 정해지기 때문에 하나하나의 결정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는 사업이라는 게 결국은 '결정의 과학'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에도 백 번 천 번 결정을 하는데, 결국 컴퓨터의 알고리즘이 '1' 아니면 '0'인 것처럼 리더들도 예스 아니면 노의 결정을 계속하는 거에요. 매일 성실하게 고민하면서 비교적 맞는 결정하는 사람과 매일 30% 덜 맞게 결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시간이 지났을 때 이는 엄청난 결과의 차이로 나타나게 됩니다." (2019.07)


방향


"전쟁에서처럼 사업에서도 이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힘과 덩치를 키울 수도 있고, 트로이 목마를 활용한 오디세우스처럼 창의적인 지략을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가고자 하는 방향입니다. 그리고 가고자 하는 방향을 정했다면, 모든 행동의 결과는 그 방향으로 향해야 합니다." (2017.01)


"주변을 돌아보면 속도에 너무 집착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무조건 남들보다 빨리 무엇을 이루려고 합니다. 하지만 속도에 집착한 나머지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망각하면 안 됩니다. 이는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는 경기가 어려울 때 빨리빨리 무엇이든 해서 성과를 내고 싶은 욕심을 갖게 됩니다. 우리는 이럴 때일수록 "호시우보(虎示牛步)"를 마음속에 깊이 새겨야 하겠습니다. 이 말은 천천히 제대로 일하자는 뜻으로, 호랑이처럼 눈을 부릅뜨고 사태를 정확히 파악한 후 움직일 때는 소처럼 신중하게 움직이자는 것입니다." (2013.06)


"더욱 중요한 것은 속도가 조금 더디더라도 문제가 될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제대로 행하는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면 '그렇게 하다가 사업이 안되면 어떡합니까?'하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바른 방법으로 최선을 다했는데도 안되었을 때에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현실을 넘어설 수 있는 역량을 키워가야 합니다." (2017.01)


"우리 회사가 다른 회사보다 앞서갈 수 있는 것은 실행력이 매우 강한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조직에 실행하지 않는 사람들의 존재는 조직역량을 악화시키고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입니다. 장표는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작성하시고, 상사에게 장표를 보여주어야만 보고가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문화 역시 빨리 개선되어야 합니다. 실행은 모두 필드에서 일어납니다." (2007.10)


"보고서 작성하는 것을 일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안 됩니다. 우리의 일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정교하게 계획하고, 빠르게 실행하는 것입니다. 불필요한 보고서 작성에 우수한 인재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은 조직 전체의 낭비입니다. 관행적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보고 방식을 선택하고, 필요시 핵심만 담은 간결한 보고서를 통해 실시간 소통함으로써 실제 업무에 집중할 때 우리 회사와 구성원 개개인의 지속 성장이 가능할 것입니다." (2018.11)


세상 


"시간이 되면 백화점이나 매장 말고, 삼청동도 가고, 인사동도 가고, 가로수길도 가보세요. 그런 곳에 가보면 사람들이 변하는 것이 보입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은 뉴욕에 10년 전에 가보고는 지금도 뉴욕이 그런 줄 알아요. 그러면서 뉴욕에 대해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모르는 게 없는 것처럼 말씀 잘하십니다. 그런데 사실은 모르는 거에요. 가로수길도 다 아는 것 같고, 압구정도 다 아시는 것 같죠?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데 가본 지 3~4년 되었다면 모르는 겁니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와 괴리가 생기는 거죠. 우리 업종에서는 그 괴리가 크면 클수록 실수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가봐야 되는 거죠." (2020.04)


* Photo by Jehyun Sung on Unsplas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