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통합의 감각을 회복하기
생각해보면 우리들은 다양한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릅니다.
저는 Guy Winch 의 Emotional First Aid라는 TED 영상을 보고 나서,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우리들은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 인식하기만 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다.
여러분들은 거부, 외로움, 죄책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 얼마나 잘 대응하고 계신가요? 저런 감정이 1년에 한두 번 드는 감정이라면 그냥 즐거운 시간 보내며 지나가길 바랄지도 모르지만, 너무도 자주 겪는 감정들이기에 우리는 그 대응법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거의 아무것도 모르죠. 오늘은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 중에, 죄책감을 다루고자 합니다.
우린 우리가 자주 쓰는 단어지만 그 단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무지한 편입니다. 이를테면 자존감도 그렇고, 지금 다룰 죄책감도 마찬가지죠. 죄책감이 어떤 의미인지 아시는지요? 먼저 떠오르는 건 뭔가 부정적이고, 미안하고, 그런데 해결은 안 되는 그런 것처럼 느껴지시지 않나요? 죄책감은 의미보다는 감정이 먼저 떠오르는 개념입니다.
죄책감은 그 단어에서 보듯이, 죄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감정입니다. 여기에는 조금 더 생각해볼 만한 것이 있는데, 우리가 어떤 중립적이거나 선한 일이라고 판단한 행동을 할 때에는 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좀 더 깊게 생각해보면, 남들이 아무리 죄라고 생각해도, 본인만 그것을 중립적 혹은 선하게 바라보면,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이코패스의 경우가 그런 경우인데, 그들은 자신이 누군가를 죽이는 행위에 대해 큰 죄책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것을 죄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나 우리는 사이코패스가 아닌지라, 죄책감을 느끼곤 합니다. 죄책감을 이야기하기 전에 '자아 통합'이라는 개념을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겉과 속이 같은 것을 말합니다. 어떤 사람이 "선을 행하고, 사랑하고, 신뢰를 주어라"라고 말했다고 합시다. 그러나 그 사람의 실제 행동은 사기를 치고, 공격하고, 상대방을 무시한다고 하면 그는 표리 부동한 사람이 되겠지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행동이 다른 사람이라면, 아마도 말만 그렇게 하고 실제로는 후자를 더 선호하는 사람일 수 있겠지요)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기에 '이건 옳지 않아'라고 판단한 것에 대해 행동할 때 죄책감을 느낍니다. 옳지 않다고 스스로가 판단했는데, 그런 행동을 했으니 마음속에서 모순이 발생하게 된 것이지요.
이 내용은 너새니얼 브랜든의 책 Six Pillars of Self-Esteem에서 인용하였습니다.
1. 죄책감을 일으키는 그 행동을 한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자신이 한 행동의 실상 전부를 부정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직시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내 책임이며, 내가 인정하고 떠안아야 하는 일이다.
제 글 '약점을 상자에 넣어라' 에서 말했듯이, 모든 문제의 시작은 문제를 상자에 넣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다시 말해, 문제를 인정하는데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죠. 조금이라도 회피하고 부분적으로 인정하면 죄책감 역시 부분적으로만 해결될 뿐입니다. 물론 쉽지 않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저 또한 완전히 인정했다고 자신하기는 어려울 때가 있으니까요.
2. 내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동기를 이해하려고 애써야 한다. 연민을 품고 이 일을 행하되, 상황을 모면하는 변명은 안 된다.
제삼자로서 스스로를 보는 것도 도움이 될 단계입니다. 누군가가 나와 같은 죄책감을 일으키는 일을 했다면 그의 동기는 무엇일까?처럼 스스로를 살펴봐야 합니다. 무언가가 결핍되어서, 무언가가 슬퍼서 등등의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 동기를 철저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다만 여기서도 변명은 해선 안 됩니다. 상황을 모면하지 말고 "그래 그것 때문에 내가 해서는 안될 일을 했던 거야."라고 인정하는 것이 필요한 것입니다.
3. 대부분의 경우에 그렇지만, 다른 사람이 관련되어 있다면 관계있는 사람이나 내가 피해를 준 사람이 누구인지 분명하게 확인해야 한다. 내가 스스로 한 행동의 결과를 인지했음을 알리고, 그들에게 피해를 입힌 사실을 인정한다.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이해한다는 것도 전달한다.
피해자를 분명하게 확인하는 것은 나의 죄책감을 벗어나기 위해서 필요한 일입니다. 사실 피해를 입었으나 애써 무시하는 것은 내가 갖고 있는 죄책감을 온전히 벗어나게 하는 데에 방해가 됩니다. 상대방에게 나의 행동의 문제점을 분명히 인식했음을 알리고,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의 문제를 인정함과 동시에 피해를 입힌 사실도 인정해야 합니다.
4. 내 행동이 초래한 피해를 바로잡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한다.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해보아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서, 자원이 없어서라는 핑계를 버리고,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이것은 일종의 회개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겠군요.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그래 너 할 만큼 했어' '이제 벗어나도 돼'라고 할 정도로 열심히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5. 앞으로는 다르게 행동하겠다고 스스로 굳게 약속한다.
사람들은 인생을 살며 크고 작은 실수들을 하곤 합니다. 자기가 지켜온 선을 넘기도 하지요. 그러면서 죄책감을 느끼곤 합니다. 중요한 것은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고, 비슷한 일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입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살 수는 없으니, 이 사건을 계기로 나 스스로가 발전하고, 스스로의 기준을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계속 죄책감을 갖고 사는 것은 나의 삶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며, 이 죄책감을 떨쳐내고 다른 삶을 사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권리입니다. 앞으로는 반복하지 말고 이전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살 수 있는 선택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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