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어 하는 군인 #1

아랍어를 배우기까지

by 아빠 민구



소위 때는 잘한다고 인정을 많이 받았다. 십 년 전부터 꿈꿔오던 생활이었고, 그만큼 내 모든 열정을 철책선을 지키는데 갈아 넣었다. 대대장님과는 찰떡 케미까지 있었으니, 중위가 되고 경계부대에서 철수하면 대대 작전장교가 되는 것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대장님은 불의의 사고로 전역을 하게 되셨고 새로운 대대장님 밑에서, 나는 바라던 자리로 가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일 년은 꾹 참았다. 부서장이 없는 상태에서 부서장 대리까지 하며 다시 내 모든 것을 갈아 넣었다.


"이번엔 되겠지"


하지만 일 년이 지나고, 이번에도 대대장님은 내가 원하던 자리 아닌 다른 보직을 할 것을 말씀하셨다. 그리고 나는 결심했다.


"탈출할 때가 되었군"


사실 그렇게 큰 일도 아니었고, 어느 자리에 가서든 열심히 하면 된다는 것을 '이제는'알지만, 그때는 그저 서운하고 기분이 나빴다. 육사 동기들은 모두 야전부대에서 '작전장교'를 하거나 DMZ에서 'GP장'을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사단장님 전속부관'으로 가는데, 나만 뭔가 뒤쳐지는 느낌이 들었다.


생도 시절 분대장이자 나의 멘토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얘기했다. 분대장은 "야, 국방어학원이라는 곳이 만들어지면서, 거기에 처음으로 '아랍어반'이 생기는데 가서 아랍어나 배워"라며 쿨하게 이야기했다.


"엥? 아랍어?" 알파벳도 모르는 언어를 어떻게 배우라는 건지, 배우기에 앞서 선발되기나 할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탈출'을 목적으로 '아랍어반'에 지원했다.


아랍어에 대해서 아무런 지식이 없던 나는 그렇게 경쟁자 없는 새로운 세계에 무혈입성으로 선발되었다. (어떻게 뽑힌 건지 원)


하지만 선발된 이상, 다시 한번 나를 갈아 넣었다. 알파벳을 떼고 발음기호를 익히는 데만도 한참이 걸렸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 전까지 '아랍어'만 했고, 주말에 외출을 나가서도 '아랍 식당'에 갔고 인터넷으로 '아랍인 친구'를 사귀고 '꿈'도 아랍어로 꿨다. 그렇게 10개월이 흘렀다.


에누리 없는 10개월, 아랍어가 술술 나왔다.

몇 개월 후 UAE 고등군사 교육반에 선발되어 UAE로 향했다. 아부다비에서의 5개월 간 나 홀로 비아랍인으로서 아랍을 헤집고 다녔고, 사투리며 농담이며 욕설까지 아랍어로 무장했다.


당시는 결혼 직후였는데, 아내는 5개월 중 7주를 UAE에서 함께 지냈다. 아내는 내가 교통사고가 나도 아랍인들과 껄껄거리며 농담을 주고받던 모습이나, 아랍 친구들 낙타 농장에 놀러 가서 함께 먹고 마시면서 놀던 모습을 회상하곤 한다. 그만큼 빠른 시간 동안 아랍화되고 난 후 귀국을 하였다.


여담이지만, 당시엔 코로나급 까지는 아니었으나 귀국 즈음 '메르스'가 유행했었는데, 귀국 전 날까지 친구네 낙타 농장에서 놀다 왔던 나는 귀국과 동시에 숙소에 2주간 자가 격리되며 달콤한 신혼을 보냈다.(♡)

이렇게 나는 아랍어를 구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군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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