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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디쌤 조명국 Jul 03. 2017

인간관계의 불공정계약

계약조건 변경 필요

세상이 각박해지고 있다. 
인간관계도 계약관계를 맺고 시작한다. 



라는건 아직 아닙니다. 물론 나중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이러한 계약을 맺고 시작할지도 모르죠. 오늘 하고자 하는 말은 인간관계의 계약관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는 명문화된 문서로 계약을 맺지는 않고 있지만, 모두가 서로에게 계약관계로 맺어져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더욱 자유롭고 편해질 수 있습니다. 일단 우리가 서로에게 맺고 있는 인간관계를 가상의 계약서 형태로 만들어보았습니다. 


친구관계 계약서

 조명국(이하 "갑"이라 함)과 김철수는(이하 "을"이라 함) 다음과 같이 친구 계약(이하 "본 계약"이라 함)을 체결한다.

제 1 조 (계약기간)

① 본 계약의 계약기간은 2017년 7월 30일부터 2018 년 7월 30일까지로 한다. (갑과 을 사이에 특별한 문제가 없을 시 지속적으로 갱신된다.)
② "갑"은 수습기간 중 "을"이 친구로서의 적격성이 부족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본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제 2 조 (함께함시간)

① “을"의 함께함시간은 1일 2시간, 1주일 14시간으로 한다. 다만, "갑"은 필요한 경우 (경조사, 그냥 휴가 있을 때) 인간관계 규칙 및 관계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을"로 하여금 시간 외 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를 명할 수 있다.
② "을"의 근무시간은 [18:00~20:00]로 한다. 다만, 업무상 필요한 경우 상기 근무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제 3 조 (휴일 및 휴가)

① 아픈 날, 남자(여자) 친구랑 노는 날, 내 눈치에 관한 규정에 의한 공휴일은 휴일로 한다.

제 4 조 (책임과 의무)

① "을"은 함께 함 기간 중 "갑"이 정한 제규정에 따라 부여된 즐거움을 위해 성실히 노력한다. "을"은 "갑"의 직원으로서의 예의와 윤리를 준수하며, "갑"의 기분에 반하는 행위나 또는 타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을"은 "갑"의 동의가 없는 한 본 계약기간 동안 "갑" 외의 제삼자랑만 너무 많이 놀면 안 된다.
③ "갑"은 "을"이 본 조에 따른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갑"의 인간관계 규칙 기타 제규정에 따라 잠수, 절연 등 적절한 징계조치를 취할 수 있다. 
④  "갑"이 전항의 규정에 따라 "을"을 절연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며칠 전에 예고해야 한다.

제 5 조 (절연)

"을"은 본 계약기간 중에 절연하고자 할 경우 솔직하게 며칠 전에 "갑"에게 사전 통보하여야 하며, "갑"이 이를 수리하기 전까지는 본 계약에 따라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여야 한다. 

제 6 조 (비밀유지)

"을"은 본 계약에 따라 "갑"을 위한 친구 과정에서 알게 된 "갑"의 비밀에 속하는 정보를 본 계약기간 중에는 물론 본 계약이 종료한 이후에도 임의로 제삼자에게 누설하거나 공개하지 아니하며, "갑" 이외의 제삼자를 위하여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단, "갑"의 동의가 있거나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나,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어서 공개가 불가피할 경우에도 해당사항을 사전에 "갑"에게 통지하여 "갑"이 이를 충분히 숙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협조하여야 한다.

제 7 조 (기타)

 본 계약에 명시되지 아니한 사항은 "갑"의 인간관계 규칙 기타 제규정 및 관계 기준법 기타 관계법령이 정한 바에 따른다.
 본 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증명하고, 그 성실한 이행을 위하여 본 계약서 2부를 작성하여 상호 기명날인 후 각 1부씩 보관한다.

2017년  7월   3일

(갑)  조명국
       주   소 : 서울시 관악구 대학동
        카톡 아이디 : 검색창에 '멘탈경험디자인' 검색해주세요
(을)  성 명 : 김철수
         카톡 아이디 :


(계약서는 재미로 만들어보았습니다.)


인간관계의 계약


우리는 말은 하지 않지만 인간관계에서 위와 같은 계약서를 작성하고 서로 이행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몇 번 만나는지 대략 정해지고, 자주 만나지 않는다면 '연락은 끊기지 않게 연락하고 살자'등 무언의 계약이 존재하죠. 또한 서로가 매일 만나지 않고 개인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도 포함되며, 특별한 일이 있을 땐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을 주거나 시간을 내주고, 서로 간의 비밀을 남들에게 누설하지 않고, 문제가 없는 한 이 계약은 지속된다는 조항도 있지요. 

여러분은 친구들과 어떤 계약을 맺고 계신가요?

이 계약은 표준 계약서가 아닙니다. 다시 말해, 사람마다 다 다른 계약서를 쓰고 있다는 것이죠. 누구에게는 책임과 의무가 더 크게 부여되고, 누구에게는 책임도 의무도 없는 경우도 있지요. 계약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제 4조 '책임과 의무'라는 조항을 살펴보기 위해서입니다.  이 글은 자존감 스터디에 포함되는 글이므로 자존감과 연결시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인간관계의 계약서를 작성할 때 스스로에게 매우 불리한 방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책임과 의무에서 주로 본인이 약속을 잡고, 상대방이 원하는 메뉴를 먹으며, 상대가 상처를 주는 말을 해도 대응하지 않겠다는 계약조건이 포함되어 있지요. 이 계약은 애초에 불공정하지만, 상대에게 그들은 어떠한 요구도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맺은 계약서를 가지고 상대는 그저 계약조건을 열심히 이행합니다. 우리는 다소간 상대가 배려가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계약서에는 내가 주장할 조항이 없으니 아무런 주장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가끔 참다못해 계약 조건에서 벗어나서 화를 내거나 욱한 모습을 보여주면 상대방은 당황합니다. "너 이런 애 아니었잖아" ('계약 조건에 없잖아 그런 거' '이 사장님이 왜 이러실까?') 이 말을 듣고선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아 내가 괜히 화냈나.. 좀 더 참을 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되고, 다시 자존감이 떨어지기를 반복합니다.


계약 수정 필요!


애초에 잘못된 계약은 다시 맺거나, 변경하는 과정에서 인간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상대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습니다. 인간관계에서 문제는 주로 나에게 있고,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친구를 잃는 것은 끔찍해)이죠. 당신도 그러겠지만, 누군가가 나를 위해 많은 것들을 해주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느다면, 우리는 그 관계를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당신이 심성이 나빠서가 아니라 사람이라면 굳이 쓰지 않아도 될 에너지는 아끼고자 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우는 아이 젖 준다'라는 속담처럼, 누군가가 많은 것들을 나한테 해주고, 또한 많은 것들을 바란다면, 우리는 그 상대에게 바라는 것을 해주려고 할 것입니다. 그 친구의 욕망을 알았고, 나도 받는 것이 많으며 상대가 원하기 때문이죠.(계약 조건에 명시하지 않으면 상대는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독심술사가 아니고 당신만큼 예민하지 않거든요)


 이제 계약 조항을 바꾸어야 합니다. 제 4조 '책임과 의무'에서 만약 당신이 불리하기만 한 조항을 갖고 있다면 계약서를 수정하시기 바랍니다. 상대방은 연락이 없고, 선물을 주지 않고, 고민만 털어놓고 들어주지 않는다면, 당당히 요구하시기 바랍니다. '나도 연락이 필요해, 나도 너한테 주었던 것처럼 선물 받고 싶어, 나도 고민을 털어놓고 싶어'라고 말이죠. 이전에 계약관계가 공고하게 자리 잡았다면, 바꾸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서로 간에 인간관계를 그 계약서를 바탕으로 시작했기 때문이죠. 여러분도 갑자기 보증금과 월세가 오른다고 하면 '이 방에 계속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부터 들 테니까요. 누군가는 변경된 계약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할 것이지만, 이는 진짜 나를 위한 친구를 찾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내가 핵심적으로 생각하는 가치를 받아주지 않는 친구라면, 하루빨리 벗어나는 게 당신을 존중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인간관계의 계약이라는 아이디어는 Guy Winch의 '아프지 않다는 거짓말'에서 차용하였습니다.



정리하면


1. 인간관계도 계약이다. 말을 안 할 뿐, 계약서엔 책임과 의무 등이 포함되어 있다. 

2.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불공정한 계약 관계를 맺고 있다.

3. 이제 계약서 조항을 수정하고, 진짜 나의 친구와 함께하자.


글 / 멘탈경험디자이너 조명국 (http://blog.naver.com/crebynight)


늘 불공정한 계약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면, 이는 자존감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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