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어 하는 군인 #2

아랍어를 한다는 것

by 아빠 민구


전편에서 말했지만, 나는 '아랍어를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군인'이 되었다.


사실, 아랍어를 할 수 있는 민간인은 많고- 또 군인도 많지만 두 가지를 교집합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정말 적다. 군에서도 필요성을 인정하며 계속해서 육성하고 있지만, 진입장벽 자체가 워낙 높은 데다 가르쳐 놓아도 다시 야전으로 돌아가면 금세 까먹어버리기 일수기 때문에 인력풀을 유지하기가 쉽지않다.


나도 물론 다시 야전에 돌아와서는 당시에 유창함을 잃기는 했으나, 이따금씩 복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통역지원이다.

우리나라는 UAE와 특별 전략적인 동반자 관계에 있을 뿐만 아니라 원유 수입을 위해 UAE 외에도 다양한 아랍국과 관계를 맺고 있다. 때문에 아랍의 군인들은 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우리나라에 방문하곤 한다. 그럴 때 영어 통역이 붙을 수 도 있겠지만, 언어와 문화를 알고 안내하는 것 과는 천지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아랍인들과의 외교나 비지니스 관계에 있어서 아랍어 통역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데, 서두에 말한 것처럼 아랍어와 아랍문화를 이해하면서 군인으로서 군사문화를 이해하고 군사용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게 나는 통역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크고 작은 행사에 다니며 통역을 하게 되었다. 심포지엄, 훈련 참관, 화력시범, 세미나, 방산전시회, 전쟁기념관 견학, 야전부대 견학할 것 없었다.

그렇게 인맥도 쌓고 실력도 처참히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아랍어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작년 ADEX KOREA 방산전시회에서는 더 재미있는 경험이 많았고, 그만큼 VIP와 친분도 더 쌓을 수 있었다.


그 VIP는 UAE의 장군이었는데, 당시에 나를 UAE에 초대했었다.(불행히 갈 수 없었지만) 그 장군은 UAE로 오기만 하면 호랑이와 낙타 300마리, 말 100마리 (그리고 염소 이하의 짐승은 숫자를 세지 않는다고 했다)를 키우는 자기 빌라에서 여행 내내 머무르거나, UAE내에 있는 모든 호텔에 출입할 수 있는 PASS를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식비나 입장권, 렌터 등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경비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UAE친구들 스케일은 알아줘야 한다. 군사교육받을 때 만났던 대위-소령 친구들과는 또 다른 스케일이라 혹했지만, 도무지 갈 수 없는 일정이었다. (아쉽)




그리고 곧, 올해의 방산 전시회가 시작된다. 물론 코로나 19로 인해 참가국이 확정되지도 않았고 행사가 어떻게 진행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나는 통역에 지원해서 선발되었다. 비고란에 UAE 담당으로 안내/통역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적어놨는데, 매번 오는 분들이 반복적으로 오시기도 하고, 주한 UAE무관님과 무관부 직원분들도 바뀌지 않고 계속 계시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게 군사 외교 차원에서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하튼, 나는 올해도 DX KOREA 방산전시회에 안내 통역을 하러 간다. 과연 아랍국가들이 참가할 것인지가 문제이지만, 그래도 방산학 석사를 공부하고 있는 나에게 방산전시회에서 아랍 군인들을 안내 통역하는 것만큼 산 교육은 없으니까.


아랍어를 한다는 것은, 이런 것처럼 참 특이한 경험을 나에게 선사한다. 사실, 그때 분대장 말 안 듣고 아랍어를 배우지 않았으면 내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아랍 친구들을 사귀는 것은 물론이고 슈퍼카들을 타본다거나 UAE, 오만, 이집트 등을 여행해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는 결혼을 못했을 수도 있다.

며칠 전 아내와 대화하던 중 알게 되었는데, 아내가 나에게 빠지게 된 계기 중 하나로 이런 일화가 있었다고 한다.


내가 UAE 군사교육 가기 위해 면접을 본 날, 아내를 만나 데이트를 했었다고 한다.(나는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면접 잘 봤냐는 아내의 질문에, 나는 "내가 압도했지"라며 면접에서 다른 경쟁자들과 아랍어로 대화하고 토론하는 장면을 설명했다고 한다.


아내는 [압도했다]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 자체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겸손과 자신감이라는 카테고리를 넘어서서 그런 표현은 잘 안 쓰지 않냐며, 어느 정도 수준이면 그런 단어를 쓸 수 있는지에 대해 놀랐단다.


그 사건도 하나의 주요한 요인이 되어 우리를 결혼까지 이끌었다고 하니, 아랍어 안 배웠으면 어쩔뻔했을까.



전체적으로 [아랍어를 하는 군인 #1,2]는 너무 지잘난척이 난무하는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더 풀어낼 썰이 있지만 그걸 다 말하면 사람들이 거짓말이라고 할까 봐 이번 글은 여기까지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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