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전, 아내 친정 근처에 있는 판교 현대백화점엘 몇 번 갔었는데 어릴 적 부천에서 갔었던 '그랜드백화점'과는 차원이 다른 곳이었다.
아이들의 놀거리도 충분했고 각종 볼거리에 웬만한 맛집은 다 가져다 놓으니 하루의 종일도 가서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곳이다. 내가 직접 가서 직접 느끼고 즐기고 만지고서 구매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즉, 접촉이 구매로 이어지는 곳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어느 곳을 여행하든 중앙시장은 빠질 수 없는 법. 전통시장을 누비며 각종 음식과 수공예품을 먹고 만지며 부담 없이 현금으로 값을 치르고 다닌다.
판데믹 루틴속, 매우 위험해보이는 사진
오히려 깔끔하고 정돈되고 격리된 시설이라면 전통시장을 찾을 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특유의 뒤섞이고 소통하는 문화가 구매로 이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를 이유로 이제 더 이상 재래시장만의 위기가 아닌 백화점을 포함한 오프라인 전체의 위기가 도래할 것이다. 오히려 소상공인들 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이 더 크게 손해보고 망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접촉 상거래가 없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다 온라인을 통해서 구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다.
하지만 상인들도 모두 온라인으로 몰려들며 온라인 세상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더 혼탁해지고 어지러워질 것이다.
무엇을 사야 할지 도무지 결정할 수 없는 그런 세상에서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구매를 해야 할까. 더 이상 댓글이나 추천에 의지하지 않고, 광고성 포스팅에 현혹되지 않고 상품을 고를 수 있을까. 스마트한 세상에서 가장 스마트한 구매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큐레이터를 선택하는 것이다.
예술작품에 대한 안내나 설명이 아닌 소비를 위한 큐레이터를 말하는 것으로, 나와 취향과 취미가 갖고 내 경제적 수준이나 소비 패턴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큐레이터를 고용하는 것이 소비의 전부가 될 것이다.
고용된 큐레이터는 나의 정보들과 집에 있는 식재료, 소모품 등의 재고량, 상태 등을 파악하여 자동으로 구매를 대신한다.
선택과 구매를 대행하기 때문에 우리가 시간을 사용하거나 발품을 팔 필요가 없다. 우리는 그렇게 해서 얻은 시간을 가지고 더 생산적인 곳에 자원을 투입하면 되는 것이다.
높은 산 정상에서 파는 컵라면이 비싼 것과 같은 이치다. 그 높은 산 정상까지 라면과 물을 가지고 가는 일을 대신해 주었기 때문에 그 라면의 가격이 비쌀 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시간과 노력을 대체할 무엇인가를 해주었기 때문에 큐레이터에게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직접 시간과 노력을 들여도 원하는 물건을 사러 나갈 수 없는 포스트 코로나의 판데믹 루틴 상황이라면 큐레이터들의 몸값은 더없이 올라갈 수 있다.
그래서 감히 말하건대, 미래에 생겨날(혹은 발전하고 확대될) 직업으로 [큐레이터]를 강력히 추천한다. 이 큐레이터들이 세분화되고 자신만의 특성을 발전시켜나가면서 유명 큐레이터들이 생겨날 것이다.
어떤 큐레이터들에게 구매를 맡기려고 줄을 서거나 대기를 걸거나 웃돈을 얹거나 하는 일이 흔해질 것이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은 직접 가정 큐레이터를 고용해서 소비를 할 것이다.
예전에는 잡지를 뒤적이거나 인터넷 쇼핑, 홈쇼핑을 탐색하던 수많은 '할 일 없던 사람들' 중 최고의 안목을 가지고 자신만의 필터로 상품을 골라내는 사람들에게 그런 기회들이 돌아올 것이다.
가난하게 살더라도 취향이나 안목까지 싸구려일 필요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급문화를 알고 고급문화를 이해하고 안목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개천에서 용이 되어 승천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야흐로 큐레이터 전성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그 시대를 큐레이터 없이 살고싶다면 "결정장애 테라피"를 정독하는 것도 추천한다^^
큐레이터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기획하고 작품을 수집·연구·관리하는 사람입니다.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에게 전시에 대해 설명하는 일을 하는 도슨트나 갤러리(상업화랑)에서 작품을 진열하고 갤러리 운영에 관한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갤러리스트와는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