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민구 왈왈

아이들에게 화내지 않은 1주일

바뀐 집안 분위기

by 아빠 민구


"여보, 나 사실은 좀 걱정됐었거든. 여보가 애들하고 잘 놀아주기는 하는데, 가끔씩 화를 내니까.. 나중에 아이들이 비뚤어지거나 사춘기 돼서 여보랑 사이가 나빠지거나 하면 어쩌나 하고. 근데 이제 걱정 안 돼. 이대로만 지낸다면 여보랑 아이들이 정말 사이좋고 신뢰하는 관계로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어젯밤 잠들기 전 아내의 말이다.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기로 다짐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아이들에게 날아가서 가슴에 꽂히는 화가 사라졌다. 물론 가끔 재채기처럼 끓어오르는 화가 있기도 하지만 그 마저도 나 스스로 뜨끔하며 허공으로 날려버린다.


아이들은 더 이상 주눅 들거나 울상으로 지내지 않는다. 실수를 하거나 사고를 치더라도 내가 혼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서일까, 개구쟁이들의 짓궂음이 더 극심해졌다.

까르르 삼매경, 개구쟁이들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웃음이 난다는 사춘기 소녀들보다 곱절은 더 웃는 것 같다. 정말이지 별것도 아닌 것에 웃고 웃어 자지러지니 "얘네들이 왜 이러나"싶기도 하지만 웃어서 나쁠 것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집을 끊고 아이들에게는 적잖은 스트레스가 사라졌던 것 같다.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겠지만 그때 보였던 수많은 투정과 짜증, 공격적인 행동들은 어쩌면 그런 스트레스들의 발현이었는지 모르겠다.


어린이집을 끊고 유독 표정이 밝아졌던 첫째 아이와, 벌써 8개월째 병원과 약국을 끊은 둘째. 이렇게 생각하니 집에 데리고 있기를 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화를 내지 않은 일주일. 그 전과는 또 한 차원 다른 수준의 아이들 모습을 보게 된다. 아이들은 밝다. 맑고, 즐겁다. 그리고 나와 아내도 덩달아서 그렇게 된다.


아이들을 대하는 새로운 노하우 획득

아이들 컨디션도 좋고 기분도 좋으니 방방 뜨는 아이들을 잡아 두느라 쉽지 않지만, 그래도 보람이 있다. 그리고 또 일주일간의 '화 없는 육아'를 하면서 나만의 노하우도 축적되고 있다.


아이들이 하루 종일 어지르고 사고를 치면서 지내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법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아이들의 특정 행동을 유발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예를 들어 장난감을 치워야 하는 상황에서, 예전에는 혼이 나서 주눅 든 첫째와 아무리 말해도 고집불통 짜증 내는 둘째를 앉혀놓고 한 시간도 넘게 기싸움을 하며 장난감을 치우곤 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경쟁하기, 그리고 바보처럼 웃기

아이과의 모든 활동은 경쟁과 협동이다. 때문에 장난감을 치우더라도 "누가 더 빨리 치우나"라는 멘트만 한 번 얹어놓으면 훨씬 더 수월해지곤 한다. 혹은 "너희들이 열심히 치우면, 아빠가 이만큼은 도와줄 수 있어"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장난감을 치우는데 집중력이 떨어질 때 즈음해서 "거의 다 치웠으니 이것만 치우고서 '치즈'먹을까?"라는 식으로 집중력을 환기시켜주고, 마지막 몇 개의 장난감은 던져서 통에 넣기 놀이를 하면서 마무리할 수도 있었다.


하다가 하다가 속이 터지는 상황이 오면, "에라이 모르겠다"를 속으로 외치고서 바보처럼 웃어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아이들이 흩어놓은 집중력을 끌어모으고 고집부리는 것에 대한 집착을 흩어버리는 효과가 있었다.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에 바보처럼 웃어버리고 나면, 아이들도 따라서 마구 웃는다. 그렇게 환기가 되고 나면 내가 다시 차분하게 말을 했을 때 그 말에 아이들이 귀를 기울였다. 단순한 처방으로 내 말이 아이의 귓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흐린 날씨, 밝은 우리집

이렇게 저렇게 해서 몸으로 부딪치며 얻어내는 노하우 속에서 일주일을 화내지 않고 지내니, 집안 분위기가 정말 밝아졌다. 아이들이 웃고 있다. 아내가 걱정을 하지 않는다. 내가 보람을 느끼고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다. 날씨가 흐려도 전혀 어둡지 않다.


화를 내지 않는 것은 결과적으로 아이들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를 위한 보약이 되는 것 같다. 이제 겨우 일주일. 앞으로의 날들과 먼 훗날 아이들의 회상이 기대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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