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영역
오늘은 선배들의 진급 발표가 있는 날이다.
많은 선배들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현재까지 진급해 왔고, 몇 년간 또 계급의 무게에 맞는 노력을 해왔다. 특히 지난 1년 간은 진급의 대상자로서 고군분투의 시간을 보냈다.
쉬고 싶을 때 못 쉬고, 하고 싶은 말도 담아놓고, 하기 싫은 것도 기꺼이 하고,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이 모든 경우에 표정을 관리하며 그들은 어른임을 증명하며 국가 헌신의 금자탑을 쌓았다.
이제 그들의 노력과 성과에 대한 평가의 시간이 되었고, 모두가 숨을 죽인 오늘의 아침이 시작되었다. 여느 진급발표일처럼 차분하고 고요했다. 기분일지도 모른다.
결과야 다 다르고, 희비는 엇갈리겠지만 모든 사람에게는 각사람에 맞는 하나님의 계획이 있을 것이다. 진급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하나님이 도우시지 않은 것도 아니고, 진급되었다고 해서 자만할 필요도 없다. 그저 계획이 그런 것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하나님의 뜻을 알기란 쉽지 않다. 믿음의 영역에서는 보이지 않을수록 순도 높음이 보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으니 의심하고 탈선하기 쉽다. 과연.
과연 하나님은 나와 동행하시는지- 나를 인도하시는지- 내 삶을 계획은 하신 건지- 나에게 말씀하시는지- 내 기도는 들으시는지- 아, 계시긴 하는지. 계시는데 아무런 상호작용이 없다라면 계시는 거라 할 수 있는지.
의심은 연속해서 타선에 오른다. 그러다 나의 실패 국 즈음에서는 원망의 4번 타자가 등판한다. 믿음이라는 마운드 위에서 이 원망의 타자를 잡아내지 못하면 대량 실점, 아니 패배를 할지도 모른다.
자기 전에도 기도를 했지만, 아침이 되면 다시 믿음은 시험대에 오른다. '계시는지' 정도만이라도 확실히 알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과 다르게 아마도 오늘도 여전히 확인할 수 없을 것이라는 39년 된 체념이 올라온다.
다시 지금으로 돌아와서, 몇 시간 뒤 누군가는 진급이 되고 대다수의 선배들은 고배를 마시겠지만. 하나님의 사람들이 핍박받고 죽임을 당하기도 하지만. 실패가 이어지며 믿음이 흔들리고 깨어지지만. 그래도.
그래도 하나님은 계시고, 나와 함께하시고 또 내 길을 인도하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 기도를 들으시고, 나에게 말씀하신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그저 내가 보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부분에 대해 믿음을 써야 하는 것이다.
진급날 아침 단상은 1년쯤 뒤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진급 발표가 나면 나도 진급 대상자로 자동 승급하기 때문이다. 진급 대상자가 되는 것은 부담스럽고 두려운 일이다. 많은 일과 역할기대, 헌신에 대한 요구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거친 후 진급이 되지 않는 건 인간적으로 생각했을 때 더 두렵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나의 진급은 삶의 이유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 졸일 이유도, 걱정하고 두려워할 이유도 없는데 말이다. 그저 국가에 녹을 먹는 사람이 하루하루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면 모든 조건이 필요한 만큼 충족되는 것일 텐데 말이다. 그러니 이제.
이제 그런 부담감에서 자유로워져서 삶의 이유와 군생활의 목적이라는 좀 더 본질적인 측면에 접근하고, 하나님의 뜻을 알기 위해 애를 써보자. 지금부터 1년이라는 시간은 아브라함이 이삭을 데리고 산을 오르는 시간처럼 믿음의 순도를 높이는 시간으로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