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민구 왈왈

상대, 민구

언제나 훼방놓는 그 녀석

by 아빠 민구

징기스칸은 그랬다


"내가 나를 넘어서는 순간, 나는 징기스칸이 되었다"


세계 최고의 정복왕이 한 말인데, 그 칸이 거-의 세계정복에 가까운 성과를 만드는데 최대 걸림돌이

고작, 자기 자신이었던 것이다.



옆구리에 끼고사는 지방튜브와 일주일에 5일은 지저분한 베란다, 매 목표마다 적게 달성되는 학습량, 그리고. 그게 34년간 내 삶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면 어딘지 모르게 우울해진다.


중학교 시절에 친구들 사이에서 나만 짝퉁 운동화를 신고 있는 기분이랄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런 기분을 이해할지 모르겠다만)


나라는 인간은 말이다.

내가 먹은 음식물들의 총 합이자, 내가 공부하고 익힌 지식-기술의 총체이고, 내 습관과 성격과 모든것들이 종합된 그 어떤 '능력'이라고 평가되는 것의 결과로서 지.금.여.기. 진행형으로 존재하고 있는데,


특별한 노력으로 벡터값을 바꿔주지 않는다면 관성에 의해 지금과 비슷한 연장 선상에서 조금 더 개선되거나 망가진 모습으로 저 멀리 정규분포곡선의 어딘가에 애매한 포지션으로 묘자리를 쓸 것이다.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나와 마주한다.

3시 반에 일어날 것인가 여섯시에 일어날 것인가.

아침에 성경을 읽고 공부를 할 것인가 유튜브를 볼것인가.

푸쉬업이나 깨작 할것인가 8키로를 뛰고 웨이트도 할것인가.

반 공기만 먹을 것인가 쳐먹을 것인가.

하루를 정리하고 기도로 반성할 것인가, 고됨을 핑계삼아 나태함을 베고 잠들것인가.


끊임없이 마주하는 나와의 대결은 전적이 좋지 못하다. 패배하는 쪽은 늘 좋은 핑계 몇개 쯤은 보장성 보험으로 가지고 있으며, 패배로 인한 정신적 타격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다.

역시나 군인이라 그런지, 내 멘탈을 지키는 자기방어기제 작전은 늘 완전작전이고, 성공이다.


만으로 서른 셋. 예수님이 온 인류를 구원하시고 "다 이루셨다"고 말씀하신 나이에, 나는 내 한몸도 구원 못 하고 침대로 다이빙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정복은 꿈꾸지도 않겠지만, 당장에 이민의 문턱에서 외벌이로 처자식을 부양해야하는 인간이 한심하게 이러고 있다. 말하고 보니 세상 세상에 나처럼 한심하고 재활용 안되는 폐기물이 없다.



그렇다고 매장이나 화장을 할 수 없는 터, 일단 세상에 한 발 디뎠으면 모가되든 도가되는 개걸윷이 되든 할 수 있는데 까지는 해야하지 않겠나 하고, 거울속에 게으르고 둔해보이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그 놈을 한 번 노려본다.


생긴것도 참 고집 불통에 성격도 괴상해서 이겨먹기 쉽지 않게 생긴 저 녀석이 나 자신이라는 생각에 묘한 위로와 자신감을 가지고 다시 한 번 주먹을 불끈 쥐어본다.



좋아 우선은 승률을 높여보는거야! 60퍼센트! 이따가 10키로 달리고, 푸쉬업, 싯업에 저녁에 타바타도 한 두 세트 돌리고 저녁은 시금치 샐러드에 사과, 애들 씻기고 재우면 포토샵 연습하고 나만의 로고도 만들고 아내와 현재와 미래에 대한 고민도 나누고 성경도 읽고 하루를 반성하면서 두시쯤 자서 다섯시엔 일어나는거다. 짬짬히 영어듣기도 하고 쉴때면 미래도 구상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속에서 한줄기 희망이나 상황 타개를 위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얻고 말이다. 출근해서는 불사조처럼 독사처럼 멧돼지처럼 독하고 저돌적으로 일하는거야. 멍청하게 있거나 꿍해 있지 말고, 업무에 파묻히지도 말고 균형있는 업무능력과 대인관계 잃지않는 유머와 정력적인 열정, 또 차분함을 가지고 상황을 통찰하면서 요리조리 짬 내서 아내에게 전화도 한 통 하고, 운 좋다면 친한 지인 한둘에게 안부 문자도 넣고 말이다. 열심히 해야지.


이렇게 매일 매일 나와 싸워 이길 만발의 계획을 세워놓는다. 결전의 각오와 항재전장의식으로 성공의 고지를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궐기대회를 한다.


그리고 내가 나를 넘어서는 순간 나는 민구가 될 것이다.

나의 최대 경쟁상대, 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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