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되어버린 전염병
하지만 인구는 증가했고 문제가 시작되었다. 사람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사회적 거리가 가까워진 것이다. 대규모로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고 밀집된 지역에 함께 살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모여 살게 된 사람들은 어떤 경우에 더 위생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살거나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자연에 대해 인위적인 영향력을 가하고 밀접하게 접촉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서 사람들이 무역을 하고 정복전쟁을 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질병의 파급력과 파괴력이 급증했다.
스페인의 남미 침략으로 확산된 천연두가 남미 인구의 95%를, 1차 세계대전에 확산된 스페인 독감이 5000만 명을 죽게 했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그때보다 의학이 발달한 현재에도 바이러스가 한 번 돌면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은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문제는, 최근 가속화된 국제적 교류 확대와 환경의 오염 및 파괴, 기후의 변화 등의 요인들로 인해 앞으로 질병으로 인한 판데믹 사태가 더 자주 반복될 것이라는 점이다. 차라리 세균에 의한 것은 항생제를 통해서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하다고 해도,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생겨나고 확산되고 변이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 0.5~2년의 시간을 들여야 백신이 개발될 것이고, 그때마다 모든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해서 집단 전체의 면역력을 확보하는 것도 미지수이다.
바이러스와 세균이 함께 유행할 수도 있고, 바이러스의 변이가 빈번해지거나 다양한 종류의 바이러스가 계절적 특성을 고려해 반복될 수도 있다. 판데믹은(판데믹을 선포하는 WHO의 지속조차 의심되는 상황이지만) 이제 핫이슈가 아니라 일상이 되고 루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매년, 혹은 한 해에도 두 세 종류의 바이러스가 유행하며 사람들을 긴장시킬 것이다. 코로나 사태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처음에는 긴장을 하던 사람들이 차단된 생활에 인내심이 바닥나고 뉴스에서 성공적인 방역을 자랑하면 이번 주말과 같이 순식간에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시도할 것이다.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바이러스의 감염경로, 증상 발현에 따라 2차, 3차 재유행은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유행 →긴장→위축→질병통제→안심→일상→재유행]의 반복이 이뤄질 것이고 하나의 질병만으로 이루어진 사이클이면 다행이지만
[유행 →긴장→위축→질병 소멸]
[재유행 →긴장→위축→질병통제→안심→일상]
[긴장→위축→질병통제→안심→일상→재유행]
[위축→질병통제→안심→일상→재유행 →긴장]
[질병통제→안심→일상→재유행 →긴장→위축]
이런 식으로 돌림노래식 질병유행이 시작된다면 그제야 완전히 사람들의 인식과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날 것이다. 인식을 바꾸지 않고 있던 사람들이 인식을 바꿔서 일 수도 있고, 인식을 바꾸지 않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질병으로 쓰러져서 일 수도 있다.
사회 전반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게 변화된 일상들이 자리 잡을 것이고 그렇게 인류는 또다시 방법을 찾아낼 수도, 멸절할 수도 있다. (많은 희생이 있더라도 결국엔 방법을 찾아내겠지?)
정세균 국무총리는 말했다.
"어쩌면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는 상당히 어쩌면 영원히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게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더 많은 질병이 더 자주 더 예상하지 못한 경로로 우리에게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게 우리의 일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