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민구 왈왈

봄나와 소복이

너희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불리던 그 이름

by 아빠 민구



<봄나 주제곡>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건넛마을 젊은 처자 꽃 따러 오거든,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가주

<소복이 주제곡>
하얀 눈 위에 구두 발자국, 바둑이와 같이 간 구두 발자국, 누가누가 새벽길 떠 나갔나, 외로운 산길에 구두 발자국


아이들을 양쪽 겨드랑이에 끼우고 노래를 부른다. 저 노래들은 아이들 태명에 맞게 선정했던 주제곡이다. 아이들 뱃속에 있을 때부터 수 백, 수 천 번은 불러줬을 그 노래를 부르다 보니 아이들 태명이었던 '봄나'와 '소복'을 짓던 때가 생각났다.


첫째가 태어나기로 예정되었던 시기는 봄이 시작되는 3월 초였다. 튼튼이, 사랑이, 건강이, 축복이 그런 이름들도 생각했지만 뭔가 아이의 특성에 맞는 우리만의 소중한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


'모든 것이 시작되는 봄의 기운을 닮은 아이'라는 의미로 봄에 낳은 아이. [봄나]가 결정되었다. 아이의 평생에 겨울도 있겠지만, 언제나처럼 봄의 기운을 닮은 아이가 주변을 따듯하게 비추고 생명력 넘치게 활기차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닮았다.


봄(Spring)나(born)이라는 의미가 잘 전달되었는지, 아이는 다리에 스프링을 달고 신생아 때부터 발장구를 엄청나게 쳤다. 걷기 시작한 다음에는 마구 튀어 오르며 봄의 기운을 뿜어냈다.


"그래서 이름이 중요한 가보다 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봄을 닮은 아이, 첫 번째 준돌이.


두 번째 아이는 겨울에 세상으로 왔다. 겨울에 나올 것을 생각하니 첫째 때처럼 '겨나'로 지어야 하나 생각도 해봤으나 왠지 겨드랑이가 떠올라서 그만뒀다.


"한 겨울의 눈이 내리는 날처럼, 그 눈이 소복하게 쌓이는 눈처럼, 세상에 조용히 내려 더러운 것들을 덮으라"는 의미로 '소복'이를 지었다.


한 해가 끝나기 몇 시간 남기지 않고 둘째는 세상에 나왔고, 창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소복이가 내 품에 내려앉았다.

세상의 더러운 것들을 덮으라는 의미로 이름 지은 소복이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하얀 미소로 (징하게 울고 떼쓰지만) 다른 사람들을 걱정해줄 줄 아는 아이다. 을 닮은 아이, 두 번째 준돌이.


엄마가 아프다고 하면 봄나는 (수많은 교육에 의해) 의무적으로 '호-' 한 번 하고 자기 할 말을 하는 반면, 소복이는 걱정해주고 안아주고 돌봐주고 같이 울어준다. 마음이 하얀 눈 같은 아이임에 틀림없다. (본의 아니게 첫째 1패)


어찌 됐든 세상에 곱게 이쁘게 착하게 태어난 아이들을 성인이 될 때 까지 잘 훈육해야 할 텐데, 이놈의 성질머리를 더 죽이고 부모다운 부모가 되어야겠다.


봄나가 세상의 봄처럼, 소복이가 세상에 눈처럼 살아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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