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Corona #2 가족의 진화

가족이라는 개념이 다시 과거로 회귀할 수도

by 아빠 민구


코로나는 많은 것을 변화시킬 것이다.

단순히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Post Corona #1에서 언급한 것처럼, 판데믹 루틴으로 인해 우리는 새로운 삶의 형태를 만들어 나갈 수밖에 없다.


쉽게, 지금 우리의 모습을 생각해보자.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가지 않고, 학생들도 개학을 연기하고 있다. 실내 활동이 증가하고 야외 활동이라고 하더라도 사람이 없는 공원이나 한적한 곳을 찾아다닌다. 사람과의 접촉이 줄어들고, 모임, 집회, 종교활동, 취미활동 등이 통제된다. 인터넷으로 장을 보고 비대면 배송으로 상품을 받는다.


말하자면 끝이 없지만, 일단은 아이들이 집에 있다는 것이다. 믿을 것은 가족밖에 없다는 것이고, 할 수 있는 것은 집에서 믿을 수 있는 가족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임시방편으로 버티고 있지만 판데믹 루틴 상황에서 우리는 적응하고 변화할 수밖에 없다.


당장에 맞벌이는 쉽지 않을 것이다. 외벌이와 부수입, 디지털 노마드 개념의 소득구조 변화가 동반될 것이고, 맞벌이가 불가피한 경우에는 부모와 함께 합가 하는 일도 생길 것이다. 가족 구조의 변화로 보자면, 도시화 및 디지털화로 가속되었던 '핵가족', '1인 가족', '셰어하우스'에서 '제한적 대가족', '제한적 1인 가족', '딩크족'으로 바뀔 것이다. 즉, 혼자 살거나, 결혼해서 애 없이 살거나, 애가 있다면 부모와 함께 살거나이다.

* 이미도 흔해진 1인 가족이나 딩크족에 대한 이야기는 말고, '제한적 대가족'에 대해 집중적으로 적어본다.


가족의 고유기능이었다가 사회로 위탁/아웃 소싱되었던 많은 기능들은 다시 가족의 역할로 돌아올 것이다. 당장 학교를 가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양육이나 교육이 대표적이다. 어떤 면에서는 정상화라고 해야 할까? 휘게의 나라 스웨덴처럼, 원래 저녁에는 가족이 모여 집안에서 함께 활동하는 나라에서는 이질감이 덜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매일같이 학교에서 학원으로, 도서관으로 옮겨 다녔었다. 아버지, 어머니들은 야근에 회식에 사회활동으로 귀가시간이 늦었다. 하지만 이제 모두 집안에 같이 있다. 어색함이 흐르겠지만 적응해야 한다.


어린아이가 있다면 말이 또 다르다. 맞벌이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긴급 보육 등으로 보육시설에 보내겠지만, 당장에 재유행으로 동네에 확진자가 늘어난다면 과연 어떤 부모가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수 있을까. 결국엔 맞벌이가 지속되기 어려워질 것이다. (혹은 긍정적인 변화로 근로시간이 줄거나 육아휴직, 탄력근무제 등이 활성화되는 사회문화의 변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연금생활을 하지 않는 조부모 세대는(혹은 연금생활을 하더라도) 더더욱 외부 활동이나 황혼 노동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질병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기 때문에 인력시장에 재투입되었던 베테랑들은 이내 다시 갈 곳을 잃을 것이다. 따라서 자녀의 양육과 조부모의 재 은퇴가 상호 이해관계에서 맞아떨어지면서 새로운 대가족이 형성될 수 있다. 이제는 조부모 세대 중 대학교육까지 받으신 분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제한적 대가족 내에서 조부모의 역할이 단순 보육에서 끝나지 않고 교육까지 넘어갈 수도 있다.


사회 친교나 동호회 활동, 밤거리 문화 등은 팬데믹 루틴 속에서 사멸되거나 언컨택트 된 형태로 대체될 것이고 가족단위의 레저가 증가할 것이다. 인적 드문 캠핑장, 낚시, 트래킹은 늘어날 것이고, 글램핑, 여름철 붐비는 해수욕장 등은 사라질 것이다. 레저와 더불어 가족들은 텃밭 활동을 할 텐데, 아파트에서는 스마트 텃밭이나 좁은 공간을 활용한 위생적이고 관리가 쉬운 텃밭이, 근교나 지방에서는 공터를 활용한 텃밭이 늘어날 것이다.


주부들은(남자든 여자든) 가사와 육아와 교육과 취미활동까지 아이들과 함께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은 가사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자동화된 스마트 백색 가전들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다. 집에서 아이들을 길러야 하는 근래에 익숙하지 않은 주부들의 역할 부활로 인해, 각종 교육 관련 책, 영상, 교구들이 자세한 설명과 함께 팔려나갈 것이다. 취미생활이자 시간을 보내고 외부 접촉을 줄이기 위해 각종 물품이나 가구에 대한 DIY 패키지도 늘어날 수 있다. 하루 세끼를 챙겨 먹여야 하는 주부들을 위한 반조리 식품이나 레시피 북들, 관련 영상들도 호황일 것이다.


제한적 종교활동 속에서 가정예배나 미사가 늘어날 것이고, 명절에 대 이동이나 친척들이 한 곳에 모이는 것보다는 제한적 대가족 단위의(조부모-부모-자녀) 새로운 명절 문화도 생겨날 것이다. 홈트레이닝이나 직접 PT트레이너가 방문해서 운동을 지도하는 것,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운동 등도 관련 사업에 영향을 줄 것이다.


완전히 예전과 같은 모습의 대가족은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형태의 대가족이 되어 혹은 1인 가정이었던 사람들도 다시 핵가족화되어 가정의 원래 기능들을 되찾아 온다. 집에서 밥 짓는 냄새가 나고, 가족들이 함께 육아, 가사를 분담하고, 집에서 교육이 이루어지고, 텃밭을 하거나 가구를 만들거나 '취미지만'자급할 수 있는 것들을 찾는다. 클럽에 가는 것보다 가족들이 모여 지내고 얘기하고 가족만 있을 수 있는 곳을 찾아간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옛날이야기처럼 코로나 이전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같이 떡도 만들고 팽이도, 딱지도 만든다.


새로운 대가족/핵가족이 탄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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