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함에 안전부절 못하는 나
그리고 생각보다 안 심심한 아이들
원래 조급하면 지는 건데, 언제나 급한 사람은 정해져 있다. 그래서 나는 늘 루저다.
퇴근하면 마음이 급하다.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던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1분이라도 빨리 산이든 들이든 강이든 나가서 산책을 해야 한다.
아-쫌. 거참, 애들 옷 좀 입혀 놓고 나갈 준 비 딱 해놓으면 좋으련만, 오늘도 아이들은 빤스 바람에 집을 왕창 어질러 놨다.
"야야야, 빨리 치워!!! 치워야 나가지. 준돌이들 나가서 킥보드 안 탈 거야? 잠자리 안 잡을 거야?"
조급했다. 내가 졌다. 아이들은 세월아 네월아 하며 장난감을 치우고, 치우다 말고 가지고 논다. 빨리빨리 나가자며 독촉을 하고 안 심심하냐고 묻는다.
첫째 : 안 심심한데요? 안 나가도 돼요-
둘째 : 안대 안-대, 안 나갈꺼디롱 안 나갈꺼디롱-
결국 심심한 건 나였고, 조급한 것도 나였고 장난감을 치우는 것도 나였다. 부리나케 장난감도 치우고 아이들 바지도 입히고 그 사이에 내 주린 배도 채우고 둘째 신발을 신기려는데 또 제동이 걸렸다.
둘째 : 시더 나 저 신발 안시늘꺼야
첫째 : 너 큰 신발 신으면 넘어져서 다쳐!
아빠 : 준돌아 빨리 신발 신어! 이러다 해 지겠어!!
둘째 : 시더시더 나 안시늘꺼야 안대 안대 안대
알 수 없이 묵직한 무언가가. 목구멍으로 간신히 넘어가고, 결국 현관을 나서는 데만도 한 참이 걸렸다. 나오긴 나왔는데, 아내가 아직이다.
아마 로봇청소기 돌려놓고, 세탁기 돌려놓고, 식기세척기 돌려놓고, 간식 챙겨서 나오나 보다.
초조한 건 나다. 해는 뉘엿뉘엿 벌써 저 산 넘어가고 있는데, 도대체 하루 종일 안 심심했던 걸까? 왜 이렇게 준비가 안되어있는 것일까.
간신히 시동을 걸고 근처 야산으로 향한다. 한숨이 터져 나온다. 퇴근한 지 두 시간이 다 되었다. 고작해야 한 시간이나 산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배가 불렀어 아주. 맨날 산책 데려가니까 별로 감흥이 없나 봐. 기다려지지가 않나 봐. 정말!"
이렇게 속으로 삼킨다. 뱉어봤자 평화만 깨질 뿐.
곤충이 싫은 아내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산책길, 아이들은 이왕 나온 거 계속 놀자고 보채는 산책길.
이제 곧 해가 져 산짐승들이 내려온다고 말을 하니 아이들이 졸졸 따라온다. 나와서 지친 것 반, 나오려고 지친 것 반. 오늘 하루도 이렇게 가는구나 하는 생각에 한숨이 '파하-'
심심해서 안절부절못하는 아빠와
생각보다 안 심심한 아이들
공원 말고 다른 곳 좀 갔으면 좋겠다고 하는 아내
확 그냥 야근해버릴까 보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